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엊그제 '화차'를 봤습니다.

크랭크인 들어갈때부터 주목하던 작품이었는데, 임신중인 와이프와 같이 보기 힘든 작품이다 보니 계속 미루다가

마침 같은 장소에서의 외부일정과 외부일정 사이에 시간이 딱 2시간이 비었던 틈을 타서 봤습니다.

 

아- 이거 정말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영화더군요.

저는 '현실 참여 예술 장르'에 있어 촌스럽지 않게 관객과 소통하는 작품이 좋아요.

뭐 현실 참여라고 한다고 다큐나 사회적 소재를 구성한 도가니, 부러진 화살 같은 영화들 말고도

화차와 같은 영화들이 보여주는 사회성 말이죠.

 

듀게에서 화차로 검색해보니 나오는 이런 저런 이야기나 의문점처럼,

영화 중간 중간에 스토리 전개상 부드럽게 전개되지 않는 구성의 포인트도 몇가지씩 있더군요 (저기서 왜 저렇게 하지?)

아마도 외국소설을 한국영화로 각색해 맞추다보니 나타나는 공간적, 시간적(소설과 영화의 분량 차이에 의한) 한계이겠지만,

변영주가 이 시나리오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그 '사회적 분위기'가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타고 잘 느껴져서 참 좋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변영주가 공들여서 세팅한 부분이 분명한 '용산'이라는 지역적 공간에 대한 의도적인 노출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종근이 일산에서 용산역으로 오다가 강변북로가 막히자 차를 버려두고 뛰어오는 장면에서 노출된, 서부이촌동 성원아파트의

투쟁 벽화 (플래카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진짜 벽화를 그려놨습니다. 그래서 오세훈이 물러났어도 철거를 못하고 있는 것 같은..)

같은 것은 순전히 의도적인 커트의 삽입이었습니다. 실제로 종근이 뛰어가던 원효대교 남단에서 원효로로 빠지는 램프에서는

성원아파트가 그렇게 크게 보이지 않거든요.

 

(스포있음) 특히 원작 소설이 끝나는 부분에서 시작하는 결말 부분의 창작의 초점은 온전히 용산참사를 은유하기 위함으로 보였습니다.

용산참사의 원인이 됐던 용산역 앞 재개발 사업, 갈 곳이 없어서 망루에까지 올라갔던 사람들과, 쫓기고 쫓겨 아이파크몰의 화려한

매장을 지나 옥상으로 쫓겨가는 차경선, 그리고 결말.

 

영화가 끝나고 나오면서, 최근 2년간 본 영화의 90%를 CGV용산에서 봤는데, 마침 이 영화를 CGV강남에서 봤다는게 많이 아쉬웠습니다.

비흡연자지만, CGV용산에서 봤다면 끝나고 주차장 옥상에 올라가서 잠깐 담배 피우는 기분으로 아래를 쳐다보고 오고 싶었을거 같습니다.

 

 

 

2.

하이킥이 끝나갑니다. 오늘까지 6회 분량 남았네요.

후속 시트콤이 준비중이지만 파업때문에 제작 일정에는 차질이 있어서 다다음주부터 정상 방영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더군요.

 

마지막까지 보고서 생각이 바뀔지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까지 저는 이번 하이킥을 재미있게는 보고있지만,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 거침없이 하이킥이나 지붕뚫고 하이킥에 비해서 서투른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제목부터 처음 밝힌 기획의도까지 짧은 다리의 역습을 이야기하던 작품의 짧은 다리들이 역습을 하기 위한과정이

작품 내내 묘사되지 않고 있다가, '로또'나 '벼락 취직'같은 갑작스러운 형태로 두둥 나타나는 것들이 영 맘에 안듭니다.

 

하이킥은 한번도 러브라인을 단순한 해피엔딩으로 끝낸 적이 없습니다. 1편의 정일우-서민정-최민용 라인이나,

2편의 황정음-최다니엘-신세경 라인이 모두 그렇죠. 6회를 남긴 현재 지석-하선 커플은 아직도 너무 행복합니다.

그 둘은 하이킥3의 캐릭터 중에서 가장 긴 다리의 사람들입니다. 유선의 표현대로 박선생은 '얼굴 예쁘고, 음식도 잘하고,

직업도 좋고, 집안도 좋은' 일등 신부감이죠. 지석과 영욱을 비교하면 지석은 그야말로 모든걸 가지고 있구요.

짧은 다리들이 역습한다고 해서 굳이 긴 다리들이 불행할 필요는 없지만 '인생은 어디로 굴러갈지 모르는거다'라는 철학을

가진 연출자가 '원래 다리가 긴 태생들은 그냥 계속 길수도 있는 거야'라는 식으로 중심 캐릭터를 가져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더더욱 로또 당첨금을 밑천으로 사업에서 재기하는 가장이나, 갑자기 취업을 하고 잘나가는 개인병원 의사와 엮이는 취준생,

외모도 성격도 별로인데 훈남 외국인과 행복하게 살게되는 여성의 행복한 결말 같은건 김병욱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구요.

 

남은 6회, 두고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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