러브픽션의 구주월 만큼이나 남자주인공이 찌질하네요. 이건 뭐 자기 혼자 망상에 빠져서 멋대로 상상해놓고

삐져서 화내고 울고 싸우고 상처 주는 말 하고 돌아선 뒤 15년 동안 꽁하게 있다가 풀린격입니다.

대체 여주인공은 무슨 죄냐고. 그래놓고 그들 사랑의 징표인 전람회 음반을 가지고 있었다니 이 남자 주인공은

뒷북치는데 선수입니다.

그래도 참 예쁜 영화였어요. 배우들 연기도 좋았고요. 한가인은 9년 만에 출연한 영화에서 또 한번 첫사랑의 대상으로

나오는데 이번 캐릭은 보다 현실적이고 입체적이었습니다. 해품달의 발연기와 비교하자면 엄청난 호연이었죠.

자주 했던 트렌디한 현대극이라 그런가...

90년대 문화적 징표들이 군데군데 섞여 나오는것도 재밌었어요. 조정석의 힙합 의상 어쩔거야..

조정석은 확실히 영화 배우들이랑 있으니 외모가 많이 딸리네요. 헤어스타일이나 의상이 일부러 좀 구리게 설정하긴 했지만

두상이 큰데다 울퉁불퉁형이라 카메라 잘못 받으면 되게 이상해지는 얼굴이죠.

연기는 잘 해요. 연극이나 뮤지컬에서도 재치있게 연기 잘 해서 방송이나 영화계로 넘어가면 자연스러울거라 생각했어요.

 

뭐니뭐니해도 이제훈. 이번에도 좋았습니다. 어쩜 이렇게 산뜻하게 연기를 하는지. 딕션도 류승범 만큼이나 훌륭하고.

짝퉁 게스를 입고 그게 좋은 옷인 줄 알았다가 민망하고 스스로가 초라해지는 순간의 장면 묘사가 인상적이었어요.

서민층 자제라면 누구나 이런 경험 한번쯤 하지 않았을까요.

 

영화의 내용이 패배자의 노래 전문인 김동률의 대표곡 기억의 습작의 정서와 그럴듯하게 일치해요. 김동률 노래도

정말 찌질이 남자들의 구구절절한 신세한탄과 자기기만이 가득한데 이 영화 역시 그렇죠.  가요 선곡으로도

훌륭한 영화 사운드트랙이 될 수 있다는걸 보여준 극히 드문 한국영화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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