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이 영화가 왜 국내 개봉을 안 했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시기를 놓친것 같아요.

정식 개봉 했다면 입소문 퍼져서 관객 좀 들었을것 같습니다. 이야기가 치밀하진 않아도

아이디어는 발군이거든요. 다만 극이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소재를 감당 못하고

치이는 느낌은 듭니다. 결말도 흐지부지고요. 뭔가 해결책을 낼것처럼 굴다가 꽁지를 내리고 갑자기

극을 전환시켜서 황당했어요.

다른 사람은 약 때문에 망가졌지만 브래들리 쿠퍼는 정신력 하나로 성공했다는건데 그렇다면

브래들리 쿠퍼가 유독 똑똑하고 똘똘한것일 뿐 애초 이 사람은 약에 의존하지 않아도

의지만 있다면 현재의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는 얘기죠.

타고난 유전자가 다른것일 뿐. 거기다 약이 어떤식으로 만들어지고 유통되는지에 대한 이유도 전혀 안 나옵니다.

극 중반까지는 약의 유통과정에 대한 궁금증이 관건인데 아무런 해결 없이 봉합을 시켜버려요.

어느날 갑자기 우연히 만난 매제가 약을 줬다는 식으로 얼렁뚱땅 이야기를 푸는거죠.

 

그러나 보고 있으면 참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내용보다는 스타일이 좋아요.

굉장히 도시적인 느낌의 영화인데 화면빨 끝내줍니다. 브래들리 쿠퍼가 뜨고 나서 찍은 첫 단독 주연작인데

브래들리 쿠퍼도 매력적이고 연기도 잘 해요. 주인공이 출세하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외양이 전부 바뀌는데

그 바뀌는 과정의 변화를 따라가는것도 즐거워요. 초반에 찌질하게 나올 때도 워낙 허우대가 좋은 배우라

빈티지한 느낌이 들어 그럴싸합니다. 인물 잘난 배우들은 단발 앞가르마 해도 잘 어울리네요.

브래들리 쿠퍼가 이런 머리 스타일도 잘 받을 줄은 몰랐어요.

 

감독이 광고계 출신이죠. 초반부터 머리 지끈지끈거리게 만드는 화면으로 넋을 빼놓습니다. 도입부에 브래들리 쿠퍼가

건물 꼭대기에서 자살하려고 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곧 브래들리 쿠퍼의 시선으로 빌딩의 하단을 내려오는 카메라는

장면의 끊김 없이 곧바로 카메라를 턴하여 인도에 운집한 사람들을 뚫고 지나갑니다. 그 뒤부턴 걷잡을 수 없는 속도감을

보여주며 직선으로 가는 고속열차의 속도를 세배속 늘린것 같은 느낌으로 오프닝을 보여주는데 집중하고 보면 환각증세가

일어날 정도에요. 안경을 끼고 보지 않는데도 입체 효과 때문에 어질어질하죠. 이런 장면들이 주인공이 약먹고 헤롱거릴 때마다

묘사됩니다. 약먹고 똑똑해지고 난 뒤에 보이는 세상과 약효가 떨어지고 난 뒤에 볼 때의 대조적인 상황,

그리고 환각상태에서 일어나는 머릿속 구조를 CG와 다양한 구도의 촬영으로 묘사한게 인상적입니다.

시종일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어요.  

아마 그래서 북미에서도 입소문 타고 작년 상반기에 깜짝 히트를 기록했을겁니다.

 

결말은 상업영화다 보니 적당히 스튜디오와 타협한것처럼 보이지만 기회되면 보시길 추천.

브래들리 쿠퍼가 말끔하게 나와서 그의 팬들이라면 더욱 좋을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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