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에 가져갈 단 한 권의 책

2012.06.10 10:41

lonegunman 조회 수:4219



예를 들어, 당신이 지금 교보문고 한 가운데에 있는데 온 도시가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음식 코너고 뭐고 이미 손 쓸 수 없게 돼버렸고 남은 건 오로지 서가 뿐입니다

마침 가방 안엔 단 한 장의 지퍼백이 들어있습니다

물과 불과 먼지의 구덩이 속에서 온전히 지킬 수 있는 건 그 지퍼백에 넣을 단 한 권의 책인 거죠

물론 그것을 가지고 무인도로 탈출할 당신만의 방도가 있다고 해봅시다

바리바리 싸들고 떠난다 해도 결국 마지막까지 무사한 상태로 유지될 수 있는 건 바로 그 지퍼백 뿐입니다

그리고 무인도에 들어가면 영영 나오지 못합니다

전기나 와이파이같은 건 물론 안 되고 손 쉽게 리더기 하나 넣는 건 무용한 거죠


이런 상황에서, 단 한 권의 책을 선택한다면 무엇입니까?



그 책은 가장 좋아하는 책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평생을 씹고 뜯어도 말라비틀어지지 않을 책이라면 좋겠고

문장 하나 하나가 시적으로 풍부해서 어느 지점에서 멈춰도 날이 저물도록 사색에 잠길 수 있어도 좋겠죠

혹은 아주 짧은 분량이지만 백 만 번을 읽어도 질리지 않을 책일 수도 있겠고요


당신의 단 한 권은?






-이 달걀 속에는 당신 인생의 하루가 들어있습니다.

-설사 내가 당신의 말을 믿는다 하더라도,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하루를 도대체 무엇 때문에 당신에게 산단 말입니까?

-주머니 속에 이 달걀을 가지고 다니면 불행한 일을 당할 염려가 없습니다. 다가올 날이 너무 힘겹다고 생각되면, 이 달걀을 깨뜨려서 불쾌한 일들을 완전히 피할 수 있습니다. 물론 마지막에 가면 하루를 덜 산 셈이 되겠지만, 그 대신 끔찍한 하루를 가지고 먹음직스러운 달걀 부침을 한 접시 해 먹을 수 있을 것입니다. ... 한 사람이 행복해지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날들을 깨뜨릴 수 있을 것 같습니까?

-...그 달걀이 있으면 하루를 빼먹거나 혹은 저장해 둘 수 있다고 했는데, 물건도 그렇게 할 수 있습니까? 예를 들면 책 같은 것 말입니다

-물론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당신 자신을 위해 달걀을 이용할 기회를 잃는 거죠

<하자르 사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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