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30 12:03
여러번 언급했던 거 같은데, 서극 감독의 순류 역류는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라 하는 액션 영화 입니다.
영화 시나리오는 개판이지만(액션 신을 보여주기 위해 그냥 짜맞춘 느낌?), 그냥 영화가 20세기 초 처음 만들어졌던 활동사진, 움직이는 것의 시각적인 쾌감만을 순수하게 놓고 따진다면, 영화 사상 길이 남을 액션 신 중의 하나라고 감히 생각합니다.
특히나 영화 중간의 아파트 신은 처음 극장에서 본 이후, DVD로 사서 여러번 그 장면만 반복해서 돌려보곤 했던 기억이 있네요.
따라서, 이번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 시사회 직후, 순류 역류가 언급되는 것을 보고, 사실 기대를 많이 했었습니다.
영화 후반에 주요한 클라이막스로 등장하는 도둑들에서의 와이어 액션은, 하지만 순류 역류에 비해서는 많이 실망 스러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순류 역류 에서는 오백이 분한 킬러가 아파트 구조를 최대한 활용해서, 적들을 하나 하나 제거해 나가는 것에 반해, 김윤석의 그것은 단순하게 도망치는 루트 중의 하나로 활용되고 있어서 입니다 (물론 나중에는 맞서 싸우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렇다는 면이 강조됩니다. 원래 킬러가 아니라 도둑이어서 그런지도).
순류 역류의 장면을 하도 여러번 봐서, 기억 속에 낙인이 찍혀서 인지, 일부 장면에서는 순류 역류의 특정 장면들이 계속 떠오르기는 했습니다만..
하지만, 영화 속에서 다른 장면들, 이정재나 전지현 등의 장면과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서, 영화 전체적으로는 잘 녹아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결론은, 오리지널은 "순류 역류" 겠지만, 그것을 바탕으로 재활용/차용 및 전체 적인 줄거리와의 결합성은 "도둑들"도 못지 않더라.. 입니다.
스토리는 상당히 산만하다는데는 같은 느낌인데, 여러번 보다 보니 이제는 괜찮은 설정과 배경이라는 생각까지 들어요.^^
각 캐릭터마다 이유와 명분이 잘 살아있으니까요. 어찌보면 너무 설명적이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요.
특히 언급하신 액션씬에는 서극의 노하우가 잘 녹아들어있어 지금봐도 아날로그적인 액션으로 대적할 작품이 흔치 않은 것 같습니다 .
나름 고수들끼리 맞붙는 액션씬에서 비장함 보다는 긴장감이 더 흐르는게 각 캐릭터들끼리의 레벨이 절묘하게 잘 이루어져 보여줬다는 생각입니다.
결론이야 가족과 사랑을 지키고 평온을 찾는다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화면의 질감과 흐름은 꽤 삭막하고 건조하잖습니까.
두고두고 봐도 수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