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대학 2년을 다니면서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어요.
뻔하디 뻔한 "사랑과 우정 사이" 갈등하는
단계였다가, 두 달 전쯤에 휴학하고 내친김에
놀이터에서 만나 고백해버렸어요.
근데 그 친구는 계속 미안하대요.
미안하단 말만 계속 했어요.
그래서 저도 어느정도 눈치채고 "괜찮으니까
내가 준비한 마지막 선물만 받아줘. 난 괜찮아."
하고 선물줬어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가장 좋아하는 영화로 꼽는 아이라,
블루레이 한정판 나왔을 때 그 친구를 위해
사두었던 거, 미안하다고 한사코 거절하는 손에
꼭 쥐어주고 놀이터를 떠났어요.
그 이후로 연락도 없고, 오히려 서로를
피해다녔어요.
어느새 보니 그 친구는 저와 페이스북 친구도
끊었더라구요.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이해하려 했어요.
"내가 부담스러운가보다" 했는데.
지방에 있는 집으로 가있다가 만날 사람이 있어
오랜만에 학교를 찾았어요.
갈 곳이 없어서 여기저기 쏘다니다가
친한 동기 누나네 집에 잠깐 들었는데,
그 누나 책장에 그 블루레이가 꽂혀 있는 거예요.
혹시나 해서 이거 어디서 샀어? 하고 물으니,
역시나. 그 친구가 선물이라고 주었대요.
저를 부담스러워 했을 수도 있어요.
아니, 당연해요.
그럼에도, 이루어지지 못한 사이라도
가끔 책장에 꽂혀있는 그 선물 보면서
내 얼굴 가끔이라도 떠올려 주었으면 싶어서
선물했던 건데.
이런 식으로 제가 특정인에게 마음을 담아
줬던 선물이 다른 사람 책장에 꽂혀있으니.
참 영화 같기도 하고 속상해요.
속상하다는 느낌이 있는지 방금 처음 알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