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무소에서 일하는 승민은 어느 날 찾아온 첫사랑 서연에게 제주도의 별장 공사를 의뢰받게 됩니다. 예전에 있던 별장을 허물고 다시 짓자고 말하는 승민에게 서연은 증축만 해달라고 요구하고 그렇게 공사는 시작됩니다. 별장이 증축됨과 함께 그들의 아련한 과거가 교차되어 드러나고 엇나가 버린 첫사랑의 추억 역시 새로운 의미를 얻게 됩니다. 먼지 쌓인 채 방치되어 있던 별장처럼 첫사랑의 기억도 십여 년간 그저 뇌리 한구석에 처박혀 있을 뿐이었지만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난 두 사람은 당시의 사소한 오해로 촉발된 사랑의 끝을 다시 시작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별장의 완공과 함께 철없던 시절의 오해는 풀리고 그들은 서로의 감정을 재확인하지만 다시 시작하기에는 늦은 상황입니다. 이미 그들에겐 각자의 삶이 있고 모든 걸 되돌리기엔 너무 멀리 와 버린걸요. 결국 첫사랑은 이뤄지지 못한다는 영원한 명제를 재확인하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하지만 그들이 아무것도 얻지 못한 것은 아녜요. 과거의 기억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지워지고 새로운 기억이 그를 대신하는 게 우리네 삶이라지만 때로는 옛 기억을 증축해 영영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간직할 수도 있을 겁니다.
혹여 지루할세라 감초처럼 등장하는 조정석의 개그 씬들, 어머니 흉부에 스크래치 몇 개 남겨본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가슴 먹먹한 장면들은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이 영화를 단순한 멜로 영화에만 머물지 않게 합니다.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부터 크레딧이 올라가는 내내 흘러나오는데 그 때문인지 몰라도 크레딧 다 올라갈 때까지 좌석 지키고 계신 분들이 많았어요.
수지와 한가인의 연기는 인터넷에서 악명을 떨치던데 이 영화에선 꽤 괜찮습니다. 애초에 뛰어난 연기력이 필요한 배역이 아니기도 했지만요. 혹여나 발연기 때문에 오그라들 걱정일랑 않으셔도 될듯해요.
GV에는 감독님이 오셧는데 실제 감독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냐, 건축과 출신으로서 영화를 만들 때 염두에 둔 것이 있다면 무엇이냐 등의 질문이 나왔습니다. 실제 경험이랑은 별 관련이 없고 증축이라는 개념에 중점을 두고 만드셨다고 하시더군요. 시사회 표를 듀게에서 나눔 받은 지라 왠지 후기를 써야 할 것 같은 압박이 밀려왔는데 마침 건축학 개론 후기가 마구 올라오길래 슬쩍 올려 봅니다. m******님 감사합니다.
글 제목에 [스포일러 주의] 걸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