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히 말하자면,
시조새는 해부학적으로 새보다 공룡에 가깝고, 새의 직계조상이 아닐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샤오팅기아와 함께 공룡으로 취급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하죠.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공룡과 조류 사이의 중간화석들이 엄청나게 발굴되면서
시조새 외에도 '조류'의 기준에 맞는 종이 많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깃털공룡의 발견 이후로 공룡과 조류의 구분이 좀 더 세밀하게 조정되었다는 점 때문입니다.
공룡에서 조류로 진화했다는 사실이 틀린 게 아니라,
공룡과 조류를 보는 학계의 시각이 달라지면서
시조새의 위치와 다른 종의 위치도 달라졌다는 것이죠.
제대로 말하자면, 시노르니스/장익조/공자새 등의 원시조류들을 다 놔두고
왜 시조새만 교과서에 나오냐고 항변하는 게 맞겠죠.
교과서들은 공룡에서 조류로 진화했다는 증거로 시조새를 들고 있지만,
오늘날 학자들은 조류가 공룡의 일종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하지 않을까, 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공룡이 멸종한 게 아니라, '조류'라는 일부 공룡의 종이 살아남았다고 말이죠.
실제로도 공룡은 파충류보다는 조류와 더 가깝습니다.
지금은 고쳐졌다고들 하지만,
여전히 몇몇 교과서에서 말과 시조새를 활용하는 방식은 정향진화설에 가깝습니다.
말의 몸집이 커지고, 공룡이 날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한 거죠.
하지만 조류는 날기 위해 진화한 게 아니라, 추위를 이기기 위해 깃털이 생기고,
깃털이 생기다보니 우연히 나는 놈도 생겼다고 보는 게 더 맞지 않을까 합니다.
말의 몸집이 커지고 발굽이 생긴 것을 진보라고 한다면,
인간은 네안데르탈인보다 뇌용량이 작아졌으니 퇴보한 걸까요?
말이나 시조새 말고도 진화의 예시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천재교육의 교과서는 말의 진화를 삭제하고 더 확실한 고래의 진화를 넣는다고 하더군요.
확실한 진화의 증거로는 틱타알릭 로제 같은 것도 있고요,
아니면 위의 블로그에서도 언급한 단세포-다세포 진화나 뿔도마뱀 같은 사례도 있습니다.
이렇듯 진화의 증거가 확실한데도 여전히 사람들은 헷갈리곤 합니다.
대체 왜 진화론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이랬다가 저랬다가 말이 바뀌냐는 거죠.
그건 이렇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아직도 "진화론은 진화하고 있다"고요.
최근에도 새로운 증거들이 속속 발굴되고 있고, 그동안 알지 못했던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지요.
그리고 가장 많은 오해를 사는, '중간종'이라는 개념 때문에도 헷갈리시는 분들이 많죠.
'중간종'이 반드시 둘의 '중간' 시기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진화가 바통 이어받듯이 이전의 종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며,
일직선상이 아니라 다양한 종으로 분화되었다가 몇몇이 계속 진화하고
몇몇은 외형의 변화가 뚜렷하지 않은 진화를 하기도 하죠.
분자생물학의 발달 덕분에 생물학자들은
진화속도와 외형변화가 관련이 없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DNA는 빠르게 변해도 외형은 변하지 않는 경우도 꽤 있다는 거죠.
또한 지금도 인류의 진화는 빠르게 진행중이라고들 하더군요.
이미 교진추에 대한 반박이자 청원서가 나왔으니, 교진추의 삽질은 정리가 될 겁니다.
하지만 교진추가 이미 작년에 내놓은 책 [교과서 속 진화론 바로잡기]를 기반으로
교과서 개정 활동을 추진하던 걸 여태까지 수수방관하다가
이제와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 뒷북 대응만 한다는 점은 여전히 문제입니다.
앞으로도 이 책의 내용을 기반으로 활동할텐데,
미리미리 대비하고 대처했더라면 "창조론VS진화론'이라는 식의 어처구니 없는 일은
아예 생기지도 않았을 겁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극적으로 보이기 위해 창조VS진화 구도를 써먹고,
어떤 사람들은 창조과학을 신봉하는 사람들에게 말려들어 그러한 구도를 고착화시키고 있죠.
그래도 대응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니, 조만간 교과서가 그동안 남겨뒀던
지난 세기 진화론의 잔재를 털어내고 개정이 되리라 봅니다.
교과서에는 이번 기회에 틱타알릭 같은 걸로 바꾸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