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반 영화로 보니 확실히 낮에 보는 것보다 재미가 좋네요.


<해와 달>은 제법 무서웠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공포(라기보다는 그냥 무서웠던 상황)를 느끼게 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그 뒤에 바로 붙는 건 도대체 왜 나오는지 알 수가 없네요. 머리로는 이해가 가는데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앞에서 잘 보여준 이야기의 매력을 뚝 떨어트려서 아쉬웠습니다. 명백한 사족입니다.


<공포비행기>는 제가 좋아하는 배우 진태현이 나와서 더 열심히 봤습니다. 이해가 가지 않는 건 도대체 왜 기장과 부기장까지 죽이려고 하는가, 인데 사실 문제삼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장편 영화라면 모를까 이 정도 분량에서 살인범의 행동에 대한 논리를 따지는 건 별로 유효한 것 같지 않아서요. 그럭저럭... 


<콩쥐, 팥쥐>는 엘리자베스 바토리+콩쥐팥쥐+푸른 수염 백작 이야기를 섞어 놓은 것 같더군요. 가장 성적인 코드가 노골적으로 들어간 이야기인데, 솔직히 무섭지가 않고 좀 웃겼어요. 벽지 색깔은 <장화, 홍련>을 연상케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듀나님도 같은 말씀을 하셨더군요. 가장 별로였던 작품. 저는 정은채를 좋아하는데 여기서 남보라도 참 예쁘더라구요. 같이 본 동행은 victim에 대한 감정이 깊질 않으니 살인자에게 쫓기는 장면도 별로 스릴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촌평을.


<앰뷸런스>는 감독의 전작(화이트-_-)때문에 별 기대를 안했는데 연출이 참 좋았습니다. 특히 터널 안으로 들어가면서 좀비 반응 테스트 결과가 불분명하게 표시되는 장면이 인상깊었고... 모성/인간성/좀비 이 세가지가 뒤섞이는 게 여러 모로 할 얘기도 많아 보이고, 결말도 납득이 가구요. 


액자 밖 이야기로 나오는 김지원/유연석 스토리는 여러 모로 유영철을 연상케 했습니다. 사실 이렇게 집에 젊은 여성을 납치/감금/살해/절단하는 이범죄야 그 이전에도 심심찮게 있었던 것 같지만, 특히 한국에서는 유영철 이후 영화에 자주 나오는 것 같습니다. 웃긴 상황을 무섭게 연출한 부분이 흥미로웠지만... 저는 마지막에 사실 알고보면 김지원과 유연석의 관계가 역전되면 더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그렇게 되면 액자 밖의 이야기가 너무 장황해졌을 것 같긴 하네요. 


가장 무서웠던 순으로 따진다면 해와 달>공포비행기=앰뷸런스>콩쥐팥쥐로 매기고 싶네요. 사실 공포비행기는 밀폐된 공간 안에서의 두려움보다 그 이전 택시기사 살인 이야기가 저 개인적으로 더 와닿는 공포였습니다. 아 그런데 진짜 해와 달은 너무 무섭습니다!!! 제대로 눈을 다 뜨고 보지를 못했는데 다시 봐도 여전히 제대로 못볼 것 같아요ㅠㅠ


영화관에서 공포영화를 보며 무섭다고 느낀 적은 손에 꼽을 정도인데, 그래도 무서웠던 건 <알포인트>와 <장화, 홍련>, <기담>(에서는 엄마귀신; 나오는 장면만), <주온>, <링> 정도였습니다. 서양 영화는 재밌게 보기는 해도 무섭지는 않았구요. <무서운 이야기>도 제가 무섭게 본 영화 목록에 추가할 수 있을 듯합니다. 추천받고 간 건데 그럭저럭 볼 만했다는 인상이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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