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친구가 휴가 받아서 저랑 이틀 여행 다녀오고, 오늘하고 내일은 여친의 절친이랑 둘이서  놀이 공원에 가기로 스케쥴을 잡아 놓았어요. 제 여친의 친구는 여친과 10년 넘게 알고 지낸 사이고, 꾸준히 연락도 계속한 사이여서 여친은 철썩같이 믿고 휴일을 보낼 계획이었답니다.  여친은 놀이공원이면 사죽을 못 쓰는데-에버랜드 갔는데 T-Express 연속으로 다섯 번 타는 여자 (참고로 거기에 끌려서 다섯 번 연속 같이 탄 글쓴이 ㅎㅎ)-, 제 여친 친구가 하는 말이 "나 아는 언니가 놀이 공원 관계자랑 아는데 공짜 표가 2장 생겨서 나 주기로 했다. 우리 놀이공원가서 실컷 놀고 찜질방에서 하룻 밤 자자-라고 해서 그렇게 계획을 세워놓았다 하더라구요. 그랬는데 오늘 아침 여친 친구가 "그 언니가 공짜표 2장 주는 대신 자기 가게 창고 물건 세는 것만 도와 달라고 했는데 우리 표도 공짜로 받는데, 가서 좀 도와줘야 하지 않겠냐"해서 친구 믿고 가락 시장으로 갔는데, 갑자기 친구가 언니 가게 문 열려면 시간 많이 걸리니까 놀이터 가서 얘기좀 하자고 여친한테 말했데요.

 

 그랬더니 그 친구가 여친한테, "우리 얼마동안 알고 지냈지?-10년이 넘지-우리 사이가......"줄줄이 레파토리를 쏟아내면서 말하니까 제 여친이 간파를 해서 "너 혹시 다단계?" 했더니, "사람들이 다단계라 하지만, 내가 다니는 회사는 사람들이 말하는 그런 나쁜데가 아니야."하고 말하며 화가 난 제 여친을 설득하려고 했데요. 그런데 제 여친이 잘 안 넘어가자 저쪽에서 어떤 여자가 오더니, "XX 씨?" 이러면서 제 여친을 물량공세로 끌고 가려고 했답니다. 제 여친은 친구 빼낼 마음으로 그 회사에 가긴 갔어요. 회사 이름이 리챈스래요.  아무튼 철두철미한 제 여친은 "좋다 당신들 말대로 사무실에는 들어가 보겠다. 그 대신 내 가방이나 휴대폰 놓고 가라거나 맡겨놓고 가라하면 그 즉시 경찰에 신고하겠다. 남친한테도 여기 오기전에 내가 한 시간 후에 연락 없으면 경찰에 연락해라 하고 말했으니 당신들 강제로 날 어찌 못할거다."라 말했답니다. 아무튼 들어가서 잡소리들 듣는데, 제 여친이 친구나 거기 여자 말에 하나도 안 넘어가니까 그 다음에는 제비처럼 생긴 말 잘하고 잘 생긴 남자가 와서 말하더래요. 여친은 그 사이 인터넷 검색해서 리챈스가 어떤 다단계인지 다 알아보고 여기 수법이 어떤지 다 알아본 다음, 깽판 치면서 겨우 나왔는데, 마지막까지 그 친구 끌고 나오려고 했데요. 그런데 그 리챈스란 회사 사람들이 계속 제 여친보고 친구랑 오해 쌓은 것은 풀어야죠? 하면서도, 제 여친이 친구랑 단 둘이서만 말할 기회를 달라고 했는데도 전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더라 하더군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단념하고 홀로 집에 와서 저에게 연락했는데, 저도 다단계 끌려갔다가 똑 같이 친구랑 절교한 적도 있어서 여친말 듣고 곧바로 달려 갔습니다.

 

 여친 얘기 들어보니까 되게 무서운게, 그 리챈스라는 회사 사람들,  먹이감 놓지 않으려고 철저히 연극한다 하더라구요. 여친이 사무실 들어갔을 때 마치 여친과 같이 끌려온 사람들인 척 했던 인물들 모두 알고보니 거기 직원들이었고, 여친이 핸드폰이나 가방 거기에 맡겼으면 큰 일 날뻔 했어요.

