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8월6일)부터 전기요금이 올랐습니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건은 5월달부터 제기되어서 많은 논란이 되어왔던 것이었습니다. 4개월간 정부와 한전 사이에 밀고 당기기를 하다가 난 결론이 평균 인상률 4.9% 인상입니다. 인상률이 가장 낮은 주택용은 2.7%, 가장 높은 산업용 고압은 6.0% 인상되었습니다.

 

이번 인상은 고객도 불만, 한전도 불만입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전기요금을 1년에 두 번씩 연속해서 올리고, 매번 4%대씩 인상하다보니 너무 자주 인상하고 누적인상률이 너무 크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특히 산업용은 매번 평균인상률 이상으로 올랐었기 때문에 산업계는 더 볼맨소리인게 당연하겠죠.

 

반면 지난 4년간 연속 적자였던 한전은 이번에도 원가이하의 요금수준을 개선하지 못했습니다. 상반기 결산성적이 2조가 넘는 적자였는데 하반기까지 포함하면 적자폭은 훨씬 더 커질것 같습니다.


그 어느 회사도 매년 수조원씩 손실을 보면서 운영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한전은 지난 4년간 연속된 손실로 누적적자가 무려 8조 5천억에 이릅니다. 그리고 2012년이 지나면 5년연속 적자, 누적적자 10조이상이 될것 같습니다. 아무도 그런 한전을 보고 정상적인 회사라고 할 수는 없을것 같습니다.


한전의 엄청난 손실은 잘못된 경영 판단으로 본업이 아닌 다른 부문에서 잘못된 투자를 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또 내부 효율성이 갑자기 나빠져서 생긴 문제도 아닙니다. 한전의 손실은 오로지 본업인 전력산업을 열심히 하면서 생긴 것입니다. 잘못된 전력거래제도와 비정상적인 전기요금 정책으로 인해 전기를 많이 팔면 팔수록 더 큰 손실을 보는 원가이하의 요금수준이 고착화 된것이 원인입니다.


한전도 2007년까지는 매년 1~2조원대 수익을 유지했었습니다. 이자비용을 감당하면서 해마다 배당도 하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한 대규모 설비투자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전기요금제도가 정부의 규제를 통해 한전이 과도한 이익을 보지 않게 하면서도 정상적인 회사운영과 적정한 투자를 할 수 있는 이익을 보장해주는 수준으로 운영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008년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당시 휘발유나 가스 등 다른 에너지 가격이나 수입원자재 가격은 급상승했는데 전기요금만 거의 오르지 않았던 것을 기억하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결국 한전이 수조원대 적자를 보게 되었고, 한전의 수조원대 손실 중 일부(4천억원대)를 국고에서 보전해 주기도 했습니다. 한전이 그렇게 큰 손실을 보고, 한전의 손실을 국가가 보전해준 것은 2008년 이전에는 없었던 일이었다고 합니다. 


2008년 이후 생긴 또 하나의 기형적인 현상은 전력소비량이 경제성장률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증가한 것입니다. 가스, 기름 등의 에너지 가격이 급증하면서 상대적으로 싼 전기로 에너지소비가 대폭 이동했습니다.


국민 모두가 전기를 아껴쓴다고 애쓰고 있는 와중에도 해마다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경제원리에 기인한 것입니다. 전기난방이 가스난방이나 석유난방보다 훨씬 저렴해 졌기 때문에 경제적인 판단으로 전기난방수요가 급증했고, 상대적으로 전기난방의 비용부담이 적게 느껴지기 때문에 더 아끼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무실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을때 축산농가의 돼지와 닭들은 전기 에어컨으로 냉방을 하고 있고, 겨울에 추위에 떨때 식당에서는 상대적으로 싼 전기로 바닥난방을 따뜻하게 하고 있는게 2008년 이후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전력소비량이 급증하면서 생긴 또 다른 문제는 구입전력단가의 과도한 급증입니다. 전력예비력이 떨어지면서 원자력보다 단가가 수배 더 비싼 LNG 발전이나 중유발전, 양수발전이 크게 증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거기다 잘못된 전력거래제도가 작용하여 구입전력단가는 더 과도하게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구입전력비용 증가폭로 한전의 손실이 급증할때 민간발전회사는 몇년동안 수백억에서 천억대까지 폭리를 보는 비정상적인 현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원가이하의 낮은 전기요금(원가의 90% 수준) -> 전력수요 증가(냉방은 물론 난방까지, 온풍기, 바닥난방, 대형크레인 등) 

-> 전력예비력 부족(500kW 이하의 예비율) -> 고원가발전량 증가(LNG,중유,양수) -> 전력구입비 급증(잘못된 전력거래제도 작용) 

-> 한전적자폭 확대  -> 한전 적자누적, 부채 급증 -> 한전 신용도 하락, 금융조달비용 증가 -> 이자비용증가로 원가회수율 감소


2008년 이후 낮은 전기요금에 의한 악순환 구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에너지가 폭등에 따른 국가경제적인 충격을 덜기 위해 2008년 국제 에너지가격의 급증요인을 공기업인 한전이 일부 흡수한 것은 있을 수 있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비정상적인 원가이하의 요금수준은 몇년안에 다시 정상화를 해줘야 했습니다. 그런데 2008년부터 시작한 전기요금의 악순환구조가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소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다시 또 전력수급 비상사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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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판에는 전기요금 이슈가 관심없는 유저분들도 많을것 같지만... 

그리고 평소 눈팅만 하던 제가 이 이슈로만 연달아 글을 올리는게 죄송스럽지만.. 

답답한 마음을 다시 참지 못하고 글을 올립니다.

 

제가 올린 글에 잘못된 내용이 있다거나 궁금하신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 지적해주시고 질문해주시기 바랍니다.

산업용 요금문제와 전력거래제도 문제에 대해서도 더 쓰고싶은 내용이 있는데 내일쯤 한번만 더 이 이슈로 글을 올릴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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