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더워 무력감에 빠진 관계로 읽은 책을 바로바로 포스팅한다는 계획에 크나큰 차질 발생

그리하야 이번엔 여러권을 한꺼번에, 짧게 써보렵니다

 표지는 모두 알라딘에서 슬쩍.

 

 

 

<패션의 탄생>

구찌, 루이비통, 샤넬 구분도 못하는 제가 참 재밌게 읽은 (만화)책 입니다.

명품브랜드를 탄생시킨 디자이너들의 생애를 올컬러 컷만화로 그린 책, 중간중간 디자이너들의 옷들을 그린 컷은 너무 예뻐서 눈이 돌아갑니다

한컷한컷 정말 정성이 대단합니다. 놀라운 건 작가가 한쿡사람!

익숙한 일러스트들을 보니 굉장히 유명하신 분인 듯. 잡지에서 광고에서 이 분 일러스트 정말 많이 봤어요.

게이가 아닌 남자 디자이너를 오히려 찾기 힘들다는 사실과 샤넬이 매국노로 찍혀 죽어서도 자국에 묻히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네요

잘 나가던 존 갈리아노가 유태인 혐오발언으로 바로 업계에서 추방&매장된 일화도.. 자유로워 보이는 이 바닥도 얄짤없더라고요

재미도 있고 워낙 그림이 예술이라 소장가치 200%

강추합니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듀게에서 워낙 평이 좋아서 읽어봤습니다. 제가 좋아라 하는 단편집이기도 해서.

단편 대부분이 어른이 된 화자가 어린 시절의 한 사건에 대해 서술하는 형식으로 되어있습니다.

사고로 죽은 친구와 함께 했던 어느날, 부모님이 이혼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나날, 소수종교집단에 속한 소녀와의 짧은 데이트. 등등.

내용은 전부 잔잔하고 조금 파들어 가다가 마는 그런 느낌입니다. 기대가 커서인지 김이 빠졌어요.

조금만 더 깊이있게 들어가도 좋았을 걸.

 

 

 

 

 

<고백>  

일본 소설 특유의 자극적이고 술술 읽히는 추리소설 입니다.

영화를 먼저 봐서 내용을 알다보니 마지막에 임팩트가 좀 (저한텐) 약하더라고요.

자기반 아이 두명에 의해서 어린 딸이 살해당하자 응징에 나서는 미혼모 교사의 이야기 입니다. (워낙 유명해서 줄거리를 설명하기 뻘쭘.. ㅋ)

여교사, 가해 학생 1,2, 동급생 여자, 가해자의 어머니 각자 입장에서 1인칭으로 서술됩니다.

재밌는건 여자가 화자일땐 재밌다가 가해자 두명(남자아이)의 시점으로 넘어가자 흥미가 급속히 떨어졌다는 겁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여자들은 앞쪽에 남자들은 뒷쪽에 이야기가 배치되어 있다보니 남자아이들의 이야기는 이미 펼쳐진 이야기에서 구멍을 메우는

역할밖에 하는게 없기때문이 아닌가.. 마 본인은 그래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교사의 피도 눈물도 없는 복수가 통쾌하더군요. 그래 버릇없는 애색끼들은 그렇게 다뤄야지 암..

책을 덮고 소설 내용을 곱씹어 보니 재밌는 부분이 발견되더군요. 여교사의 복수가 (여기서 부턴 스포니 긁어주시길)

두 가해자가 자의든 타의든 어머니를 살해하게 만들었다는 점  입니다

실제라고 생각하면 참으로 무시무시합니다그려 

 

 

 

 

 

<마술가게>

보르헤스의 바벨의도서관 시리즈입니다. 전권을 읽을 계획이니 이 시리즈는 앞으로 쭈욱 등장~ :)

허버트 조지 웰스 하면 투명인간, 타임머신을 쓴 sf작가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여기 실린 단편들은  

전부 서프라이즈 소재로 써먹어도 될 듯한 환상소설 냄새가 물씬 풍깁니다.

어릴적 한번 들어가 본 문 저편의 세계를 평생동안 그리워하지만 정작 문이 나타날때마다 돌아섰던 속세형 남자,

간교한 노인의 계략에 빠져 젋은 신체를 빼앗긴 남자, 예기치 못한 폭발사고로 기이한 세계에 다녀온 남자,

수정계란을 통해서 신비로운 화성세계를 훔쳐보는 남자, 우연히 들어간 마술가게에서 비현실적인 체험을 하고 온 남자,

어째 다 남자만..

평범한 사람들의 세계에 엄습한 비일상적이고 기괴한 일로 파멸하거나 죽음에 이른다.

이런 일관성이 작품전체에 흐르고 있네요. 뭐 체험자가 그렇게 끝이 안 좋다보니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는 거의 다 직간접적으로

사건에 대해 들은 사람이 호기심반, 의구심반 섞어서 독자에게 들려주는 식입니다. 제3자 돋네

작가가 이렇게 사건에 대한 뚜렷한 그림에 겹겹이 베일을 치는 이유는 여러가지 의도한 바가 있겠지요.

확실히 모호한 그림은 끝나지 않는 미스테리,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이야기가 끝난뒤에도 남아있는 찝찝함,

심지어 사실여부에 대한 의심까지..를 동반해서 은은한 여운을 남겨줍디다.

 

 


 <러시아 단편집>

요것도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지분의 반을 차지해서 단편집 치고는 세작품밖에 들어있지 않네요.

이반 일리치.. 읽다보니 옛날에 읽었던 작품이더군요. 그때나 지금이나 정신이 미성숙해서인지 거장의 작품이라는 묵직한 느낌은 있었지만

중간중간 지루함은 참을 수 없었습니다.

한 남자의 일생에 대해 그렇게 냉소적으로 파들어가는 작품도 드물듯요. 신체적 고통 앞에서 변하는 심리적 과정이 참 사실적이고 그럴듯하게 묘사되더이다.

'라자로'라는 작품이 제일 기억에 남았는데 다 읽고 나서도 러시아 작가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전혀 안들더군요.

러시아 특유의 긴 이름 압박이 없어서 그런가..

배경자체가 러시아가 아니라서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굉장히 보르헤스적(?)이고 남미적(?)이었습니다. 마술적 리얼리즘이라고 하던가요.

(이런 용어 별로 안좋아해서)

성경에 나오는 '라자로'라는 인물은 예수옆에서 같이 죽은지 삼일만에 부활한 실존인물(?)입니다.

이 단편은 그 후에 라자로의 인생에 대해 다루고 있지요.

 

 

 

 

 

 

 <그려봐, 볼펜 스케치>

책상위에, 서랍안에 굴러다니는 볼펜이 훌륭한 낙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책입니다.

책에 나와 있는 그림들 따라그리는 재미가 쏠쏠.

대충 검정색으로만 그리다가 채색에 대한 욕구를 참지 못하고 문구점에 갔더니 아니 작가가 사용한 볼펜세트가 작가그림과 함께 똿!

판매를 하고 있네요. 셋트로 만원. 사왔는데 글쎄 종이말고 플라스틱, 사진위에 그리는데에 더 적합한 종류였음. 망했어요.

굴하지 않고 이번엔 같은 회사에서 나온 제대로 된 젤볼펜을 색깔별로 사다가 그렸습니다.

 

 

 

 색칠안한거

 

 

 

색칠한거

 

다 책에 나온 도안보고 따라그린 것들.

볼펜이 이렇게 재미난 미술도구란 걸 깨닫게 해준 고마운 책. 다른 시리즈도 한권 더 있다니 구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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