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개론을 보는 내내 불편했던 것은

어떻게 10년의 세월이 흐르면 이제훈이 엄태웅이 될 수 있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외모가 아니라 성격이요.

그 즈음에 학교를 다녔던 사람으로서 동기, 선후배를 다 떠올려 보아도

좋아하던 여자 앞에서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할 정도로 쭈뼛거리던 사람이

서른 즈음은 물론 마흔쯤에도 그런 능구렁이가 된 경우는 없더라구요.

물론 시간이 흘렀으니 예전의 수줍음같은 거 벗어버리고 어느정도 능글능글해졌지만

시적 허용같은 폭의 성격 개조를 본 적은 없네요.

그게 계속 영화에의 몰입을 방해했습니다.


요즘은 빅을 보면서 같은 생각을 합니다.

저는 18세의 강경준(배우 이름을 모르겠네요)도 좋고

팔랑팔랑하는 강경준을 품은 공유도 그 모습 그대로 좋아하지만

공유가 연기하는 강경준은 침대에 누워있는 아이랑 같은 사람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침대에 누워있는 아이는 십대 후반의 아이가 그렇듯이 

까칠하고 예민하고 얕잡아 보일세라 허세부리고 그러면서도 가끔씩 연한 마음의 속살을 보여줬지요.

그런데 강경준이 된 공유는 밝고 까불고 귀엽습니다.

말 한마디 살갑게 하는 법이 없던 아이가 이렇게 변했습니다.

침대에 누워있는 아이가 보면 손발이 오그라들어 한대 패주거나

경멸하는 눈초리로 "스뚜삗!'하고 지나갔을 거라는 생각이 들죠.


왜 감독은 둘의 연기의 톤을 맞추지 않은 걸까요.

제가 모르는 다른 이유가 있겠지요.

공유가 강경준의 까칠함을 그대로 가져왔다면 드라마의 재미가 덜 했을 것 같기는 해요.

강경준이 꽃받침을 하는 건 상상이 가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마음이 불편해요!!

저만 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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