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크리스 마르케의 AK:구로사와 아키라의 초상(A.K:Akira Kurosawa)은 구로사와 아키라가 후지산 일대에서 '란'을 촬영하던 1984년 11월의 모습들을 담은 영화입니다.(84년이 맞나요? 갑자기 연도가 헷갈리는군요.

'란'은  다른 구로사와의 영화들이 그랬듯 비와 바람, 안개와 불의 조화가 최정점에 달했던 영화였습니다. 혹시 구로사와 영감에게 자연마저 통제할수 있는 초자연적인 힘이라도 있었던게 아닐까 궁금해 하는 이들이라면 한번 봐둘만 합니다. 

<배.고.파...>

2. 영화나 방송의 촬영현장을 가까이서 한번이라도 보신 분들이라면 화면에 비추는 것 이상으로 프레임 밖에서 많은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을 느끼실수 있습니다.

프레임 안으로 붐마이크가 들어갈까봐 붐대를 잡고 몸을 벌벌떨며 그 무게를 지탱하는 오디오맨, 키차이 때문에 상대배우와의 시선을 맞추기 위해 박스를 딛고 올라가

'감정연기'를 해야 하는 배우, 배우들의 손동작이나 도는 방향이 다음 장면과 연결될때를 위해 대본에 꼼꼼하게 기록하는 스크립터, 배우의 얼굴에 떨어지는 그림자와 

빛을 조절하기 위해 반사판을 들고서 컷이라는 외침이 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조명팀 등등.

종종 어떤 영화들은 프레임 안에서보다 밖에서 벌어졌던 일들이 더 드라마틱 하고 흥미를 끌기도 합니다. (당장 떠오르는 영화는 지옥의 묵시록과 위대한 피츠카랄도네요.)

A.K는 '위대한 구로사와 선생'의 경외감 속에 가려졌던 프레임 밖의 사람들에게 주목하는 영화입니다.

병사없는 장수가 없듯이 구로사와선생을 오랜기간 따르며 충성을 바치던 스탭들, 영화를 위해 동원된 엑스트라, 스턴트맨들, 그리고 구로사와의 영화에서 뺴놓을수 없는 제 2의 배우들인 말馬들이 후지산 산자락에 모여 위대한 영화는 어떻게 탄생되는가에 대한 힌트를 던져줍니다.

([SOD]나를_덮친_형수님의_노예가되어1985.11.[신작_유모].avi)

3. A.K에서 관객은 많은 장면들을 보게 됩니다. 안개와 비바람, 피로에 지쳐 바닥에 그대로 드러누워 버린 스탭들, 추운 날씨속에서 도시락 하나에 위로 받는 연기자들. 그리고 그들 뒤에 서있는 노인까지요.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서도 모호함과 신비감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습니다.


4. 이 다큐멘터리에서 뭔가 촬영중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라던가 극적인 갈등같은 것들을 기대하시면 좀 곤란할 듯합니다. 산탄총을 들고 감독의 집에 찾아가 죽여버리겠다고위협하는 미후네 도시로 같은 배우가 없으니까요.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 만큼이나 비와 바람이 많이 나오고, 구로사와의 영화와는 다르게 조용하고 일상적입니다.후지산에서의 촬영 스케쥴만 카메라에 답겨 있기 때문에, 정성일평론가가 영화사 7대 불가사의로 언급한 '그 장면'의 비밀 같은것도 안나옵니다.

심지어 이영화는 오프닝 크레딧과 엔딩크레딧조차 없어서 관객들은 친절한 안내인도 없이 잠시 구로사와 아키라의 촬영장을 힐끔 구경하고 나오는 기분마저 듭니다.

<이 장면의 비밀은 알수 없습니다.>


5. 아마도 저의 AK100관람은 이 영화가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 그동안 만났던 영화들을 천천히 정리하고 되새겨 보고 싶지만 시간이 허락할지는 모르겠습니다.


- 후지산 촬영 당시 말들이 달릴때 흙먼지가 나는 효과를 위해서 흙위에 시멘트를 뿌리고 다시 흙을 고른다음 찍었더군요. 토양 오염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을지 걱정되었습니다.


-의외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은 폭력이나 피에 대한 묘사를 두려워 한다고 인터뷰에서 밝힙니다.어린시절 관동 대지진이후의 참상을 보고 난 다음 트라우마가 생겼나봐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장면도 편집되면 어쩌지?)

- 상영관 로비에서 틀어주던 '7인의 사무라이' 예고편을 다시보다보니 정말 그영화가 다시 보고 싶어지더군요. 마지막의 전투장면만 계속 되풀이해서 틀어놓고 싶어요.

젊은 미후네 도시로는 아무리봐도 노홍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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