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학교 일 학년(날짜 보니 그래요) 때 친구 좋아하던 남자가 일방적으로 친구에게 바친 대학원 논문.

 ..............................이게 왜 나한테 있지?


2. 같은 친구 좋아하던 다른 남자가 절절히 써서 보낸 편지를 봉투째 고스란히 다른 봉투에 넣에 제게 보낸 편지.

.............................이게 왜  나한테?


 친구가 덧붙인 주석을 보니 '이 남자 엄청 웃기지?' 라는 뜻으로 제게 보낸 모양입니다. 쓸 데 없는 것에 연민의 정을 자주 느끼는 저는,  아마 남자의 절절한  진심이  그런 식으로 웃음거리가 되는 게  마음에  걸려서 쉽게 그 편지를 버리지 못한 것 같아요.  정말 그 남자가 마음에 걸렸다면 문제의 친구에게 돌려주고 따끔하게 말을 했어야 했는데 뭐 그땐 저도 그 친구도 어렸으니까요.


3. 세월을 훌쩍 뛰어 넘어, 다른 친구의 구남친 사진.

 ...........................이게  왜 나한테?


 그 구남친이 제 후배니까 제게 그 사진이 있다한들 크게 이상하진 않습니다. 친구와 구남친이 아주 정답게 같이 찍혔다는 점만 빼면요.

 장소를 보니 몇 명이 북벅북적 놀다 헤어지면서 찍은 사진이에요. 그곳에 갔던 때라면 남자가 한참 양다리 걸치고 있던 때죠.

그러니 이 사진을 친구한테 줄 순 없어요.


  1은 뭐 물건 자체에는 별 감상이 안 드는데, 그 친구가 늘 저런 식이었던 기억이 나서 일련의 남자들 생각에 짠하군요. 지금은 다들 잘 살고 있을 겁니다.

 2와 3은 재활용으로 내놓을 수도 없고 (주제와 무관하게, 사진용지도 재활용이 되나요?)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태우는 것도 오바고. 옆에 문서 파쇄기가 있으면 좋겠는데 집에 그건 없어요. 전동식이 아닌 이상 핸들 돌려서 갈 애정도 물론 없습니다. ㅋㅋㅋ

 

 이상하게 제 지난 연애의 부산물에는 별 감정이 안 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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