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19 22:11
pc방 알바하던 시절 얘깁니다.
살짝 맛이 가서 카운터 프로그램이 작동하지 않는 pc가 몇 대 있었어요.
그러니까 그 자리에 앉으면 돈을 내지 않아도 컴질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자리 앉는 손님은 따로 체크해서 돈은 다 받고 그랬죠..
근데 자주 오던 초딩 여자아이 하나가 그 트릭을 간파하고는, 제 눈을 피해 그 자리에서 몰래 컴질하다 도망가는 사례가 발생합니다.
처음엔 좀 뭐라고 그러다가, 사장도 알면서 내비두는 분위기길래 저도 그냥 냅두기 시작했습니다.
어차피 장사가 그리 잘되던 pc방은 아니었던지라..
더이상 제재가 가해지지 않음을 파악한 그 아이는 이후 pc방을 지 놀이터처럼 드나들기 시작합니다.
키배중이던 제 옆에 붙어앉아 수다를 떤다거나 장난을 거는 일도 많아졌구요.
아마 5학년인가 6학년인가 했을텐데.. 키도 크고 예쁘장한 편이었죠.
전학 와서 친구가 없어서 심심하다거나, 집에 가도 아무도 없다거나,
학교에서 선생님이 애들에게 이상한 짓을 하다가 짤렸다거나,
근데 원조교제가 머에여? 라거나 ... 하는 대화를 주로 했습니다. .......
자기 생일인데 우리집에 놀러올래요 하길래 좀 어이없어진다거나,
전화기 가지고 장난치는 걸 뺏으려 했더니 다리 사이에 끼우고는 꺄악 변태야 거리는 걸 팔을 꺾어서 뺏는다거나 ....
뭐 그런 일들이 조금 있었습니다.
어느 날인가 이래저래 컨디션 안좋고 짜증 잔뜩 나있는 날이 있었는데,
4학년 여자아이들 여럿이서 지들끼리 '맞다니까-' '아니라니까-' 하며 싸우더니
제게 와서 묻습니다.
아저씨 저 언니 좋아하는 거 맞죠? 그죠?
...........뭐?
맞잖아요. 그러니까 맨날 공짜로 하고 가도 머라고 안하잖아요.
짜증이 있는대로 치솟아서 저는 하두리 캠질중이던 그 아이의 pc 전원을 거칠게 꺼버리고는
너 나가. 해버립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버린 그 아이는 이후 두 번 다시 오지 않았어요.
그러고 3년쯤 지난 후던가..
빨간머리 펑크걸이 되어 담배를 피고 있는 그 아이와 길에서 마주칩니다.
멀리서 저를 알아보고는, 못볼 걸 봤단 듯이 침을 한 번 뱉고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버렸어요.
아 쫌 슬퍼지네. 아저씨가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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