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어떤 분이 "전두환 때가 차라리 좋았다"라는 글을 올려 여기저기 널리 읽히더군요. 뭐 사람이 억 하면 죽어나갔던 망할 놈의 독재시대가 좋냐 어떻냐 라는 반발이 많긴 했지만, 그 글을 자세히 읽어보면 비용으로나 노력으로나 사람(과 지갑)을 쥐어짜서 너덜너덜하게 하는 사교육의 문제를 지목한 것이고, 일제 금지령이라도 내려서라도 해결되엇으면 좋겠다, 라는 논조였습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과연 지금 과외/학원 금지령을 내리면 그게 해결될까요. 그걸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거 같아요.

절대로 아닐 거여요. 금지해봐야 할 사람은 다 한다느니, 어쩌느니 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보다 이것부터 생각해봅시다. 지금 그 빛나는 대머리 문어의 땡전뉴스로 시작하던 시대가 차라리 나았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사교육이 범람하고, 공교육을 갉아먹고 있으며 학원을 다녀야 친구가 생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세상 모든 아이들이 사교육에 필수인 것 마냥 얽혀있어요.

그런데 이처럼 사교육 시장이 어마어마하게 커지고 돈도 엄청나게 들어간다는 것은, 이 말인 즉슨, 뒤집어보면 사교육을 통해 먹고 사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는 거여요. 학원강사에서부터, 문제집 만드는 사람, 학원의 사무처리 및 회계를 하는 사람, 학생들을 나르는 버스 운전사, 인터넷 강의 중계자 등등. 지금 사교육을 금지시킨다면 당장 그 사람들은 할 일과 벌이를 잃는 거여요.

이제까지 벌어놓은 돈 많을테니 놀고 먹으며 다른 직장 찾아봐라- 라는 말은 일부 스타강사에게나 적용될까 말까 한 거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직장인마냥 근근히 먹고 사는 상황일텐데. 또 그들의 벌이에 기대어 살고 있는 다른 가족들을 생각해봐요. 하루아침에 모두가 먹고 살 길이 사라진다고요. 그들의 정확한 얼마만큼인지는 저도 모르지만. 절대로 작은 숫자는 아닐 거여요. 그 사람들의 살 권리를 확보해야지 과외 철폐나 축소도 가능한 일이겠지요. 그렇지 않고서야, 일단 수많은 실업자 및 소득감소가 발생해서 사회의 생산-소비의 연계가 뒤틀리는 것이고.

뭐 이런 거 따지지 않더라도 광주대단지나 상계동 마냥 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박살내고 알아서 살아라, 했던 것이나 외제품이니 커피랑 악기를 수입하지 말라고 했던 독재정권과 마찬가지인 무식한 짓이지요.

 

또 이런 조치가 비인간적이라는 것 외에도, 어떤 현상이 나타나는 데에는 원인이 있고 전개 및 발달이 있어 결론으로 나오는 것인데, 그걸 보지 않고 무조건 금지시킨다는 것은 잡초의 뿌리는 냅두고 이파리만 뜯는 격이라서 얼마든지 새로운 잡초가 돋아날테니 말입니다. 그 분이 이야기한 1980년대의 7.30 과외금지령에도 많은 부작용과 후폭풍이 있었는데... 이건 다음 기회를 빌어 한 번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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