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20 23:04
나는 봤어. 못 믿겠다면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확실히 이렇게 주장 할 거야. 난 봤어. 그걸 두 눈으로 똑바로 봤단 말이야. 잘 들어. 지금부터 하는 얘길 거짓말이라 생각해도 좋고 꿈이라 생각해도 좋아. 듣다 보면 아마 현실성이 없다 여기게 될 거야. 대부분 도시전설이란 게 그렇잖아. 괴담도 그렇고. 진실이 어디까지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직접 겪어보는 것뿐이니까. 어딘가에서 듣고 꾸며낸 이야기라도 좋아. 중요한 건 다들 믿도록 만드는 화술. 난 달변가는 아니지만 이건 모든 것이 한 점 거짓 없는 리얼이야. 그럼 시작할게. 대부분이 그렇듯 이 이야기도 밤으로 시작해.
조금 늦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어. 편의점에 들러 뭘 좀 사느라 더 늦어졌는데, 회색 벽길을 따라 걷다가 그걸 본 거야. 처음엔 벽을 따라 뭔가 검은 것이 스르륵 미끄러져 사라졌어. 조금 더 앞으로 향하니 이번엔 그림자 같은 게 꺾어지는 길목에서 획 지나가는 거야. 그리고는 그게 어쨌는지 알아? 바로 앞에 막힌 벽을 뚫고 지나갔어. 정확히는 벽으로 스윽 들어갔다는 게 맞을지도 몰라. 정말이야. 그리고 더 놀라운 일은 그 후에 일어났어. 뚜벅거리는 소리가 나길래 주변을 둘러봤는데, 사람은 한 명도 안 지나가고 있었어. 그래도 계속 발소리가 났지. 점점 더 가까워지더니 곧 펄럭이는 소리가 나면서 사람이 등장했어. 벽에서. 벽을 타고 유유히 걸어 내려오고 있었어. 그와 동시에 머리 위에서 쾅 하는 소리가 났어. 순간 올려다보니 이번엔 사람인 것 같은 형체가 건물 사이를 뛰어넘고 있더라. 이 일련의 황당한 경험은 이걸로 끝이야. 아 참, 한 가지 더. 벽을 타고 내려온 그 사람이 정중한 말투로 이러더라. 여지껏 우릴 본 사람들의 반응 중 가장 이해하기 어렵네요. 학생은 어째서 그렇게 기쁜 얼굴로 웃고 있나요? 내 얘기는 여기서 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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