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27 20:13
어쩌다 아픈 고양이를 맡아주고 있어요.
원래 주인은 고양이가 죽어가는데 별로 치료에 뜻이 없어서
보다 못한 이웃사람이 데려다 치료받게 하고, 임시로 저한테 맡긴거에요.
제 고양이는 지금 잠깐 부모님 집에서 지내고 있어서
제가 한두달은 아픈 고양이를 맡아줄 수 있거든요.
그런데 이 녀석에 대한 아무 정보 없이 처음 만나고서
그 커다란 체격과 우렁찬 목소리에 매우 놀랐어요.
중성화하지 않은 털이 긴 남자고양이인데
패르시안이나 터키시 앙고라 종류 비슷하고,
행동에도 거침이 없어요.
아무 곳이나 휙휙 올라가고, 오줌을 뿌리고, 털을 그야말로 뿜어내요.
말썽도 많이 부리지만 나무라도 들은 척도 안하는 뻔뻔 고양이에요.
잘 때는 제 베개가 제것인양 넉살 좋게 베고서,
앞발로 제 팔을 끌어안고, 턱도 제 손에 고이고 그러고 자네요.
귀찮고 알레르기도 점점 심해지고 이불도 털때문에 하얗게 되었지만
요렇게 애교 많은 고양을 누가 미워할 수 있겠어요?
그런 상태로 한 달간 잘 지냈는데, 그만 얼마 전에 다시 병이 도졌어요.
이 녀석을 구해준 이웃은 이미 치료비로 거액을 썼는데,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수술을 해야 한대서 또 그만큼 돈을 썼어요.
그간 자기 것도 아닌 고양이를 위해 이 사람은 한 달 월급 정도를 썼나봐요.
이 집엔 이미 다른 큰 개들이 많아서 고양이가 나아도 기를 수는 없답니다.
원주인에겐 고양이가 아파 죽었다고 했데요.
고양은 다행히 마취에서 깨어났고 이제 경과를 봐야 해요.
아직은 입원 중이구요.
이 녀석을 어쩔까 걱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