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함께한 지 곧 백일이 됩니다.

50일이 좀 지나고서는 곧장 듀게에 '아이를 왜 낳는지 알 것 같습니다'류의 글을 쓸 뻔했습니다.(정말 뭘 알아서 저렇게 제목을 지은 게 아니고요,

제가 듀게 등업후 얼마 지나지 않아 쓴, '아이를 왜 낳는걸까요?'란 글과 맞닿아서 지어본 제목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글 안 쓰기를 가슴 쓸어내리며 '휴우' 안도합니다.

 

50일 지나고 제법 낮밤을 가리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는 한뼘 성장할 때였는지 저를 알아보고, 너무 좋아해주더군요.

 

저는 제가 생각해도 아기에게 헌신적인 엄마가 아니거든요.

정말 생활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 외에는 더 해주려고 하는 게 없어요.

그런데도 아기가 그맘때쯤 저를 알아보고, 다른 가족 품에 있다가도 저만 보면 너무나 환히 웃으며 반기고 좋아하는 거예요.

 

 

 

 

 

 

이렇게...

 

내가 낳아놓은 새끼라는 존재가 나를 보면서 너무 좋아하는데, 아 얘가 날 사랑하는구나 느끼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내가 상대방 맘에 들게 무리하지 않아도, 무조건적으로 나를 제일 좋아해주는 사람은 가족들 외에는 얘가 처음인 것 같았어요.

 

 

그래서 넘 행복한 나머지, 자랑글을 써볼까 했는데 웬지 팔불출 같고

또 막상 아기보느라고 때때로 정신이 없어 그런 글 쓸 기회를 놓쳤었는데... 너무너무 다행이에요.

백일을 앞두고 대반전!

 

 

 

 

 

 

 

 

밤마다 이렇게 곱게 잠들어 주면 너무너무 좋으련만, 갑자기 또 밤마다 잠을 안 잡니다.

 

 

자지 않기만 하면 괜찮은데,

수많은 엄마들의 손목을 잡는 아기의 행동 중 하나인 '안아서 흔들어줘야만 울음을 그치는' 증상이 두드러지기 시작했어요.

 

더 황당한 건, 서서 안고 흔들어주다가 잠시라도 제가 앉을라치면, 귀신같이 알고 왕왕 우는 거예요.

도대체 앉고 서고의 차이를 요 콩알만한 녀석이 어떻게 느끼는건지.

제 머리로는 아기가 느끼는 기류나 시야의 차이로 뭔가 느끼고 그게 싫어서 우나보다, 싶은데

이유야 불문곡직, '닥치고' 서서 안고 흔들어주려니 저도 힘이 너무 딸리더군요.

 

 

얼마 전에는 급기야 밤새 조금만 자기 맘에 들지 않게 흔들어줘도,

얼굴을 감 빛깔로 붉히며 온 얼굴 터질 듯 우는 아기에 지쳐서

아기 귀를 제 손으로 막고(혹시 아기 고막이라도 터질까 봐...)

소리를 빽빽 질렀습니다.

 

"뭐가 문제야!!!!왜 내가 너한테만 다 맞춰줘야 돼! 그만 좀 해!!!"

 

 

미쳤죠....

 

 

 

 

 

확실히, 아기를 진심으로 원하고 아기를 맞을 마음의 준비와 공부를 한 엄마에게서 아기가 태어나야 아기와 엄마 모두 행복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렇게 자기를 구박한 엄마가, 다음날 아침 혹시 아기가 간밤 일을 기억하지 않을까 해서

슬금슬금 눈치를 보고 있으면(...),언제 그랬냐는 듯 아기는 활짝활짝 웃어줍니다.

다행이에요.

 

 

 

 

 

그리고 요즘 켕기는 것 중의 하나가,

물질적으로도 저는 아기에게 지나치게 박한 것 아닐까, 하는 점이에요.

 

 

저는 아기를 가졌을 때, 실제로 경제적으로 모자람이 많고 또 유난스레 아기를 키우고 싶지 않아서

모든 걸 다 저렴하게 마련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래도 첫애라서 웬만한 물건은 깨끗한 새것으로 마련해주려고 애썼지만,

대부분 보통 인터넷에서 엄마들이 구입한다는 물건들에 비해서

다 한단계 저렴한 것, 덜 편리한 것으로 구입했습니다.

 

아기에게 유기농 크림이나 목욕용품 등을 쓰는 블로거들이나, 이유식 만들 때 유기농 재료로만 정성껏 만들어 주셨다는

숙모의 이야기를 들으면 저는 별로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도 않았고, 이런 제가 너무한가 갸우뚱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만삭사진이나 50일 사진 등도 스튜디오에 가지 않고 셀프로 찍었구요.

 

 

그런데 백일사진까지 셀프로 찍으려고 드니까, 제 기술이 모자라는 것도 확연하고,

또 내가 아기에게 아끼는 게 정말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아기에게 정이 덜해서 이러는 거 아닐까 싶어지더군요.

 

 

아무튼 위엣사진은 100일사진 습작으로 찍어본 사진입니다. 좀 너무 그런가요?

아기가 좀더 활짝 웃었을 때 순간포착을 했다면 습작이 아니라 본작(?)이 되었을지도 몰랐는데 말이에요.

 

 

아무튼 아기는 저녁 나절부터 지금껏 또 잠을 청하고 있고,

저는 그 곁에서 이 글을 씁니다.

추적자 끝날 때까지 안 깼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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