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스콜피온 The Black Scorpion (1957)

2012.05.25 01:26

DJUNA 조회 수:9022


[블랙 스콜피온]이 나온 건 1957년. 50년대 할리우드 괴물 영화가 절정기에 접어들거나, 막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을 무렵이었죠. 별별 영화들이 다 나왔고, 또 별별 괴물들이 다 나왔었어요. 개미, 거미, 사마귀, 달팽이... 또 뭐가 있었지...

[블랙 스콜피온]의 괴물은 (당연하지만) 거대한 전갈입니다. 멕시코 지하 깊은 곳에 살다가 화산으로 구멍이 생기자, 그 틈으로 기어나와 사람들과 가축들을 학살하지요. 사람들은 처음엔 그걸 전설 속 악마 소의 짓이라도 생각한 모양이지만, 두 과학자가 괴물 전갈을 발견한 뒤로는 그 가설을 포기하게 되지요. 사실 더 말이 안 되는 건 거대한 원시 전갈인데 말입니다.

그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특히 괴물들이 안 나오는 초반 30분은 지루한 편이죠. 50년대 싸구려 저예산 영화에서 무얼 기대하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는데, 그건 당시 영화들을 잘 몰라서 하시는 말씀이시죠. [타란툴라]나 [그들]만 봐도, 각본은 상당히 탄탄한 편 아닙니까. 아이디어도 '방사능 폭발로 괴물 나왔다' 만 반복했던 게 아니었어요. 지금보면 바보 같이 들릴지 몰라도 아이디어는 충분했지요. [블랙 스콜피온]의 각본은 그 때의 기준으로 보아도 그냥 심심한 편입니다.

남은 건 특수효과입니다. 스톱 모션 특수효과의 거장 윌리스 오브라이언의 끝에서 두 번째 작품이죠. 실제 손작업은 대부분은 피트 피터슨이 한 것 같지만요.

괜찮냐고요? 괜찮습니다. 하지만 몇몇 한계가 보여요. 시대의 한계도 시대의 한계지만, 영화에 나오는 스톱 모션 전갈은 그냥 장난감 같아요. 표정이 보이지 않고 절지류 특유의 기계적인 동작이 스톱 모션과 만나다 보니 그냥 전갈만 나올 때는 심심하죠. 확대한 얼굴 모형의 클로즈업도 여기선 별 도움이 안 되고.

전갈이 멕시코 시티나 땅 속에서 주변 사물이나 다른 괴물들과 상호작용을 하는 중반부부터 영화는 더 재미있어집니다. 여전히 그리 진짜 같지는 않지만 그림은 훨씬 역동적이죠. 여기서부터는 오브라이언의 걸작 [킹콩]과 비슷한 장면들이 많아서 향수 돋죠. 실제로 오브라이언은 킹콩에서 사용했던 모형들을 여기에서 재활용하고 있습니다.

저예산으로 고생한 흔적이 역력한 영화입니다. 중반에 제작비가 떨어져서 피터슨의 차고 안에서 특수효과 장면을 찍었다죠. [킹콩]의 모형들이 재활용되고 몇몇 특수효과 장면들이 미완성처럼 남은 것도 그 때문이고요. 몇몇 흔적들은 귀엽기까지 합니다. 예를 들어 이 영화에 나오는 모형 장난감은 기차 모형 전문 회사인 라이오넬사 제품 로고가 붙어 있답니다. 기차 안의 승객들은 기차 창문에 손으로 그린 그림이고요. (12/05/25)

★★☆

기타등등
전 재난영화 속의 짜증나는 아이들에게 관대한 편인데(애들이잖아요!), 이 영화의 후아니토에 대해서는 그럴 생각이 전혀 안 들더군요. 얘는 좀 심했어요.


감독: Edward Ludwig, 출연: Richard Denning, Mara Corday, Carlos Rivas, Mario Navarro, Carlos Múzquiz, Pascual García Peña, Fanny Schiller

IMDb http://www.imdb.com/title/tt0050197/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3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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