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생활바낭

2012.06.25 21:28

에아렌딜 조회 수:3214

사나운 꿈을 꾸면서 깨어났습니다.

귀국해서 집에 가서 엄마를 만나고 다시 돌아오려는데 배를 놓치는 꿈이었죠...


어쨌든 일은 일, 드디어 예약접수 전화를 받기 시작하는 날입니다.

전 일본어를 어느 정도 대화는 할 수 있어도 여기 사람들 억양이나 발음을 다 알아듣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종종 되묻곤 하죠. 

불편해서 그런지 몇몇 사람을 빼면 제게 말을 걸어오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전화를 받으려니 영 걱정이 됐습니다.

전화는 더더욱 잘 안 들리기 마련이고 손님들은 자꾸 되물으면 짜증이 날 테지요...


잠깐 신기한 게, 일본 사람들은 어어어엄청 예의바른 것 같습니다.

몇번이고 대화 도중에 감사합니다, 신세지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천만에요, 당치도 않습니다 등등의 말이 들어가고 그러면서 몇 번이고 고개를 꾸벅이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동방예의지국이란 말은 이쪽에 어울리는 것 같단 생각이 다 들곤 합니다. 뭐 조금 오버같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쓸데없는 오해의 여지같은 건 확실히 줄어들겠다 싶긴 해요. 

물론 그런 예의바른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라서... 

오늘 받은 전화도 그랬습니다.

꽤 연세가 있는 분이 빠르게 사투리가 섞인 말로 잔뜩 뭔가를 물어오는데, 도무지 알아먹을 수가 없는 겁니다. 게다가 하필이면 까다로운 요금표 질문...

어물어물하면서 예, 예.. 하고 있자니 '너 뭐하는 거야, 제대로 하고 있는 거냐'라는 요지의 호통이 날아왔습니다.

거의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로 죄송합니다, 요금은 얼마얼마입니다 했더니 끊으시더군요.


잠시간 정신이 나갔다가 사무실 바깥 구석에서 소리죽여 울었습니다.

별것 아닌데 왠지 눈물이 나더군요.

서럽고, 슬프고. 

왜인지 그냥 눈물이 줄줄 났습니다. 

목놓아 울고 싶었지만 꾹꾹 참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좋은 분들입니다. 

하지만 좋은 사람들이라고 해도 사적인 사정은 도무지 털어놓을 수가 없죠. 

어머니가 보고 싶어서 저녁에 전화를 했더니, 역시나 어머니는 '참아','다음부턴 그런 데서 울지 말고 프로답게 일해'하고 일침을 가하십니다.

우리 어머니가 이렇습니다. 항상 제 응석을 받아주지 않는 엄격한 사람이죠.

어머니가 옳다는 건 알지만... 가끔은 위로해줘도 좋잖아, 세상에 딱 한 사람 엄마쯤은 날 달래줘도 좋잖아.. 하고 섭섭한 마음이 드네요.


뭐 그랬단 이야기였습니다.

다행히 상사분이 무척 현명하고 좋은 분이라, 어떤 실패도 저질러보라, 책임은 내가 질테니, 하고 말해주시는 분이어서 퍽 다행이었습니다. 


내일은 내일대로, 또 힘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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