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굉장히 무관심하고 둔감해요.
평생을 여초환경에서 살면서 + 섬세한 관심을 필요로 하는 가족과 살면서 더 나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저게 제 본래 성격인 거 같아요.
그래서 남자친구에게 한소리 들었습니다.
당시 저는 고등학교 친구들을 모처럼 만나서 신나게 논데다
맛있는 카페 맛있는 식당 맛있는 바의 삼테크를 성공적으로 밟아서 기분이 좋았어요.
그리고 남자친구는 다른 도시에서 몸살로 며칠째 앓고 있는 상황이었구요.
전 남자친구에게 약 다섯시간 정도 연락을 안 했습니다.
그 전날에는 자주 자주 전화했던 것과는 대비되지요.
다섯시간만에 전화했더니 저를 나무라더군요.
그 순간 화가 나서 저도 같이 뭐라고 했어요.
1. 좋은 기분을 망쳐서
2. 어제 전화는 자기가 먼저 번번히 쉬어야겠다고 끊음
3. 본인도 연락이 없었음
4. 내가 본인의 연락을 씹은 것은 아님
5. 평소에도 내가 훨씬 연락을 많이 함
이게 제 분노의 심리구조 및 근거였는데
남자친구는 그냥 자기는 아픈데 자신에게 무관심한 제가 원망스러웠던 거 같아요.
아 그런데 전 사실 남자친구가 며칠간 앓는데 지쳤어요. 이래보지 그래 저래보지 그래 얘기하면 툴툴거리며 다 거절하고, 내가 이렇게 해줄까 저렇게 해줄까 해도 불만에 회의적인 반응. 아파서 힘든건 알겠지만 제 그릇으론 그냥 왕짜증이었죠...
그래서 그 날은 정말 남자친구에게 관심이 없었어요.
아프든 말든 모르겠다 이런 생각도 안 들만큼 아웃 오브 안중이었어요.
아 그래서 정말로
내가 나쁜 사람이고 배려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남자친구를 달래줬네요.
그런데 전 솔직히 그래요.
달면 삼키고 쓰면 뱉고싶어요.
그저 좋은 것만 좋네요.
며칠이 지난 다음에도 계속 마음이 불편해요.
좋은 사람이 되고싶은 마음이 강한데 한편으로는 그 과정에서 괴로울 걸 아니까 별로 되고싶지 않아요.
아무튼 남자친구는 아픈 기간 동안 저에게 실망을 많이 했는지
이런 여자와 계속 만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했다는데
전 그것도 짜증이 나네요.
그런데 전 남자친구보다 제 고양이 걱정을 더 많이 하는 무정한 여자인 걸 스스로 너무 잘 알기에
찔려서 남자친구 앞에서는 짜증나는 내색을 못 하고 살아요.
아 그냥 헤어져서 좋은 사람이 될때까지 혼자 맘을 다스려야 할까봐요.
균열 시작은 안좋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