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 개회식 후기

2012.07.28 15:42

nineteen98 조회 수:3825

새벽에는 자느라 못보고 아침에 재방송으로 봤습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전통있는(세계를 호령해봤던) 대중문화가 올림픽 개회식 같은 큰 행사에서도 품위 있게 그 역할을 해낼수 있구나 하는 점이었습니다 제임스본드나 빈 아저씨 등장이 전혀 싸보이지 않았고, 위트와 공감을 이끌어내는 축제의 활력소가 되었던 것 같아요 폴 매카트니 공연은 뭐 말할 것도 없구요

산업혁명이나 여성참정권, 의료보험의 성과 등을 위대한 역사성으로 내세운 것도 감동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전문인 반만년 유구한 역사류의 레퍼토리도 의미는 있지만 어떻게 보면 so what? 의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잖아요 반면 근현대 인류를 좀더 탄탄한 기반 위에 올려놓은 영국인들의 업적을 올림픽 개회식 같은 축제에서 표현해낸 건 의외이기도 하고 뭔가 안 어울릴 것 같기도 했지만 감동적이었습니다 민주주의, 산업화의 선도국가임이 또 얼마나 자랑스러웠을까요 이해도 되구요
또 깨알 같이 성화가 대회장으로 입장할 땐 수많은 건설노동자들이 봉송주자를 맞아주었죠 올림픽 스타디움을 지은 노동자들이라고 하는데, 노동자 계급에 대한 영국인의 정말 선진적이고 품위있는 배려라고 느껴졌습니다 (같이 티비를 보던 어머니는 그 광경에 놀라셨어요)

마지막으로 스타디움 내에 어떤 초록 언덕 같은 공간을 설정해 국기들도 꽂아놓고, 연설장소로도 활용한 설정이 세련됐던 것 같아요 칼같이 자른 기하학적 도형이 아니라 보는 인간이 편안히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트렌드가 변해간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구요

유럽선진국들을 마냥 동경할 나이는 지났지만, 문화의 총체라고 할 수 있는 올림픽 개회식 같은 행사가 이토록 알차고 세련되고 의미있을 수 있다니! 라는 생각에 유럽선진국의 문화적 위엄을 다시 한번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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