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등포 cgv에서 영화를 예매하니 대략 1시간 정도 시간이 남아 교보문고에서 소설 <은교>를 미리 읽으며 선행학습(?)을 했어요. 박범신의 소설은 처음 읽었는데 <은교>란 글에 대해 제가 예상한 느낌과는 꽤 다르더군요.  문장이 좀 더 감각적일 줄 알았는데 약간 다른 스타일이더라구요. 거기다 시인인 이적요를 묘사하기 위해선지 인용이 꽤 많이 나오는데 그 점이 조금 과도하다는 느낌도 들었어요. 그래도 은교를 처음 만났을 때의 묘사라던가 그런 것들은 꽤 마음에 들더군요.

어떻게 끝을 맺는지 궁금해서 뒤로 페이지를 넘겨보니 마지막을 기대하던 장면에서 굉장히 뜬금없이 몰스킨이란 브랜드가 등장하고 거기에 몇줄의 설명까지 나와, 이거 지금 PPL하는건가 싶어 당황스러웠습니다. 제가 몰스킨과 만년필을 같이 쓰는지라 매체에서 보통 이런 글이 나오면 반가울텐데 전혀 반갑지가 않았어요. 정서적 여운을 준비하는데 뜬금없이 브랜드에 관한 설명까지 나와 배신을 당한 기분이었어요. 이적요 시인은 몰스킨에 만년필을 같이 쓴다는데, 몰스킨과 만년필은 궁합이 별로 좋지 않아요. 몰스킨에 만년필을 쓰면 잉크가 뒷면에 번지거든요(...) 어쩌면 박범신은 이것을 알고서 그런 궁합을 구상했는지 모르겠어요. 은교가 몰스킨에다 만년필로 글을 썼다고 하며 '할아버지는 자기만 멋내구' 운운하는 대사가 기억이 나거든요. 그 궁합이 좋지 않음을 알고서 썼다면 이적요 시인은 된장남이 분명하죠. 



2. 영화는 소설과는 달리 변호사는 등장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구성이 달랐는데 전 이 쪽이 차라리 더 좋아보였어요. 은교역의 김고은은 적절한 캐스팅 같았는데 이적요 역의 박해일은 볼 때마다 참 난감하더군요. 노인 분장을 한 박해일의 모습에서 개그콘서트의 마교수가 떠오르곤 했어요. 거기다 노인을 연기하기에는 박해일의 목소리가 ㅠㅠ 

공대생들에겐 무슨 억하심정이 있는지(.....) 궁금하더군요. 지금 이공계 무시하나요? 


산에서 거울을 떨어뜨렸을 때 같은 거울 사주면 될 거 아냐라고 서지우가 답하는데 이러니 저러니 해도, 서지우는 대필 이전에 자신의 힘으로 (고료가 없는) 잡지에서 데뷔까지 한 작가에다 소설에서는 별이 같은 별이 아닌 줄 알았다고 깨달았다고 이적요에게 고백했던 '작가'인데, 어떻게 엄마가 사준 거울과 다른 거울이 같은게 아니라는 것을 이해 못할 수가 있는지(........) 상당히 의문이 들더군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작가라면 그게 절대 같은게 아님을 알텐데 아무리 재능이 없었던 지망생이라도 그런 반응이 과연 가능한지 말입니다. 작가에 대해 너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것일까요? 그걸 모르는 상태에선 작가인 '척'을 하는 것도 가능할까 싶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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