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뮈와의 불화가 사르트르에게 어떤 대가를 치르게 했는지에 대해서는 추론할 길이 없다. 왜냐하면 그가 그 점에 대해서 직접 언급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는 달리 그가 카뮈에게 깊은 충격을 주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어느 정도냐 하면 이 사태로 인해 카뮈는 침묵 속으로 완전히 가라앉아 버릴 정도였다. 그의 생의 말년에 먹구름이 드리워진 셈이었다. 카뮈는 그 자신의 고통, 배신당했다는 감정, 심지어는 결렬로 인해 입은 공개적인 수모 앞에서 몸소 겪었던 수치심이 가라앉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전락>에서 거의 강박관념을 가지고서 다루고 있다. 사르트르는 1960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카뮈가 세상을 떠난 직후에 쓴 추도사에서 이 작품을 그의 모든 작품들 중에서 "어쩌면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덜 타협적인" 작품으로 규정하고 있다. (18쪽)

 


* 카뮈와 사르트르가 모두 세상을 떠난 이후, 보부아르는 말년에 자기가 이전에 했던 선언들을 문제시하는 이야기들을 했다. 그녀는 1943년 이후부터 유명해진 두 젊은 작가를 비교하는 소리를 들었고, 그보다 한참이 지나서는 그녀 자신도 카뮈에게서 사르트르의 문학적 라이벌의 모습을 보았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카뮈라는 존재의 명성은, 그녀가 사랑했던 그 작고 흉한 천재를 압도할까 두려워했던 그대로였다는 것이다. 두 남자가 만난 이후, 그녀는 사르트르를 위해 마치 카뮈와 경쟁하듯 글을 쓰게 된다. 노년에 접어들어 그녀는 카뮈와의 첫 만남 이후 사르트르가 그에게 완전히 빠져 있었던 그 강렬함으로 인해 불안감을 느꼈었다는 것을 인정했다. 사르트르는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을 부를 때 사용할 법한 말들로 카뮈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던 것이다. 보부아르가 알고 있었던 대로 사르트르가 "가장 이성애적인 남자"였던 만큼, 그녀는 더욱 더 카뮈에 대한 그의 "심취"가 당황스럽고 불안했던 것이다. (52쪽)

 


* (1952년 둘 간의 절교의 계기가 되는, 카뮈를 비판하는 20쪽가량의 답변글에서) 과도하다 싶은 언어, 그러나 철저하게 계산된 언어로 사르트르는 아주 뛰어나면서도 사람을 당황하게 만드는 묘기를 보이게 된다. (312쪽)

 

 

* 사르트르와의 절교는 노벨 문학상으로도 자신의 향수를 해소할 수 없을 정도로 카뮈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334쪽)

 


* 70세가 되었을 때 자기가 나누었던 여러 사람들과의 원만하지 못했던 우정, 특히 카뮈와의 불화에 대한 질문에 대해, 사르트르는 이렇게 답하고 있다. "내가 남자들과 맺었던 우정들은 여자들과 맺었던 사랑보다 더 강하지 못했다."
"여러 사람들, 특히 남자들(카뮈, 메를로퐁티 등등)이 당신의 삶에서 빠져나갔습니다"라고 지적한 질문자에게, 사르트르는 남자들과도 오래 지속된 우정을 가졌다고 이의를 제기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가 손꼽을 수 있는 남자들과의 우정은 젊은 시절에 맺어진 것들이었으며, 사르트르-보부아르의 이른바 "식구"(사르트르&보부아르의 옛 제자들, 추종하는 무리)의 일원들과 맺었던 것들이었다. 카뮈와의 불화로 인해 "정말로" 충격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고 말한 후에, 사르트르는 그와 함께 보냈던 좋았던 시간들을 회상하고 있으며, 놀랍게도 카뮈가 마치 그의 진짜 마지막 친구였던 것처럼 말하고 있기도 하다. (347쪽)

 


* 카뮈의 깊은 침묵과 작가로서의 정체성의 상실은, 사르트르와의 단절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가? 이 피에누아르(카뮈)는 파리에서 문학적 명성을 쥐락펴락하는 자에 의해 축출되었다. 우아한 침묵을 지키는 쪽으로 지나치게 경사된 카뮈는, 그 어떤 주제라도 토의하고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한 지식인(사르트르)에 의해 공개적으로 비난을 받고 공격을 당한 것이다. 자신의 목소리를 알리려는 생각을 하고 있던 反공산주의 성향의 좌파에 속했던 한 사람이 좌파 지식인들(사르트르, 장송 등)에 의해 꾸짖음을 당한 것이다. 지방 출신으로 출세한 사람이 그 자신의 지적 나태함과 일천한 교육으로 인해 "특권 지식인 계층"에 의해 비웃음을 산 것이다. 1954년과 1955년에 썼던 글들에서 카뮈는 배반, 고립화, 내적 고통, 은둔 생활, 예술적 고갈 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3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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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습니까. 발췌부분만으로도 흥미롭지 않습니까 ㅋ

도서관에서 처음 이 책 <사르트르와 카뮈 (우정과 투쟁)>을 뒤적였을 땐, 저자가 사르트르 전문가인 데다가 언뜻 눈에 들어오는 내용들로 보아

이 책을 읽으면 카뮈에 대한 좋은 인상이 살짝 깨지는 건 아닐까 해서 안 읽으려 했는데(유명인들의 사적 기록책을 읽으면 좋은or중립적인 인상에 기스가 나는 경우가 있어서요)

웬걸.. 저자는 오히려 카뮈를 '살짝' 더 호감가는 방향으로 비춰지게 기술해서 흐뭇 ㅋㅋ

사르트르가 하늘에서 이 책을 읽었으면 자기 전문가의 탈을 쓴 카뮈팬 아닌가 싶어, -.- 했을 수도.

물론 사르트르의 천재성이 군데군데 느껴지는지라 사르트르에 대해서 재차 감탄하게 되지 특별히 이상한 인상을 받게 되거나 그런건 아닙니다.

단지 사르트르가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좀 알겠는 정도..ㅎ

 

암튼 현재 100쪽 가량 남았는데, (번역이 군데군데 아쉬운 점을 빼면)

내용이 재밌고(아주살짝 자극적이기도 해서 책의 우아함이 살짝 떨어지기도..ㅎ) 쏠쏠하게 알게 되는 것도 많고 좋아요.

제가 카뮈-사르트르 둘 간의 관계, 논쟁사를 구체적으로 몰랐던지라 더 재미있게 읽는 걸 수도요.

 

 

 

p.s) 세 인물의 <연대기>

카뮈 : 1913년 출생 - (1943년 카뮈&사르트르 첫만남 - 1952년 절교) - 1957년 노벨상수상 - 1960년 사망
사르트르 : 1905년 출생 - 1964년 노벨상수상(but 수상거절) - 1980년 사망
보부아르 : 1908년 출생 - 1986년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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