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16 07:30
90년대 후반, 캠코더 영화가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서울에서 열린 10만원 비디오페스티벌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퍼진 이 영화제는 오늘날 UCC의 전신인 격으로 고삐리들도 편하게 영화 찍어서 출품할 수 있었다.
나 역시 이 시기에 가정용 캠코더로 영화 몇 편 찍은 적이 있다.
상도 한 번 받아봤지만 그 영화를 지금 찾을 수가 없기에 넘어가기로 한다.
벌써 13년 전이다.
당시 영화를 좋아하던 고등학생들은 이 캠코더 영화제를 통해 자신들의 실력을 유감없이 뽐내기도 했다.
헌데 이 고등학생들의 영화를 보면 대체로 비슷한 구석이 하나 있다.
바로 음악이다.
대체로 쓰는 음악들이 라디오헤드, 블러, 오아시스 등 브릿팝들이 주를 이뤘다.
좀 특이할 사항이라면 당시 개봉했던 영화 '트레인스포팅' 탓에 루 리드의 '퍼펙트 데이'를 쓰던 고삐리들도 많았다.
당시 고삐리들 영화의 주요 내용은 '공부에 치인 고삐리들의 우울과 좌절'이었기 때문에 어쩌면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들이었을 것이다.
나 역시 라디오헤드 노래 한 번 영화에 쓴 적이 있었다.
요즘 새삼 이런 노래들에 꽂혔다.
이 시기 노래들을 듣고 있으면 어쩐지 밑바닥으로 점점 가라앉는듯 하지만 마음이 편안해진다.
한때 라디오헤드의 노래들을 들으며 "이런 노래 들으면서 자살하면 참 편안하게 죽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런 식의 불안과 우울감 때문인지 브릿팝들이 요즘 참 좋다.
어서 좀 활기찬 노래를 들어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