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황홀과 상처에 대해서..

2012.08.02 00:09

무도 조회 수:1723

1.  이번 제주 여행에서 대조적인 아이들을 몇 몇  만났습니다..김녕에서는 울산에서 온 어느 부부교사의 아이들,협재에서는 어느 해녀 할머니와

     함께 사는 남자 아이, 광치기 해변에선 엄마,할아버지와 함께 바닷가에 있는 정자에서 오후를 보내던 어떤 여자 아이..

 

    김녕에서 만난 울산 부부교사는 몇마디 나누지 않아도 의기가 투합해서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아이가 둘이었는데 인상깊었던

    건 작은 아이(남자 아이)가 아버지 등위에서(그것도 바다에서!!!) 잠이 들었다는 이야기.. 아마 그 아이는 벌써 천국을 맛본 거 겠죠..

 

    협재에서 쫄깃센타 구경갔다가 바다로 산보겸 나갔는데..어둑어둑 해지는 방파제 길을 어떤 아이가 조개(?)껍데기를 광주리에 가득 담고는

    힘겹게 가고 있는 걸 보게 되었습니다..물어 보니 할머니 일을 도우려고 할머니가 깐 보말 껍데기를 바다에 버리려 간다는 거더라구요..들어 주까?

    그러니깐 수줍은 목소리로 "괜찮아요" 하더군요..같이 간 지인은 낯선 사람에게 수줍어 하는 아이는 오래간만에 본다고 몹시 마음이 동하는

    표정이더라구요..그래서 아이를 따라서 할머니 해녀분이랑 어린 손주랑 제법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왔습니다..할머니께서 까주는 보말을

    우리는 먹고,아이는 말없이 바다로 그 껍데기를 바다로 던지더군요..그 아이의 눈길이 미치던 그 검은 바다에는 무엇이 있었을까요..

 

    떠나던 날 배타기 전 여유 시간이 좀 있어서 간 광치기 해변에서 정말 이쁜 속눈썹이 무척 긴 여자 아이를 보았습니다..남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푸짐하게 자기 젖을 아이에게 맡기던 어떤 젊은 아낙과 머리가 이미 하얗게 센 외할아버지와 더불어 그 아이의 여름 그시간은 시간이

    멈춘 듯 했습니다..할배가 점심 묵자고,라면에 넣자고 가지고 온 지팽이겸 낙시대로 물고기 잡으러 가는 그 풍경..

 

2.  도착하던 날 시흥 해녀의 집에 조개죽 먹으러 갔다가 이상한 수배전단을 보았습니다..미귀가자,1억의 현상금.올레.게스트 하우스.여러가지 어지

     러운 상념들이 5박 6일간 저를 따라 다녔습니다..결국 비극적 결말이 난 그 일의 몇가지 보도 안된 디테일한 이야기를 마지막 날 묵었던 게스트

     하우스 사모님에게서 들었습니다..

 

     작년인가요 저는 듀게에 그런 소회를 쓴 적이 있습니다 "제주는 healing island인가 아니면 20년 전 그때처럼 교미도인가?" 그런 글을 쓸 때 이미

     저는  상당히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었어요..먼가 이상했거든요..젊은 시절 지리산을 10년 내내 뻔질나게 드나들던 그때의 느낌이랑

     보이는 사람들이 너무 달랐어요..   

 

     여행에서 돌아오고 나서 제가 몹시 좋아하던 게스트 하우스에 말도 안되는 추잡한 사태가 터져서 작년 여름 이후로 거의 기능이 정지되었다는

     뉴스를 갑자기 알게 되었습니다..몹시 쓰라립니다..그 촌장님은 제게 몇가지 중요한 가르침을 주신 분입니다.."여행은 자기 틀을 깨기 위해서

     가는 것이다" "게스트 하우스는 게스트가 만들어 가는 집이라는 뜻이다" 그런 분들에게 닥친 이런 고난은 무슨 뜻일까요..

 

3.  제주를 돌다 돌다 출발 전날 다시 월정리로 왔습니다..표선은 토요일이라 이미 너무 붐비고 섭지 해변은 참 바다 냄새가 별로였어요..이미 6시가

    넘은  월정리에서 다른 사람들은 이미 지쳐서 마을 정자에서 잠이 든 그 시간에 다시 바다 수영을 시작했습니다..숨이 차게..그리고 무섭게 물속에

    있으면서 그 느낌들.그 모순적이면서 어쩔수 없는 그 비릿함들은 더 강렬해 졌습니다..

 

    한시간쯤 지났을 까요..푹 쉰 친구들이 물에 갑자기 나타났어요..너무 어두워지기 전까지 같이 수영하고 나서.. 푸른 바다와 붉은 석양이

    같이 사그라지는 그 몽환적인 풍경을 어슴프레 같이 보았어요..친구는 몰랐겠지만 전 사실 운전하면서 딴데 보는 척,,그 때 눈물이 좀 났어요..

 

    그래요 우린 어쩔 수 없는 게 너무 많찬아요?  그래도 괜찮아요..살아 있는 한, 나무의 나이테처럼 상처를 두려워하지 말고..황홀에 넋놓지 말고

    그렇게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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