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가 거의 없네요.

대출대에 혼자 조용하게 앉아 있습니다.

평소에는 사무실에서 근무하는데

근로자의 날이라 자료실 선생님들이 출근 안하셔서

땜빵으로 오늘은 어린이 자료실에서 자체 '근로(태만)자의 날' 하고 있어요.

5분 전에 뽀로로 책은 어디있냐던 새우눈 아가씨가 나가고 나니 

자료실에 타닥타닥 빗소리만 울리네요.

너무 고요해서 아무것도 기억할 것 없는, 그래서 새겨놓고 싶은 시간들이 천천히 지나갑니다.

 

도서관에서 일하고 싶었던 이유는 많았지만

그 중 하나는 제가 아는 곳 중 유일하게 고요함이 당위일 수 있는 공간이여서였어요.

뭐 딱히 세상의 소란스러움에 질려있거나 그런건 아니었는데도

책장을 걷거나 연필이 사각거리는 소리들을 듣고있으면

그 작은 소리들 사이에 숨어있고 싶어졌거든요.  

 

정작 들어와서는 도서관을 소란스럽게 만드는(?) 일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울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어두컴컴한 서가에 등을 대고 가만히 숨을 고를 수 있는 건,

좋네요.

 

근로자의 날에 열람실 지키느라 혼자 10시까지 꾸역꾸역 근로해야한다고 투덜대면서 나왔지만

전 여기가 좋습니다.

이 일이 좋아요.

 

 

 

그냥, 그렇다구요.

새벽도 아닌데 왠 청승인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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