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정독도서관에 다녀왔어요. 어제까지가 기한인 책도 반납하고 희망도서로 신청해 놓은 책이 왔다고 해서 대여도 할 겸 일찍 퇴근해서 룰루랄라 즐거운 마음으로 갔지요.
하루 연체가 됐기 때문에 오늘 바로 대여를 하려면 하루치 벌금 100원을 내야 하는 것도 아침부터 신경써서 생각했을만큼 책을 반납하고 희망도서를 대여하는 건 중요한 일이었어요.
근데 막상 도서관에 가니까 정신을 못 차리겠는 거예요.
우왕- 이런 신간도 있네?
앗차- 이 책은 전부터 읽고 싶던 거였는데!
오오- 이건 지금 내 심리상태에 꼭 필요한 책인데?
그래- 이건 공부하고 싶은 분야니까 조금씩 읽어둬야지
이렇게 '우왕앗차오오그래' '우왕앗차오오그래'를 두어번 반복하면서 이런 저런 책들을 서가에서 꺼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다른 사람이 대여중인 책은 굳이 자료 검색대에 서서 로그인을 하고 예약 가능 권수를 꽉 채워 예약을 했죠.
몇 권은 가방에 넣고 또 몇 권은 팔에 들고 무겁게 집에 와서는 책상에 올려놓았어요. 아직 읽지도 안 았는데 어쩐지 뿌듯함을 느끼면서 말이죠.
그리고 샤워를 하면서 깨달았어요. 정작 희망도서는 빌리지 않았다는 걸요. ㅋㅋㅋㅋㅋ ㅠㅠㅠㅠ
아오- 정말 퇴근하면서는 분명 생각하고 있었는데 도서관에 도착해서 서가를 걷다가 까먹었나봐요. 그렇게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책이었는데 말이에요.
샤워하면서 이 사실을 깨닫고는 어찌나 황당하고 웃기던지요. 지금이라도 생각이 난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것인지 아님 이 건망증을 심각하게 생각해 하는 건지 알쏭달쏭한 상태에서 생각난 단어는 '충동대여'였어요.
쇼핑할 때 충동구매 못지 않게 도서관에만 오면 온갖 지적 호기심이 발동하면서 독서 가능 시간, 나의 독서 속도 등 현실적인 부분은 전혀 고려치 않고 일단 빌리고 보는 심리인 거죠. 그러고보니 예전에 구립도서관에서도 책을 잔뜩 빌려놔서 집에 빌린 책만 한 열 권이 됐던 적도 있었네요. 실제 몇 권을 읽고 반납했는지는 차마 밝힐 수 없...orz
하여간 뒤늦게 멘붕이 와서 정신을 수습할 겸 심야바낭을 써 봤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