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숨으면 좋을까요?

2012.06.13 14:19

해삼너구리 조회 수:3255

문득 아무 것도 안 하고 가만히 앉아서 물끄러미 나무가 움직이는 그림자를 바라보고

개미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좀 유치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자연 틈에 섞여서 그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해보고 싶은 그런 욕구요.

그런데 현대인의 삶은 너무도 번잡하고 정신을 빼앗기기 쉽지요.

너무 해야 하는 일에 둘러쌓여 정작 하고 싶은 일이 뭔지 곰곰히 생각해볼 겨를이 없잖아요.

그래서 어디 조용한 산에라도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꼭 산이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자연에 폭 둘러쌓인 느낌은 산이 제일 강하죠.

가장 먼저 떠오르는 템플 스테이를 알아보려니 이쪽은 의외로 너무 많은 것을 해야 하더라고요. 

별다른 프로그램이 없는 경우라도 공양과 예불 참여 정도는 의무로 되어 있고요.

무엇보다 비용이 너무 비싸요. 이건 정말 사찰 체험을 위한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라 그런지; 하루밤에 일인 4-7만원 정도의 비용을 받네요. 

산 속의 공간이란 그렇게 높은 비용을 요구하는 건가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저녁에 안심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안전한 실내 공간(물론 화장실은 있어야 겠고, 세면도 가능하면 더 좋겠지만) 뿐인데요.

식사도 제공되면 물론 편리하긴 하겠지만, 그다지 이에 대한 높은 기준은 없습니다. 

그저 삶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약간의 음식물을 섭취할 수 있으면 돼요. 

그리고 다른 건 아무 것도 필요없고(심지어 전기도 굳이 없어도 될 듯; 휴대폰은 꺼놓을 거고, 그밖의 전자기기는 안 가져갈 거니까)

그냥 아무 것도 신경 안 써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게 필요한 조건입니다. 

다음으로 생각한 건 휴양림인데, 아무래도 여름이라 휴양동은 너무 번잡할 거고; 

(지금 당장 갈 수 있는 게 아니라서 6월 말쯤으로 생각 중입니다. 주말을 최대한 피해 주중에 3-5박 정도)

산속 독채인 숲속의 집을 알아보니 이미 예약이 많이 차 있어 이쪽도 쉽지 않아보입니다.

더욱이 국립 휴양림은 화요일은 전체가 휴무인데다가

성수기를 위한 준비 기간이라 그 기간에 수리 들어가는 곳이 너무 많아요.

불가가 아닌 다른 종교의 산속 시설들도 잠시 고려해봤지만, 딱히 아는 곳은 없고.

그 다음으로는 이제 민박이나 펜션인데, 이건 너무 변수가 많아서 차마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조차 감이 안 잡힙니다.

더욱이 펜션은 짧게 팀을 꾸려 놀러가서 고기궈먹고 술마시고, 아니면 커플이 오붓한 시간 보내러 가고 이런 느낌이 너무 강해서. 

물론 그렇지 않은 곳도 더러 있을 줄은 압니다만, 제가 아는 곳은 없네요.

그래서 말인데 잠시라도 속세를 떠나 숨어보셨던 적이 있으신 분, 기억과 경험이 있다면 나누어주세요. 

결코 유명한 관광지가 아닌 곳에, 그렇게 편리하지는 않아도 상관없지만, 너무 시끄럽지 않고, 마음에 거칠 것이 없는 그런 곳이요.

아니면 그냥 아무 산이나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서 대충 간 다음에 현지에서 적당한 민박을 찾고, 

민박 주인과 비용을 조율할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만; 이건 위험 부담이 좀 있지요. 

무엇보다 저희는 자가용이 없어 대중교통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렵게 산 속 깊이 찾아갔다 갈 곳은 없고, 차 끊기고 어두워지고 이런 상황은 좀 곤란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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