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이야기 (정읍은 시골아닌가요?)

2012.08.09 14:58

늦달 조회 수:2628

1. 일단 인구가 대략 30만에서 12만 정도로 줄었습니다. 이중에서도 허수가 꽤 많죠. 왜냐면 시골 지자체는 인구 유지를 위해서 주소지를 이전해도록 권장하고, 공무원에게는 할당까지 내립니다. 


2. 이곳에도 극장이 하나 있습니다. 1박 2일 마지막회 나오는 극장요. 어릴 때부터 있던 극장중 유일하게 살아남았죠. 3개관인가 있는데 표가 전표같이 생겼고, 지정석은 없습니다. 그리고 내부 조명이 정육점 조명입니다. 


3. 인구 구성은 학생, 일단 학생은 겁나게 많습니다. 어디가나 학생뿐. 2,30대는 시청을 가야 만날 확율이 높습니다. 중년이나 노년층은 많습니다. 


4. 일 때문에 면단위로 출장을 나가면 지금은 농사철이라 집에 아무도 없고, 대부분 집들은 문이 열려있습니다.


5. 정읍이 시골인 까닭은 제가 누구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가 누구 아들이냐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는 시골에서 남들 입방아에 오르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러기도 쉽다는 뜻 입니다. 


6. 요즘은 농촌 사람들도 시내에 아파트를 얻고 차 타고 다니면 농사 짓습니다. 물론 좀 사는 사람들 이야기지만...

   때문에 정읍의 아파트 값이 전주보다 비싸거나 비슷합니다. 


7. 시골에서는 먹고 살 것이 없습니다. 농사 지어 먹고 산다는 말은 거의 거짓말이고 죄다 농협 끼고 빚으로 살죠.

    정부에서 그나마 이렇게 자금이 풀려서 농촌이 사는 것도 맞는데, 그것때문에 농민들이 거지근성에 찌든 것 아닌가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정읍은 김제와 연결되는 지평선이 보이는 너른 농토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너른 농토에 요즘은 축사 없는 곳이 없을 지경입니다.

    근 10년간 축산경기가 좋아서 많은 농민들이 축산에 뛰어 들었고, 그 결과가 요즘의 소값 폭락이죠.


8. 시골에 살다보니 직업고 그렇고 소값, 돼지값을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왜냐면 이게 지역경제의 호황을 뒷받침하는 지표거든요.


9. 사람 사는 건 도시나 시골이나 똑같아요. 나쁜 놈은 나쁘고 좋은 사람은 좋죠. 다만 위에서 적었지만 시골은 작은 명함 하나 내밀정도 간판으로 큰소리 치며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하는 사람이 참 많아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10. 시골에 살다보니 패배주의가 가장 큰 문제 같아요. 도시로 진출하지 못한 애들만 남아서 사는 것 같은 분위기. 직장은 정읍인데 집은 광주나 전주, 매일 출퇴근하는 삶. 요즘은 축산이 돈이 좀 되어서 아들에게 물려주려는 사람도 많다고 하는데, 똑똑하고 패기 있는 젊은이들 보다는 할 것 없어서 집안일 물려받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경험이라 편견이 많습니다.

어릴 적 제 고향은 어디가나 나락이 풍성한 풍경이었는데, 지금은 어디가나 축사 축사 축사... 여름만 되면 냄새 냄새 냄새...

(소를 키우는 축사가 많아서 다행이에요. 돼지농장이었다면 아마 기절하고도 남을 겁니다. 돼지농장 근처 가보신 분은 제 말 이해하실 거에요.)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짓고 살려고 계획했는데,

지금은 완주쪽으로 알아보고 있습니다. 농사가 돈이 안되니 어쩔 수 없는 시류기는 한데, 그냥 매번 제 마음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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