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불온한 산책자> 




다큐멘터리 <성찰하는 삶>을 만든 애스트라 테일러는 철학자들과의 인터뷰을 영상화하면서 어떻게 하면 관객들을 졸지 않게 할 수 있을까 라고 고민했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예리하고, 도발적이며, 해학적인 장면이 많이 편집되었고 영화는 장점도 있으나 한계점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것의 보완으로 이 책이 나오게 되었고요. 반-지성주의가 판치고 있는 가운데 여러 가지 철학의 쟁점을 가지고 당대의 대표적인 현대철학자들과 

미국의 뉴욕 한 가운데. 시카고의 호숫가, 자동차 안, 공원, 쇼핑가, 쓰레기장에서 질문과 대답, 그리고 다시 질문들을 풀어 놓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상당히 유익하면서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안토니오 네그리에 조금 가려진 편이 있는 마이클 하트의 혁명에 대한 의견, 좌파가 비판의 자리에 위치하면서 혁명을 할 수 없게 됐다는 논리는 신선했으며 

슬라보예 지젝은 관심사가 이제 영화나 대중문화, 정치에서 생태쪽으로 넘어갔으며 기존의 생태학자, 환경론자들과 크게 한판 붙을 것 같은 (거의 선전포고수준)

공격적인 도발, 장애와 비장애에 관해 읽어볼만한 글인 주디스 버틀러(젠더 트러블의 그!)와 수나우라 테일러의 산책과 대화는 아주 좋았습니다. 

원제는 성찰하는 삶 혹은 반성하는 삶인데 요즘 한국 출판가에서 유행하는 제목인 '불온한'이 붙은 것은 조금 불만입니다. 

하지만 산책이란 것이 철학의 강력한 도구이자 우리에게도 필요한 것이란 걸 잘 알려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 <포맷하시겠습니까?>



'무중력 글쓰기'라는 호명에 갖혀버린 현 세대 소설가들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나온 작품집이라고 해야 할까요. 

여기 실린 작품들은 현 세태와, 세대론에 대해 날카롭게, 섬세하게, 부드럽게 다루고 있는 소설들을 모아 

지금-여기의 문제점을 보여주고 구체적인 삶을 실감케하며 현실-너머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거의 다 좋은 작품들이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만 현재성, 현실등의 논의에 대한 적합한 작품은 있어도 그 너머를 타진하고 있는 작품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손아람의 <문학의 새로운 세대>의 마지막 한 줄은 시원, 통쾌 했습니다. 그러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보니 조금 아니 많이 슬퍼졌습니다. 


3.  <책 읽는 뇌> 



뇌과학과 독서가 연결되는 책이라 매우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독서하는 사람의 뇌에는 어떤 작용이 일어나는지에 추적하며 단순히 책 읽으면 좋다 

혹은 어릴때 책 많이 읽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과학적 증거를 내밉니다. (4~5세에 독서를 시키면 성취도 낮다는 연구 결과를 보여줍니다) 

난독증에 대한 담론과 연구도 아주 좋았고요. 인류의 진화에 있어서 문자, 독서가 뇌에 아주 큰 영향력을 발휘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책 도입부에 소크라테스는 문자체계를 거부했고 그에 대한 폐해를 경고했지만 플라톤은 어느정도 받아들였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아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이 도입부는 지금의 문자 전성시대가 언젠가는 디지털-미디어 체계로 변화하는 과정으로 이어집니다. 

요즘의 어린아이들은, 아기들조차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의 디지털 기계에 대해 두려움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인간의 뇌는 언젠가 독서보다 이미지 보는 뇌로 서서히 변화갈 수 있다는 가정으로 말입니다. 우리는 아니겠지만 우리의 몇 세대 뒤는 소크라테스처럼 

이미지-미디어 등의 체계를 거부하며 문자시대의 찬란한 여명을 그리워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4. <사당동 더하기 25> 




부제에도 써 있듯이 '가난에 대한 스물다섯 해의 기록'을 치우침없이 담담하게 써내려 간 책입니다. 

사당동 달동네의 어느 가족의 일대기인 이 책은 할머니서부터 그의 아들, 그의 아들의 세 자녀, 다시 세 자녀의 자식들까지의 가난과 한국 사회의 일상사, 

다문화주의, 개발주의, 복지와 교육 문제까지 어우러져 있습니다. 

픽션이 논픽션을 못 따라잡는다고 생각할 때가 많은데 이런 책을 읽으면 더욱 그런 생각이 강해집니다. 

'인간극장'류의 휴머니즘이나 볼거리가 아니라 삶의 내밀한 풍경과 고민거리를 계속 던져주는 책입니다. 

더불어서 <벼랑에 선 사람들>과 <노동의 배신>과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5. <은수저> 





<강철의 연금술사>라는 명작을 데뷔작으로 가진 아라카와 히로무. 

그 후의 작품<수신연무>는 데뷔작과 비교되면서 소포모어 징크스처럼 빨리 완결이 나버립니다. 

하지만 새로운 작품 은수저! 새로운 명작 탄생 예감입니다!

홋카이도 농업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그곳 고등학생들의 청춘물이지만 여러 볼거리, 생각거리, 재미 모두 충족시켜줍니다. 

현재 일어판 기준으로 세 권 분량까지 봤는데 근래 들어 본 만화책 중 가장 충족된 경험이었습니다. 

휴가 때 서늘한 그늘, 시원한 바람 아래에서 이 책 보시면 행복을 느끼실 수 있을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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