 

 리챈스라는 데, 알고보니 되게 악덕인 다단계 회사더라구요. 합법, 합법, 하지만 옛날에 머플이라는 이름으로 악명 높았다가 피디수첩에서 한 번 때리자 다음날 곧바로 리챈스라고 이름 바꾸고, 인터넷에 후기도 많더라구요. 집 까지 찾아오는 최악이라고.  제 여친은 친구를 저보다 더 중시여기는 유형인데, 이번 일 때문에 크게 상심하고 있습니다. 자기가 그 친구 빼오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그리고 10년 이상 된 오랜 친구를 이렇게 잃어버리게 되니 너무 슬프다고. 그래서 전 이런 저런 위로 해주다가, "빨리 우선 걔 전화번호 지우고 카톡 차단해."이렇게 말했지요.

 

 우리 나라 짜증나요. 왜 다단계에다가 합법 허락 해준 거지요? 합법이든 아니든 피라미드이고 다단계 아닌가요. 뭐, 네트워크 마케팅 어쩌구 저쩌구 이름갖다 붙이면서, 자기들은 일확천금을 꿈꾸지 않게 한다. 그저 꾸준하고 성실히 일하면 일한 만큼 보상 받는다라는 걸 보여준다는데,  돈 없는 사람에게 처음부터 800만원 너치의 물건을 사게 하는 것이 어디있습니까.

 

 진짜 다단계 만나면 우선 박차고 나와야 해요. 지인한테 미안하든 말들, 발빼면 아는 지인 하나 잃지만, 들어가면 100배는 더 많은 걸 잃으니까.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34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87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833
124813 모 어린이집의 행태에 화가 납니다 [35] 키키타카 2013.06.13 7232
124812 그런데 진짜 DJUNA님은 어디로 가셨나요? [7] Tara 2010.06.03 7232
124811 래리 앨리슨의 예일대 졸업 연설. [3] 자본주의의돼지 2011.09.22 7229
124810 (진지한 조언) 독일 이민에 관해 진지한 조언 해주실 분을 정중히 구합니다 [8] 연금술사 2011.05.03 7228
124809 [공지] 달빛부유[h.i.m] (steve_buscemi) 님이 강퇴되었습니다. 이유는... [61] DJUNA 2011.05.17 7226
124808 여자는 좋아하지만 남자가 싫어하는 패션 스타일? [33] 서리* 2010.10.05 7225
124807 결혼이야기 [52] jake 2012.11.07 7224
124806 노빠였던 내가 노까로 돌아선 이유 [152] 서산돼지 2012.12.20 7223
124805 나오미 왓츠 레전드 사진 [9] magnolia 2010.09.28 7222
124804 [MV] PSY - GENTLEMAN [30] walktall 2013.04.13 7220
124803 인터파크 투어 정말 거지 같네요 [5] 시월의숲 2013.02.04 7219
124802 삶은 달걀을 조심하세요 [34] 침흘리는글루건 2011.11.30 7219
124801 반라의 꽃미남 근육질 남자들이 웃통을 벗고 고객을 맞이하는 것으로 유명한 그 옷가게가 한국에도 생겼습니다 [32] military look 2012.09.01 7217
124800 나의 거짓말쟁이 친구 [39] jake 2012.08.08 7212
124799 동방신기 3인, 日 소속사서 퇴출 [23] 감동 2010.09.16 7212
124798 텀블러를 가방에 넣는게 참 위험하네요 [19] 나나당당 2013.11.06 7211
124797 김어준 한겨레 인터뷰 [191] 철과와인 2012.04.28 7210
124796 티아라 소연, 깨진 창문서 튕겨나가 논두렁 박혀 [36] magnolia 2012.08.13 7210
124795 (19금) 투마더스 [9] 자본주의의돼지 2013.07.19 7209
» 제 여자 친구가 오늘 다단계 회사 끌려 갔다가 겨우 나왔답니다. [11] herbart 2012.08.04 720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