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형사 (2012)

2012.05.23 00:16

DJUNA 조회 수:12055


신태라의 [차형사]는 위생관념 제로에 형편없는 패션감각을 가진 뚱뚱한 남자를 패션쇼에 보내면 재미있을지도 모른다는 아이디어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전 왜 그들이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건 결코 풀기 쉬운 문제가 아니거든요. 그 남자를 뚱뚱한 상태로 두면 현실성이 떨어지고 투자도 받기 어렵습니다. 그 남자를 날씬하게 만들면 캐릭터가 사라지죠. 이런 경우, 잭 블랙을 캐스팅할 수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후자를 택하게 되고, 이 영화도 그렇게 하긴 했습니다만.

그 뚱뚱한 남자는 어떻게 패션 모델이 되는 건가요? [차형사]에서는 경찰물의 장르를 가져옵니다. 우리의 뚱뚱하고 더러운 주인공은 형사인데, 일하는 경찰서에서는 남자 패션 모델과 관련된 마약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형사를 한 명 패션모델로 변장시켜 투입하려 합니다. 주인공 차형사는 옛날 고등학교 동창이었고 지금은 막 첫 패션쇼를 앞두고 있는 패션 디자이너 고영재의 도움을 받아 일을 진행시키려 하는데, 원래는 다른 형사에게 일을 시킬 생각이었지만, 일련의 사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차형사가 다이어트를 하고 패션 모델이 됩니다.

영화 초반은 개그가 풍부한 편입니다. 차형사의 외모와 위생관념을 이용한 온갖 지저분한 농담들이 총동원되지요. 하지만 40분이 지나 그가 외모 교정을 끝내면 그 농담들이 나올 구멍들은 사라져 버립니다. 여전히 차형사 개인의 캐릭터는 살아있지만, 새 농담은 이전처럼 재미있지가 않죠. 마약밀매조직과 관련된 의무 방어스토리를 처리하느라 농담할 시간도 별로 없어요.

게다가 이 마약밀매조직 이야기가 영 한가합니다. 악당도 약하고 음모 묘사는 제로에 가까워요. 아무리 맥거핀이라고 해도 이건 좀 심했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맥거핀이라도 이야기의 긴장감을 유지할 정도의 실체는 갖고 있어야죠. 음모와 연결된 패션 모델들 캐릭터도 그냥 대충이라, 이 역할을 맡은 모델들도 출연하면서 많이 맥이 풀렸을 것 같습니다. 패션계를 대상으로 농담을 끌어낼 기회도 포기한 거나 마찬가지고요.

강지환은 체중도 늘리고 이미지 망치는 온갖 더러운 짓을 다하면서 차형사 캐릭터를 끌어갑니다. 열심히 했어요. 그 노력의 결과가 드문드문 보이고.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재료가 나쁘면 한계가 있죠. [차형사]는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지 않은 영화로, 이는 각본 과정에서 누군가가 야무지게 지적해야 했어요. (12/05/24) 

★★

기타등등
서로를 미행하려는 두 남자의 카체이스 아이디어는 구미가 당기더군요. 하지만 영화의 해답을 보는 것보다 저 자신의 아이디어를 굴리는 게 더 재미있었어요.


감독: 신태라, 출연: 강지환, 성유리, 이수혁, 김영광, 신민철, 신정근, 이희준, 손병욱, 최귀화, 박정학, 주영호, 다른 제목: Runway Cop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Runway_Cop.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8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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