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명백한 중년, 곧 노년을 바라보는 8살 넘은 고양이가 두 마리 있었습니다. 

8년 동안 위기도 있었고 어려움도 많았지만 그래도 쌓인 정이 있어서 무사히 지낸 세월에 감사할 뿐이지요. 

지금은 나이들고 점잖아져서 큰 말썽 부리는 일도 없고요. 

그런데 여차저차 하다보니 의도치 않게 쥐가 한마리 생겼어요. (지난글 참조 http://djuna.cine21.com/xe/4349844 )

다행히 고양이들이 쥐에 전혀 무관심해서 세 마리가 공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성급한 결론 내리기 무섭게 새로운 존재가 등장했습니다.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부모님과 사는 관계로 키우는 건 꿈도 못 꾸던 친구가 초딩 손에서 구조해낸 아기고양이입니다.

그 친구 집에 두는 건 꿈도 못 꾸고 저희 집에 임시보호를 부탁하는데 차마 거절할 수가 없어서

(또 하필 그 이야기 들은 날 밤 늦게 집에 오다가 길 가운데에서 로드킬 당한 고양이 사체를 봤지 뭐에요ㅠㅠ)

결국 집에 들이고 말았습니다.

저희 둘째도 낙오된 새끼고양이 구조해서 입양 보내려다 마땅한 입양처도 없고 해서 그냥 주저앉힌 경우라서 

길거리 업둥이를 함부로 들이는 게 아니라는 소중한 교훈을 안고 있기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인연이 닿은 생명인데

며칠 격리 시켜두고 보니 다행히 큰 병은 없었고, 

전염성이 높다는 곰팡이성 피부병이 있어 통원 치료 중이기는 하지만 약도 잘 먹고 경과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약 한알에 삼천원이 넘는데 실수로 한번 잘못 먹이면 그냥 삼천얼마가 날아가는 거지요. 더운날 시원한 커피 한잔은 사마실 돈인데! 

근데 다행히 여태 한번밖에 안 그랬어요. 저도 나도 서로 먹이고 받아먹는 기술이 늘어난 건지. 

처음에 너무 어려서 그랬는지 건사료를 안 먹어서 캔 중에서도 가장 비싸다는 처방식 캔 먹으며 지내다가 지금은 사료 적응 다 했고요.

아기 고양이라 워낙 활기가 넘쳐서 저희집 늙은 고양이들이랑도 그럭저럭 잘 지냅니다.

(고양이 키우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낯선 고양이가 서로 적응하는 게 보통 쉬운 일은 아니지요. 

그나마 한쪽이 새끼일 때 만나면 적응이 훨씬 빠르다고 하는데 딱 그런 경우인 듯, 

사이가 좋은 건 아니지만 적어도 서로 적의를 불태우지는 않으니 그걸로 된 거죠)

그런데 이 아기고양이라는 게 참 신기해요. 

보름 전에 집에 처음 왔고, 그때 병원에서 한달 반 정도라고 했으니까 지금이 두 달, 사람 나이로 따지면 3살쯤 된 거라네요.

사람 나이 3살도 이제 막 말 안 듣기 시작할 때고 말썽부리고 고집도 부리고 그러면서도 귀여울 때잖아요. 

고양이도 꼭 그렇습니다. 

이녀석은 우리집에서 모든 사람과 동물 중에 가장 빠르게 집의 끝에서 끝까지 뛰어갈 수 있어요. 

뛰어가는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사람 눈으로는 그 실루엣만 간신히 볼 수 있을 정도. 

게다가 잘 때나 먹을 때 빼고는 늘 미치광이처럼; 온 집안을 뛰어다닙니다. 

심지어 다른 애들은 무서워하는! 화장실도 호기심을 가지고 들어가요.

그래서 변기에 일 보는 고양이로 훈련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깐 해봤지요! 그렇대도 아직은 어려서 무리지만.

큰놈들이 시큰둥하게 안 놀아줘도 지치지 않고 큰놈 꼬리를 향해 공격하고, 그러다 한대 얻어맞아도 조금도 기죽지 않고 또 덤빕디다.

성격이 워낙 활발하고 구김살 없어서 낯선 데 데려가도 적응도 잘 하고, 

병원 갈 때 가방에 넣어가면 놀아달라고 울긴 해도 겁먹거나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사람 낯 가리는 것도 조금도 없고요.

말썽도 잘 부려요. 뭐든 물어뜯기를 좋아할 나이라 닥치는대로 물고 씹습니다. 

컴퓨터 하는 손을 보고 미쳐 날뛸 때도 있고, 전선을 다 물어뜯어서 마우스 하나를 이미 망가트리고도 또 두번째 마우스선을 수시로 노립니다.

마우스만 노리면 다행인데, 이녀석은 가끔 진짜 쥐도 노려서 가여운 쥐돌이가 스트레스 좀 받을 것 같기도 합니다. ㅠㅠ 

다만 쥐돌이도 성격이 만만치 않은지라 아직까지는 큰 탈은 없어 다행이지요.

사람 손이고 발이고 덤벼드는데 공격이라기보다는 놀아달라고 그러는 것 같아요.

사람 손을 워낙 타는 놈이라 늘 사람 주변으로 맴돌고, 잘 때도 사람 근처에서 자요. 

컴퓨터 하고 있으면 컴퓨터 근처에 자리잡고, 누워 있으면 그 옆에 와서 눕고.

말썽 부릴 때 좀 밉다가도 그렇게 치대는 거 보면 또 애잔하니 마음이 녹아요. 

우리집 애들도 요만한 때가 있었는데, 걔들은 안 그랬던 것 같은데

그냥 너무 오래전이라 잊어버린 건가 싶기도 하고, 그냥 이놈 성격이 유난한 건가 싶기도 하고.

오랜만에 생각나서 우리 애들 어렸을 때 사진 찾아봤는데 그래도 잘 모르겠어요. 

지금은 배불리 밥 먹고 뽕뽕한 배로 누워 자는데 그 꼴이 제법 우습네요. 

아기들은 잘 때가 가장 귀엽다는 말은 고양이에게도 꼭 그대로 적용되는 듯합니다. 

으악 이렇게 쓰고 윗부분 다시 읽어보고 수정하는 사이에 깨서 테이블 바깥으로 미끄러질 뻔 한 걸 겨우 집어올렸습니다.

아기란 원래 이런 건가봐요. 


이제 이놈을 늦지 않게 입양 보내야 하는데 

품종묘도 아니고 코숏 길거리 업둥이, 고다며 냥이네 전부 글 올려봤지만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네요.

아기고양이랑 같이 지낸다는 게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즐거움으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다들 몰라서 그러는 건 아닌 줄 알면서도

누군가 이놈과 인연이 닿는 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아쉽습니다. 이녀석이 이렇게 귀여울 때를 그 사람이 알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 말이에요.

그래서 아직 어릴 때 얼른 입양처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혹시나 듀게에도 형편 되시는 분이 있을까 해서 길게 글 올려보았습니다.

본디 이런 글에는 적절한 사진 첨부를 해야하는데 그런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아래로 몇 장만 달겠습니다.

어여삐 보시고 혹 마음이 동하신다면 알려주세요. 더 많은 사진과 동영상을 메일로 보내드릴게요.
이건 전부 지난주 사진이라 지금은 좀 더 컸어요. 

(올리고 보니 이미지가 너무 커서 얼른 줄였습니다. 처음 써보는 이미지 계정인데 원래 사이즈대로 올라가나봐요. ;;)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