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볼 때 예절

2012.06.18 18:34

clcl 조회 수:3680

 

 

어제 영화관에 가서 프로메테우스를 봤어요. 그런데 기분이 확 상하는 경험이 되어 버렸어요.

저는 혼자서 좌석 열의 왼쪽 끝 에 앉아 있었구요,

어떤 커플로 보이는 남.녀 두분이 저와 작은 통로 하나를 두고 떨어져서 앉아 계셨어요.

그런데 그 분들 중  남자분이 영화를 보는 내내 큰 소리로 여자분에게 말을 거시더라구요.

목소리를 조금만 줄이셔도 그렇게까지 거슬리지 않았을 텐데

그냥 일반적으로 카페에서 떠드는 목소리 정도의 음량으로 2~3분에 한번씩 말을 하셨어요.

"저게 아까 나왔던 그거지? 아, 내가 그럴줄 알았다니까!!", "샤를리즈 테론 우주복이 어쩌고 저쩌고...", "아, 존나 징그럽네" 등등등

한번에 두 세문장 이상을 큰소리로 말하기도... 특히 화면에서 사운드가 조용해 질때도 아랑곳없이 큰 소리로 떠들어서 흥이 확 깨지는 순간이 적어도 다섯번은 이상 되었어요.

 

참다가 참다가 머리 끝까지 화가 나서, 큰 소리로 쏘아 주려다가 몇번 타이밍도 놓치고, 좀 흥분을 가라앉히자며 일단 아무말도 하지 않았죠.

결국은 끝날때까지 아무말도 못했고 나중에는 그냥, 될대로 되라, 말하려면 하던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그냥 참았죠.

 

문제는 이게 첫경험이 아니었다는 거죠.

일전에 '내 아내의 모든것' 을 보러 극장에 갔을때도 저런 커플을 봤죠. 더구나 그분들은 바로 제 옆자리에 앉아계셨어요.

상영관이 사람들로 꽉 차었는데도 불구하고,  일상적으로 말하는 톤으로(조금도 목소리 안낮추고요) 계속해서 떠들었어요. 특히 남자분이 주로 말을 많이 하셨구요.

이번 커플처럼 영화 장면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하며 자신의 감상과 앞으로 벌어질 일들의 예측까지...

한 십분만이라도 온전히 조용히 계셔주면 좋을텐데 1분에 한번씩 계속 대화를 나누시고...

너무하더군요. 중반까지 혀를 깨물며 참다가 도저히 더는 참을 수가 없어서

"목소리좀 줄여주실래요?" 하고 말을 했는데, 제가 좀 화가 많이 난 상태이다보니 제 말투에서 짜증이 많이 묻어났어요. 스스로 놀랄정도로 목소리가 날카로웠어요.

옆에 앉으신 다른 분들도 조금 놀라신거 같고... 그렇게 말해놓고 나니까 꼭 저만 나쁜 사람인거 같더라구요. 아무도 그 커플 말하는거 신경 안쓰는것 같은데

나만 예민하게 반응하는거 같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엔 그분들이 너무 심하게 떠드셨고...

일단은 기분이 너무 안좋아졌어요. 조금쯤 미안하기도 하고, 짜증도 나고, 영화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끝날때까지 기분이 마냥 저기압...

그래도 그분은 제 지적 후로도 확실히 말은 좀 덜 하셨지만 그래도 아예 안하시지는 않더라구요-_-;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내가 너무 예민한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 정도 가지고 뭐라 그러면 안되는 건가? 싶기도 하구요.

그분들은 두 분이서 영화 다보고 밥이라도 드시면서 아까 일 따윈 잊으면 그만이지만, 저는 혼자 보러왔으니 영화가 끝나고도 저기압인 상태로 계속 있어야 하고... 

 

 

예전에 솔트 볼때는 같은 줄에 앉아계신 아저씨가 영화를 보는 내내 좀 나가서 받지 않고 전화통화를 어찌나 크게 해 대시는지, 한 열 통화 정도를 큰소리로 전화를 하시고...

너무 화는 나는데 아저씨한테 대들기는 무섭고... 그런 경험부터 시작해서 자잘한 불쾌한 경험들이 쌓이니까, 이제는 최대한 피해보려고 무조건 사람 없는

제일 뒷줄이나 한쪽 구석으로 일부러 자리 티켓팅을 하게 되어 버렸어요. 

 

 

저는 주로 혼자 영화를 보러 다녀서 일단 영화관에서 말을 할 이유가 없고, 가끔 둘이서 가도 영화 상영 중에는 말을 안해요. 하고 싶지도 않구요. 꼭 해야할 경우엔 상대방

귀에다 대고 소곤소곤...당연히 시작전에 핸드폰 무음으로 맞추고 영화가 시작되면 팝콘도 조용조용히 먹고(자주 사먹지도 않아요. 대부분은 그냥 물만 마셔요),

신발을 벗는다던지, 그런짓은 안하거든요.

일단 제가 그렇다보니 다른사람들도 이정도는 기본으로 해야하는것 아닌가하고 생각하고 있는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생각을 제가 가입한 모 카페에 말을 했더니

어떤분이 말씀하시길

"해외에선 떠들면서 영화보는게 아무것도 아니다, 중간에 박수도 치고, 악당이 나오면 야유도 해 가면서 자기 하고 싶은대로 해가며 영화를 본다.

자유로와 보이고 좋지 않느냐"는 요지의 말씀을 하셨어요.

저는 해외에서 영화관에 두 번 가 본경험이 다지만 그정도로 영화볼때 자기 마음대로 하는경우는 못봤거든요. 하지만 남미 쪽에서는 확실히 그렇다는 얘길 들은것도 같고요...

그래도 그런 자유로운 행동이 문화로 굳어진 곳이 아니라면 그러면 안되는거 아닌가요?

 

모르겠어요. 남들은 쿨하게 넘어가는 일을 저만 예민하게 굴면서 기분나빠하는건지, 아니면 충분히 불쾌감을 표시할 만한 일인건지...

듀게님들은 영화관에도 자주 가시고 하실테니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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