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네가 같은 쓰레기를 좋아한다고 걔가 네 영혼의 반쪽인 건 아니야

Just because she likes the same bizzaro crap you do doesn't mean she's your soul mate.


500일의 써머에서 찌질거리던 오빠 토끼군에게 끌로에 모레츠가 했던 명대사죠

우린 때로 서로의 영혼을 들여다 볼 수 있다거나 들여다 보고 있다거나 하는 착각을 하고

취향이란 그런 경우 참 손쉬운 바로미터죠

우린 보통 바흐가 될 수 없으니 차라리 손쉽게 바흐를 좋아하고, 

영혼의 모양을 볼 수 없으니, 손쉽게 취향의 닮음을 영혼의 닮음으로 여기는 겁니다


라는 문장 이후로 뭔가 되게 길게 썼다가 다 지우고 노래 한 곡 링크합니다.

얼굴과 오체불만족과 가치 판단과 인류애와 우주의 소멸과 휴거, 사랑과 평화, 화해와 용서, 오독, 눈물의 상봉, 영혼과 물리주의, 영웅의 귀환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아니면 적어도 그 중 몇 가지이거나


어릴 때 절대 좋아지지 않을 거라 여겼던 몇 가지 중 몇 가지가 아메리카노, 향수, 그리고 멜로디 무시하고 끝도 없이 중얼거리는 미국식 포크송이었는데

그 중 마지막 것에 해당되는 노래입니다

마치 일주일에 한 번씩 꿈이 바뀌는 옆집 여자애가 이번엔 가수가 되겠다며 코드 몇 개 배워서 별 시덥지도 않은 얘길 가사로 붙여 제 나름엔 자작곡이라며 폼을 잡고 들려주는데, 처음엔 얼씨구? 하며 듣다가 갈수록 의외로 감동을 받았지만 왠지 감동받았다고 하기엔 자존심이 상해서 심드렁하게 뭐, 괜찮네, 잘 해봐.라고 툭 던지고 싶은 그런 감동이 들어요. 그 여자애는 위대한 가수가 되겠다며 스스로를 '위대한 에미 emmy the great'라고 이름붙이고 자기 연습장이며 온갖 책들에 위대한 에미를 싸인해 넣는 거죠.

시트콤 프렌즈를 언급할 때부터 키득거리며 듣다가 마그네틱 필즈에게 퍽킹 러브드 잇, 할 땐 빵 터졌다가 그녀의 호흡에 맞춰 한 줄 한 줄 읽어내려가다보면 끝엔 틀림없이 감동이 온다니까요. 엄청나게 긴 취향의 나열같은 노래지만 그래도, 그래서 더욱 누군가의 영혼을 들여다본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해주죠. 그 착각의 말로와 그 폐허를 딛고 일어서는 용기에 대한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아무튼, 제목과 상관있는 노래입니다, 영 쓸데없는 얘기나 하고 바이트나 버리고 가는 포스팅은 아니라고요








오늘밤 널 만나고 싶어

우습지 않니?

만나서 하는 일이라곤 싸우는 것 뿐이었잖아

널 사랑했었어

너무 오래

네가 없는 날 상상하기 힘들만큼


머리가 아파

영원히 일어나고 싶지 않아

s club 7이 해체하던 날보다 더 우울해

난 낮이 싫어

낮이 날 싫어하니까

다른 모두가 그렇듯이


다시 혼자가 되어 멍하니 앉아있자니

마치 흔한 프렌즈 에피소드 중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야 

대체 미국인의 삶이란 무얼까?

대략 연애, 커피, I'll be there for you?


날이 저물 때쯤엔 술 한 병과 마주보고 서로 희롱하며 수작을 걸다가

12시 종이 치면 만취상태인 내 꼴을 보란 듯 너에게 전활 걸어야지

'죄송한데요, 미스터 C, 혹시 아드님 집에 계신가요?

좋은 밤이네요,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혹시 아드님이 혼자 나가던가요?

있죠, 일곱 달 전인가 걔가 저한테 빌려준 책이 한 권 있는데요

길에서 태워버릴 예정이거든요

제가 이렇게 괴로워하고 있다는 걸

아드님도 아셔야 되지 않겠어요?

아니면, 혹시, 저한테 돌아오지 않겠냐고 말씀 좀 전해주실래요?'


네가 떠난 뒤 빌리 브랙 billy bragg과 더 잼 the jam만이 내 친구가 되어준다

너랑 사귈 때는 케이디 랭 K.D.lang 쪽이 더 내 취향이었는데

아무튼 뉴 키즈 온 더 블럭 new kids on the block에 대해선 네가 맞았던 것 같아

빌리 조엘 billy joel이 촌스럽다던 네 말도 지금 알겠어

내가 우디 앨런 woody allen으로부터 배웠던 것들을 너도 알았더라면...

이제보니 우리 둘 얘기가 애니홀 annie hall과 비슷해져 가는 것 같아

데이빗 보위 david bowie 새앨범이 나오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

마그네틱 필즈 magnetic fields 이피를 돌려주긴 이미 늦은 거 같은데

그거 내가 그냥 가지면 안 돼?

진짜 죽여주더라고...

그냥 이런 얘길 너랑 하고 싶었던 건데...


잠들면 난 다시 포도 덩쿨 차양으로 뒤덮힌 꿈을 꾸겠지

잠에서 깨어나면

네가 눕던 자리 그대로 눌려있는 매트리스를 보며 괴로워할 거고

한 달째 아무에게도 전화가 오지 않아

차라리 고장났다고 생각하는 편이 낫겠어

내일 내 장례식이 열리면 넌 올래?

네 씨디랑 티셔츠랑 양말이랑 다 돌려보내야겠어

그런 다음 소호에 있는 재즈네 집에 가서 편지함 가득 눈물로 채우고

좀 빈둥거리면서 내 영혼을 재생시켜야지

담배도 피고, 당근 쥬스도 마시고, 좀 더 자랄 거야

매트리스에겐 네 눌린 자리를 그만 떠나보내라고 호통을 치고

눈물을 닦고

계속 걸을 거야, 나 자신이 강하다고 느껴질 때까지

그러다 어느날 문득 깨닫겠지

더이상 네가 곁에 없다는 사실을 되뇌이지 않고 있다는 걸

우린 한때 연인이었던

타인이 되는 거야

난 회복될 거야

시간이란 참 이상한 게 아니니...



canopies and grapes / emmy the great

translated by lonegu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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