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이 하소연

2010.07.25 04:00

differin 조회 수:3680

나이 많은 남자 동기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여자들은 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 따라서 발전도 없다.

 어차피 그래서 회사에서도 여자들을 싫어한다.

 여자들은 공부 잘 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

 남자들도 다들 속으로는 나처럼 생각하지만 자신처럼 당당하게 말하지 못할 뿐이다."


그를 듣고 있던 여자 동기들 수 명은 저게 과연 진심으로 하는 말인지 뭔지 정말 황당해서 멍하니 있다가

그 순간을 보내버렸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로 몇몇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그 남자 동기와 어울리고

저와 몇몇은 그냥 그 인간과 말을 섞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오늘 회식 자리에서 한 사람 한 사람 각자 말할 기회가 있었는데,

기독교인이 아니라 무슨 소리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다윗이 자신을 괴롭힌? 적을 용서했다나 어쨌다나 하면서

"자신이 얼마 전에 여자 동기들에게 쓴 소리를 해서,

 몇몇 여자 동기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은 것 같은데,

 다 동기들의 발전을 위해서 말한 것이니,

 다윗처럼 아량을 발휘해 잊어주기 바란다." 라고 말했습니다.


그 얘길 들으니 더 열이 뻗치더군요.


자신이 한 얼토당토 않은 헛소리를 스스로는 합리적인 비판이지만, 기분이 안 좋을만한 얘기라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구요.

마음의 상처를 받은게 문제가 아니라, 그냥 그 사람이 헛소리 한게 문제입니다.

몇몇 여자애들이 옳은 소리 듣고도 삐졌다는 식으로 생각하는게 정말 무섭습니다.

게다가 자신이 여자 동기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었다고 생각한다면

가해자가 피해자보고 아량을 발휘해 용서하라느니 하는 헛소리는 더더욱 할 수가 없죠.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하다못해 동기들 모인 자리에서 공개사과라도 받아야 하나 싶기도 하고,

직장내 성폭력상담소라든지에 고발이라도 해야 하나 싶기도 한데,

일단 그 일을 생각할수록 내 짜증만 더 할 뿐,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못 알아들을 무개념 상대할 일이 깝깝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헛소리의 발단은, 

뭐든지 "내가 그거 해봤는데~ 그거 별로야" "내가 아는데, 그건 아니야" 라고

항상 남의 말에 딴지만 거는 그 사람을 비꼬느라

동기들 사이에서 "내가 해봤는데~ 별로야" 이 말을 유행어처럼 사용해왔고,

그 말에 평소 상처를 받았는지 어쨌는지 자신의 독선에 대해선 무감각하던 그 동기가

수박을 먹다가, 사람들이 수박 맛있다고 칭찬을 하자,

"내 고향이 수박 특산지인데 이 수박은 맛이 없는거다."라고 여느때처럼 빈정대기 시작했고,

"내가 먹어봐서 아는데~ 별로야" 라면서 유행어로 사람들이 놀려대니,

갑자기 "여자들은 남의 말을 안 듣는다 -" 라며 헛소리가 시작된 거였습니다.

수박 먹다가 정말 어처구니가 없어서 말이죠.

남자들은 다들 자신을 좋아하는데, 자기는 어느 집단에 가도 항상 여자들과 사이가 안 좋았다며,

그건 여자들이 남의 말을 안 듣고 발전이 없어서라고 얘기하더라구요.

그 사람의 "내가 해봤는데-별로야" 이 유행어를 여자들만 가지고 놀려댄 것도 아닙니다.

그냥 갑자기 여자들을 싸잡아서 수박 먹다 말고 회사에서도 싫어한다느니 헛소리를 해대는데 정말 황당하더군요.

여자들이 만만했던게지요.


그래놓고서는 강모 의원 얘기가 나오니

"아무리 그래도 여자들 앞에서는 그런 얘기 하면 안되는건데 조심성이 없었다"느니 하면서 또 잘난 척 해대더군요.


이전에는 사람들끼리 김치찌개 끓여먹는 얘기가 나오자,

그 사람이 앞전지살을 김치찌개에 넣어먹어야 맛있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건 넣어본 적이 없고, 항정살 넣어 끓여먹으니 맛있더라는 얘기를 누군가가 했습니다.

그랬더니 항정살 말고 앞전지살을 넣어야 '진짜로' 맛있는거라면서,

앞전지살을 넣어서 김치찌개를 먹어본 적이 없으면 말을 하지 말라고, 

앞전지살을 넣어서 끓여야 진짜 맛있는거고 다른 사람들은 그 맛을 모르는거라고 또 한참 우기더군요.


전 진심으로 이 사람이 좀 미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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