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도서관 정리벽

2012.08.04 23:51

전기양 조회 수:4305

요즘 이 더위에 유일한 소일거리는 도서관에 가서 책을 보는 것입니다.

서가에서 책에 둘러싸여 있으면 숲에 들어와 있는 느낌도 납니다. (서가도 나무, 책도 나무..)

아주 기분 좋은 시간이지요.

하지만 천천히 책들을 고르다보면 마음의 평온을 깨는 광경을 목격하곤 합니다.

마치 퍼즐에서 다른 피스가 하나 껴있는 것같은, 서지번호에 맞지 않게 꽂혀있는 책!

아마 도서관 이용자가 꺼내보고 다른 곳에 꽂아둔 것이겠지요. 가지런히 연속된 번호에 균열이 생긴다는 느낌이랄까요?

이런 책들은 검색에는 대출가능으로 나오지만 영원히 없는 책들이 될 공산이 큽니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책이라..

저는 이런 책들 발견하면 참지 못하고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반드시 제자리에 꽂아둡니다.

한번 이런 책이 발견되면 책을 고르는 일은 뒷전이 되고 주위에 이렇게 잘못 꽂혀져 있는 책들이 없나 뒤지고 다닙니다.

한참을 찾다가  '이런 몰지각한 사람들이'라는 원망과 함께 '이런 일은 사서가 하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에 다시 책을 고르는 일을 하게 됩니다.

집에서는 정리와는 거리가 먼 성격입니다만 도서관에만 오면 왜 정리벽이 생기는지 잘 모르겠군요.

제가 만약 도서관 사서였다면 매일 아침마다 도서관의 모든 서가를 뒤지며 잘못 꽂혀 있는 책이 있나 찾으러 다닐 것같다는 생각이 들어

사서가 안되길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을 잠깐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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