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현재 받고 있는 지지가 과연 온당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오랜 시간동안 말이 많았습니다. 그런 논의의 상당부분은 "많은 사람들이 자기 처지를 모르고 계급배반 투표를 하고 있다"는 것으로 귀결되었습니다. 상위 1% 부자들은 새누리당을 찍는 게 본인들에게 이익이 되니까 그렇게 하는게 당연하지만, 새누리당은 커녕 통합진보당 찍는 것도 사치인 사람들마저도 바보같이 새누리당을 찍고 있다는, 즉 많은 유권자가 바보짓을 하고 있다는 결론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알고보면 대단히 오만한 사고이지 않나요? "나는 네가 찍어야 하는 정답을 알고 있어. 하지만 넌 틀렸지. 바보." 라고 하는 거니까요. 하지만 꽤 오래 그렇게 얘기해 왔는데도 상대방은 본인의 선택을 바꾸지 않고 있습니다. "그냥 속고 있다" "언론이 장악되어서" 정도로 설명하는 건 좀 안이하지 않나요? 이쯤되면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정말 실질적인 이유가,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기타 야권 정당이 제공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가 있는 건 아닌가 의심해봐야 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정말 어렵습니다. 잘 모르겠어요. 다시 "저들이 멍청해서"로 돌아가고 싶은 유혹이 계속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저 "멍청이들"로부터 표를 얻지 못하면 권력은 잡을 수 없습니다. 지금 감히 누가 누구 가르칠 위치가 아닙니다. 속으로는 멍청이라고 욕할 지언정 "아 그래도 한 표만 주세요" 라고 빌어야 될 처지란 말입니다.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속으로 "꼴통색히"라고 생각하면서도 "감사합니다 고객님" 이라고 하는게 상대방이 꼴통인거 몰라서 그러겠습니까? 상대방으로부터 얻어낼 게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러는 거죠. 그나마 서비스업 종사자는 그 꼴통 돈 벌어먹기 싫으면 다른 직종으로 가면 되는데, 정치인은 이 멍청이가 싫으면 다른 누구한테 표를 달라고 할건가요? 미국인? 우주인?

 

민주통합당과 야권연대가 새누리당 지지층을 포기해버리고 끌어들일 수 있는 표는 이번 총선에서 거의 최대한으로 끌어당겼다고 봅니다(설마 1.5% 먹은 진보신당이나 녹색당때문에 졌다고 말할 건 아니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졌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다른 걸 내놔야 할 때가 왔습니다. "이거 때문에 새누리 지지하시죠? 그거 저도 할 수 있는데..."랄까요? 그냥 유권자를 멍청이라고 욕하지 말고, 정말 힘들더라도, "왜 저들은 우리는 안되고 새누리는 된다고 생각하는지" 고민하고 그 분야를 계속해서 공략해서 조금이라도 새누리의 지지자를 뺏어오지 않으면 아마 계속 이대로 가게 되겠죠.

 

물론 여기서 엉뚱하게 과거의 3당 합당 같은 야합을 한다거나, 경상도표, 부자들 표가 욕심난 나머지 부적절한 유화적 제스쳐를 던지다가 야권의 정체성을 말아먹으라는 말은 당연히 아닙니다. 하지만 진지하게 분석하면, 새누리당 지지층 중에도 분명히 설득 가능한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우리가 무슨 짓을 해도 무조건 새누리당만 찍는 ㅂㅅ들"이라고 규정하고 그들을 바보취급하면 속은 시원할 지언정 싸움은 영원히 못이기지 않을까요? 특히 인터넷과 트위터에서 새누리당 콘크리트 지지층 욕하는 건 그런가보다 하겠는데, 이걸 실제 정치판에서 뛰어야 하는 사람들이 그대로 받을까봐 걱정이 되네요. 당신들 그럴 처지가 아니야~ ㅠㅠ

 

근데 막상 새누리당 지지자로 빙의해 진지한 지지 이유를 한참 생각했는데도 떠오르질 않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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