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선, 그리고 요즘 야구 이야기..

2012.05.22 14:02

fysas 조회 수:3315

1.
송지선 아나운서에 대해서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잘 정리가 안 되네요.
내일이면 벌써 1년입니다. 시간 한 번 참 빠르네요.
그 거짓말 같은 뉴스를 접했던 1년전 5월 23일도 오늘처럼 화창하다 못해 조금 무더웠던 걸로 기억합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첫직장이 스포츠 행정직이었습니다.
첫 사회생활인데다 20대 초반을 다 불태울만큼 열정을 가지고 좋아하던 분야였기 때문에 꿈도 희망도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결국 전 1년을 조금 더 채우고서 쫓겨나듯 그 곳을 그만두고, 다시는 거들떠도 보지 않게 됐죠.
열정을 가졌던 그 바닥에 사적인 관심도, 인맥도 모두 싹 끊었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더 후진적이었던 인프라와 업무환경이 견디기 힘들었어요.
그렇지만 마음에 상처로 남았던 것은 그 바닥에서 제가 여자라서 겪어야 했던 많은 순간들이었습니다.
일일이 거론하기 위해 끔찍한 기억들을 떠올리기 싫으니까 그냥 일상이 성희롱이었다.. 라고만 하겠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제가 예쁘거나 싹싹한 성격이 아니었던 게 오히려 그 바닥에서 버티기엔 안전했었죠.

 

몇년이 지났고 종목도 다르지만, 그런 업계의 분위기가 크게 다르진 않았을 겁니다.
많은 여아나운서들이 종종 희미하게 언급하긴 했지만 야구여신이니 하며 인기를 얻어도 결국은 흥미의 요소일 뿐이죠.
그런 인식과 시선 속에서 고군분투하다가, 결국 그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된 순간의 절망과 좌절..
그녀가 겪었던 강도에 비하면 미미하지만, 역시나 저도 같은 절망과 좌절을 느껴본 적이 있었어요.

 

진실은 당사자들 밖에 모르는 거랍니다. 침묵이 배려일 수도 있답니다.
뭐.. 그래요. 맞는 말입니다. 혼자서 모든 것을 떠안으려는 선택을 한 사람이 그저 가여울 따름이죠.
왜 이렇게 되게 만들었냐고 원망하고 싶은 사람들도 많고, 왜 그렇게 갔냐고 원망하고 싶기도 합니다.
그렇게 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던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가 바로 나라는 사실에 묵직한 죄책감을 느낍니다.
고작 1년이 지났을 뿐인데 적어도 겉보기에는 모두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 굴러가는 세상이 새삼스럽네요.

 

그곳에선 부디 편안하고 행복하길 바랍니다.
미안해요, 송지선 아나운서.. 편히 쉬세요.

 

 

 

 

2.
오늘은 지긋지긋한 시즌 3번째 엘넥라시코입니다.
진짜 일정표 왜 이럽니까! 넥센은 여태까지 주말 홈경기는 달랑 한번엔 엘지는 왜 이렇게 자주 만나는지..
단순히 웬수같은 경기를 하는 두 팀이라는 사실을 제외하고도, 두 팀 다 현재 엄청난 상승세에 시즌 전 예상과
전혀 다른 순위에 이름을 올려놓고 현재 연승 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관심이 가는 경기죠.

 

지난 주 6연승 내내 오늘 이렇게 잘하고 내일은 어쩌려고!! 라고 불안해했었던 새가슴 혀빠 1인은 오늘도 또 조마조마..
오늘 선발도 연속 2경기를 너무 잘해서 슬슬 털릴 때가 된 것 같고 타선도 일요일 경기에는 좀 식은 것 같고..
그렇지만 뭐.. 야구라는 게 매일 이길 수도 없는 거고 매일 조마조마했지만 잘해줬던 우리 팀이니까 오늘도 잘하겠죠!
사실 오늘보단 내일 우리 밤에이스 경기나 꼭 필승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모레 혹시 BK가 등판한다면 신인투수 크보 첫승도 기원!!!

 


 

 

3.
지금 장기간 병원생활 중이신 한화팬 저희 아부지의 가장 큰 낙은 야구중계 챙겨보기이신데...........
아, 한화 진짜 어쩔 겁니까. 우리 아부지의 유일한 낙인데 아빠가 요즘 한화 경기 때문에 사는 게 재미가 없으시대요.
일요일날 김별명 홈런 쳤다고 전화해서 해맑게 자랑하시던 아부지, 한시간 뒤에 다시 침울한 목소리를 전화를 하셨죠..
아부지가 매번 송신영은 왜 넥센 안 돌아가고 한화와서 이 사단이냐고 항의하실 때마다 제 소관이 아닌데도 할 말이 없네요.
그러니까 신영언니, 좀 잘합시다....ㅠ_ㅠ 그리고 야왕도 제발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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