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맨의 연회

2012.07.05 19:57

렌즈맨 조회 수:1896

최근 인터넷으로 [헤스톤의 연회 Heston's Feast http://www.dailymotion.com/relevance/search/heston%27s+feast/1 ] 영상들을 보다가 문득 한국에서도 이런 걸 해볼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아래 음식들은 제가 실제로 만들어보거나 먹어본 것이 아니라 그냥 혼자서 '이 시대에 구할 수 있었던 식재료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이 뭘까?' 하고 컨셉만 상상해본 것들입니다. 물론 나중에 여유가 생긴다면 직접 만들어 먹어보고 싶습니다.

 

<한국고대사 연회>

아래 요리들은 각각 고조선, 백제, 고구려, 신라를 나타냅니다.

[Amuse-bouche: 달래와 쑥을 넣은 수수 부꾸미]

단군신화에서 따온 것으로, 보통 마늘과 쑥으로 잘못 알려져있지만 그 당시에는 우리나라에 마늘이 없었기 때문에 달래로 보는 게 맞다고 합니다. 수수는 고조선 시대부터 중요한 작물 중 하나였고, 수수 부꾸미 색깔이 곰을 연상시키는 면이 있어서 넣어보았습니다. 원래는 곰발바닥을 할까 하다가 참았습니다.

[Starter: 간장더덕구이 + 마즙 + 연근튀김 + 무채 샐러드]

불교가 융성한 백제에서는 오랫동안 고기를 법으로 금지한 바 있었던 점에 착안하여, 우리 조상님들이 옛부터 먹어왔던 뿌리채소를 몇가지 모아 채식 샐러드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막걸리식초와 소금을 뿌리고 섞어서 먹습니다.

[Main: 된장소스 멧돼지 스테이크와 백김치 메밀전병]

고구려에는 소위 맥적이라고 하는 지금의 불고기와 같은 음식이 유행하였고, 된장이나 김치도 이미 그 시대에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이 시대에 고구려인들도 상추를 길러 먹고 있었으므로 이 요리 또한 상추쌈으로 먹어도 무방합니다. 또한 고구려에서 재배되던 메밀이 일본으로 전해졌다는 기록이 있어서 메밀전병을 넣었는데 고구려에는 고추가 없었으므로 김치는 백김치로 대체하였습니다.

[Pudding: 구운 개암열매를 넣은 떡과 난초꿀차]

삼국사기에 신라에 개암열매(헤이즐넛)가 많았다는 기록이 있고, 삼국유사에 가야의 김수로왕이 난액(蘭液)이라는 음료를 줬다는 기록에서 난액이 난초꽃 향이 나는 꿀차일 것으로 추측해 보았습니다.

 

<고생물학 연회>

아래 요리들은 각각 선캄브리아대,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를 대표하는 동식물들로 꾸몄습니다.

[Amuse-bouche: 매생이+해파리+우뭇가사리 젤리]

만약 타임머신을 타고 선캄브리아대로 날아가서 먹을 것을 찾는다면 아마 저런 것들 밖에는 구할 수 없을 겁니다. 이왕 하는 김에 실제 바다를 옮겨놓은 것처럼 리얼한 수족관 모양으로 만드는 것이 좋겠습니다.

[Starter: 바닷가재+키조개관자+석이버섯+고사리 샐러드]

고생대에 번성한 갑각류, 연체류, 지의류, 양치식물입니다. 모양을 잘 다듬어서 삼엽충과 완족류처럼 보이게 만들면 그로테스크하니 좋을 것 같습니다.

[Main: 송화가루와 잣가루에 재운 오골계닭다리 송이버섯 찜과 은행구이]

중생대라면 역시 공룡이겠지만 조류도 공룡의 한 종류라고 보는 입장에서 닭을 골랐고 그것을 중생대에 번성했던 겉씨식물들과 함께 조리한 것입니다. 조리했을 때 모양이 최대한 공룡과 비슷하도록 오골계를 선택했습니다. 조류의 발이 공룡의 것과 흡사하기 때문에 반드시 닭다리에는 닭발이 붙어있는 편이 손님들에게 콤프소그나투스 다리라고 구라 치기에 좋을 듯합니다. 버섯은 백악기에 처음 등장했는데 당시의 울창한 침엽수림에서 자라났을만한 버섯이 뭐냐고 묻는다면 아마 답은 한 가지 밖에 없을 듯합니다.

[Pudding: 벌꿀 젤라또와 체리타르트]

디저트는 각각 포유류와 속씨식물을 의미하는 우유와 체리로 각각 빙하기와 간빙기를 표현하여 마무리하였습니다. 아이스크림을 적절히 퍼놓은 다음 코코아 가루로 덮어서 매머드처럼 보이게 만들면 어떨까도 싶습니다.

 

 

언젠가 만들게 되면 사진도 올려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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