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쩌다 보니 듀게에 이런 글을 올리게 되네요-_-

현재 저와 제 남자친구는 서로의 종교문제로 인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듀게인들의 객관적인 조언 부탁드립니다.

먼저 저희 부모님은 기독교인이시고 저는 무교입니다.

저희 아버지께서 종교를 가지시길 권유하신 적이 있지만 제가 거절했고 그 이후엔 권유 자체를 안 하세요. 저는 종교를 가지지 않는게 편하고 지금 이 상태가 너무 행복합니다.

남자친구의 집안은 독실한 카톨릭입니다. 저와 남자친구의 누나는 고등학교 동창이고 남자친구와는 그냥저냥 친구동생 정도로 8년간 알다가 지금 사귄지는 2년이 좀 안돼요.

 

문제는 남자친구 어머님께서 제가 세례를 받길 원하십니다.

사건의 발단은

약 8개월 전

 

1. 남자친구 어머님이 성당에 나가길 원하셨습니다. 처음엔 거절했습니다. 그 이후로 드문드문 성당에 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자친구를 통해 내비치셨습니다.

 

2. 저는 종교 자체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두번 거절 의사를 비쳐도 남자친구 어머님께서는 “아직 난 포기하지 않았다.”라고 하시며 계속 성당에 나가길 원하셨습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힐 것 같은 스트레스를 받았고, 남자친구에게 “왜 어머니는 나의 종교의 자유를 인정해 주시지 않는거냐!.”고 화를 내며 싸우는 나날이 반복되었습니다.

 

3. 남자친구 부모님와 식사 약속이 있었습니다. 남자친구와 싸웠고 저는 그 식사자리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이틀 뒤 남자친구 어머니를 뵙고 죄송하다고 사과를 드렸습니다. 그때 남자친구 어머니께서 성당에 나갔으면 좋겠다고 하셨고, 약속을 파토낸 죄 때문에 엉겁결에 그러겠다는 약속을 드렸습니다.

 

4. 성당에 나갔습니다. 그때 제 심정은 우울+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행하다는 마음+숨막힘 이었고 이렇게 까지 하면서 성당에 나가야 하나 하는 생각에 그날 이후 성당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5. 남자친구는 그 날 이후 네 입으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며 잘못은 제게 있다고 말했습니다. 남자친구는 남자친구의 부모님이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그 정도는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종교란 개인의 신념이고 어느 누구도 터치 할 수 없다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저는 상황이 어찌됐든 제 입으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시에 그 상황을 어머님이 이용하셨다는 생각도 하고요.

이 일로 남자친구와 싸우면서 “우리 엄마가 그렇게 원하는데 너는 그까짓 일도 못 해주니?!” 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6. 그 이후로도 쭉 종교문제로 싸웠습니다. 남자친구는 어머니도 그렇고 너도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아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7. 방학이 되었고 다시 교리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이 왔습니다. 저는 그렇다면 세례를 받겠다고 했고 세례를 받고 난 후엔 이 모든 종교 문제가 끝났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더 이상 성당에 나가는 걸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고, 결혼식도 성당에서 하지 않았으면 좋겠으며 나중에 우리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더라도 영아세례같은 말을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요. 내가 세례를 받는게 이 문제의 끝이라면 하겠지만 또 다른 시작이라면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날밤 남자친구에게 전화해 하소연을 했습니다. 남자친구는 약 20여분간 듣다가 화를 내며 그럴바엔 아예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건 도저히 남자친구와 제가 얘기 한다고 해서 풀릴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자친구 어머님과 남자친구와 저. 이렇게 셋이 만났습니다.

저는

사람 앞일은 모르는 일이고 나중에 제가 종교를 믿을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니 그냥 저를 위해서 기다려 주시고 기도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얘기했습니다.

처음에는 어머님께서도 수긍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근데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내 며느리 사위는 꼭 천주교 신자여야 되고 난 결혼은 성당에서 하길 원한다. 라는 이야기를 하셨고, 저는 노력은 해보겠으나 만약 제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제 뜻을 존중해 주시겠냐고 물었습니다. 그리고 혹시 제가 다른 종교를 가지게 된다 해도 존중해 주시겠냐고도요. 그러니까 어머님께서 넌 지금 무교이니 종교를 가진다면 꼭 천주교여야 된다. 그리고 종교를 선택하든지 **(남자친구 이름)을 선택하든지... 라며 말끝을 흐리시던군요.

그 뒤에 이런 저런 이야기도 있었지만 종교얘기는 아니었고 그냥 사는 이야기 하다가 이야기가 끝이 났습니다.

 

 

덧. 별로 주제와는 상관 없는 이야기인것 같은데 남자친구가 올리라고 해서 올립니다.

저는 현재 혼자 살고 있고 남자친구는 저희 집에 자주 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근처에 사셔서 저희 집에 자주 들리시거든요. 그런 때면 제가 신경이 예민해 집니다. 아버지와 남자친구가 마주치게 될 까봐요. (실제로 1층 입구에서 마주친 적도 있습니다.) 남자친구는 이런 저의 행동이 부당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냥 제 집에 놀러오는 걸 당당하게 말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남자친구의 입장: 자신의 부모님이 저에게 이런걸 요구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도 저의 의견을 무시하고 있고, 저도 자신의 어머니의 의견을 무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둘 다 똑같다는 입장입니다.

남자친구는 세례를 받기만 하면 모든 일이 해결된다고 합니다. 그 이후에 종교생활은 터치하지 않겠다고요. (세례는 매주 한 번 씩 삼 개월 받으면 됩니다.)

남자친구는 자신의 가족의 종교를 제가 존중해주지 않는거라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사랑한다면 그 삼개월을 못 참냐고요....

 

저의 입장: 저는 종교란 개인의 문제이고 신념인데 타인이 그 문제를 강요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서 저는 내가 거절 의사를 밝혔음에도 타인이 계속해서 권유를 하면 강요라고 생각합니다. 남자친구는 자신의 어머니는 강요 한 적이 없다라고 생각합니다.)

 

 

 

 

듀게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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