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당직 근무중

2012.07.05 20:54

via 조회 수:2593

일주일에 한번 정도 있는 당직날입니다. 아침에 일찍 도서관 문을 열고 밤에 문을 닫고 가요.

사무실에 혼자 앉아서 밀린 업무를 하다가,  한바퀴 휙 둘러보고 돌아와서 밀린 듀게질을 하다가 (17페이지나 밀렸네요 ㅎ)

저 뒷페이지에 중학교 도서관 자원봉사하시는 분 글을 읽고 수다떨고 싶어져서 글쓰기 버튼을 눌러봤어요.

도서관 얘기를 반가워하시는 분이 많아서 괜히 좋네요.

 

공공도서관에 들어오기 전에 저도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잠깐 일한적이 있어요.

저는 서가 정리의 맛이 책등을 가지런히 맞춘 후에 반듯하게 각맞춰서 쭉 도열된 책들을 보면서 뿌듯해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어린이 책은 워낙 판형이  들쭉날쭉해서  애시당초 책등을 맞추는 건 꿈도 못꾸고

또 애들 손도 엄청 많이 타서 서가가 금방 엉망이 되요.

한트럭 정리했다 싶으면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우당탕 쓰나미처럼 들이닥쳐서 이것저것 마구 뽑아보고는

수업종이 치면 썰물처럼  솨- 하고 빠져나가요. 

아이들이 떠난 자리엔 미역처럼 책들이 이리 저리 널려져있구요.

전 또 해녀처럼 그걸 하나하나 주워다가 일일이 정리하다보면 또 쉬는 시간이;;

아, 헬게이트 오쁭 ㅠㅠ

 

재미있는 일도 많았어요.

제가 학교에서 일할땐 무인도에서 살아남기, 위기탈출 넘버원 같은 '생존 만화책'이 최고 인기였는데

어느날 뛰어놀다가 다쳐서 다리에 깁스한 남자애가 아빠랑 같이 책을 빌리러 왔었어요.

애가 다리를 쩔뚝거리면서 위기탈출 넘버원 세권을 골라왔는데

아빠가 책제목과 아이의 깁스한 다리를 삼초간 번갈아보시다가

'넌 왜 니 위기는 탈출하지 못하는 거냐!!!'고 버럭하시면서 애를 업고 가셨어요.

전 뒤에서 웃음참느라 얼굴이 오징어가 되고,  아! 이거시 애끓는 부정인가 막 이러고 ㅠ

 

지금 일하는 공공도서관에서도 가끔 학교에서 도서관 견학 신청이 들어와요.

보통 도서관을 한바퀴 둘러보고, 도서관에선 어떤 일을 하나 나름 프레젠테이션;; 같은 것도 하고

마무리는 어린이 자료실에서 책 읽기로 끝나는데요.

요번에는 처음으로 유치원 원아들이 견학을 와서 나름 초긴장했었어요.

맨날 울궈먹던 초딩용 도서관 소개 PPT 파일도 쉽게 바꿔서 다시 만들고,

저랑 절대! 안 어울리는 '어린이 여러부운~'  '와! 참 잘했어요!' 이런 가증스런 말투도 집에서 혼자 연습했습니다;; 

다행히 별탈없이 잘 끝났어요. 

전 그 와중에 저희 도서관 프로그램인 어린이 독서퀴즈 참여율 좀 높여보겠다고 

연습했던 토나오는 목소리;;로 동화책을 읽어주고

글도 잘 못읽는 애들한테 문제 풀어보라고 책을 마구 들이대는 만행을 저질렀지요.

실적이 중요한 담당자의 애환입니다;

새싹반 어린이들은 참 귀엽고 착하고 연애질도 잘하더라구요.

분홍옷 파랑옷 입은 여자 어린이랑 남자 어린이가 손을 꼭 붙잡고 놓질 않는걸 보니 

자연스레 눈알에 눈물이. 

 

아, 다시 도서관 한바퀴 둘러봐야할 시간이네요. 기회되면 다음 당직날에 분실물 사건을 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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