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임창정의 노래가 있었던 것 같은데 이 영화의 제목은 그 노래제목을 쓴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영조말이 시대배경인 영화입니다만 고증이란 건 아예 없습니다.

간단하게 장점을 말한다면 착한영화고 그렇게 코메디에 잡착하지도 않아요

기획자체가 여러가지를 잡탕해서 묶은 건데 나름대로 잘 잡은 영화입니다. 캐스팅도 좋구요

그러나

대본이 엉망입니다. 캐릭터들이 아무 의미가 없어요, 제대로 역할을 해 주고 있는 건 아역정도일까요?

그 외 

민효린만 나오면 영화가 어색한데 작가나 감독이나 여자캐릭터를 다루는 재주가 젬병이네요

만든 사람들의 좌파취향이 물씬 풍기는 대사들이 몇몇 있는데 너무 시대상황과 영화속상황과 어울리지 않아서 웃겼어요


밤과낮/

 

예전부터 홍상수의 영화로 글을 좀 쓰고 싶었습니다만 워낙에 많은 홍상수관련글이 많아서 괜히 위축이 됬었죠

다행이 밤과 낮은 영화자체가 복잡한 듯 하면서도 심플해서 한 번 가볍게 써 봅니다

듀나님의 초기글을 흉내내봤습니다. 부디 관대히 봐주시길 

그리고 문장이 반말인데 대해서 양해를 바랍니다.

 

Q1. 도대체 홍상수가 영화감독으로서 장점이 뭐냐? 

   

탁월한 캐스팅과 효과적인 연기지도는 대한민국 최고다


Q2.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나, 최동훈과 봉준호는 홍상수 밑이란 말이냐? 


밑이다. 그리고 그럴수밖에 없고, 

모든 훌륭한 캐스팅은 다 대본에 씌어 있는 캐릭터를 얼마나 잘 연기할 수 있는 사람을 캐스팅하느냐에 달렸다.

홍상수영화에서 대본은 배우를 캐스팅한 이후 그 배우와의 공동작업에서 만들어진다. 물론 그 공동작업이

시드니루멧이나 마이크리같은 사람이 하는 작업과는 다른 방식이지만 그게 문제될 게 있나 홍상수는 홍상수인데

연기지도적인 측면에서도 최동훈이나 봉준호가 배우들에게 당근과 채찍을 가지고 열심히 자기가 원하는 방향의

연기를 끌어내는 연기지도의 모범생방식이라면 홍상수는 절대적카리스마를 가지고 배우를 

사로잡으며 시키는대로 하게 만든다


Q3. 절대적카리스마는 무슨말이야? 무슨 사이비종교교주냐? 


드라마에서 쪽대본이 나오면 배우는 작가가 써논대로 할 수 밖에 없다. 

왜냐 대사외울시간도 턱없이 부족하니까? 언제 캐릭터 분석하고 자기식대로 변형하고 그럴수 없다.

홍상수도 사실은 같은 방식이다. 괜히 예술적 고뇌하고 그러느라 대본 당일날 주고 그러는 거 아니다

시키는대로 하게 만들기 위해 그렇게 하는 거다.

단 홍상수는 자기영화의 캐릭터와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에 대해서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다.

드라마작가와 홍상수를 비교하지는 말아달라


Q4. 그럼 도대체 홍상수영화의 내용은 뭐냐? 왜 극적사건이 없는거냐? 그게 영화냐?


그게 영화냐라는 질문은 패스

홍상수의 인터뷰에 사실 답은 나와 있다.

세잔-세잔 하고 평론가나 홍상수가 떠드는 이유는 홍상수인터뷰에 정확하게 나와 있다.

세잔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서 홍상수는 세잔그림이 갖는 추상성과 구상성의 비율이 자신의 영화와 같은 것 

같아서 좋아한다고 답했다. 이게 답이다.

홍상수의 영화는 극적내러티브가 분명히 있다. 단지 극적내러티브장면만 있는 게 아니고 스케치장면이 같이 있다.

보통 평론가들은 홍상수의 다른 영화들 보면서 그것들을 분석해내고 하는데 그거 꽤 어려운 작업이고 귀챦다

밤과낮은 일기체방식이므로 그날그날의 사건을 보는 사람의 주관에 따라 나눌 수 있다


Q5. 그럼 그 스케치들은 뭐냐?


홍상수가 영상으로 쓰는 에세이같은거다.

인생을 사는 건 극적인 순간보다 그렇지 않은 순간이 더 많은 건 누구나 아는거다.

하지만 영화는 극적인 매체이고 그것에 반항해서 자신만의 형식을 만든 많은 감독들이 있는데 그들은 다들

극적이지 않은 방식의 내러티브들을 사용해 인생을 이야기하는 영화를 만들었다.

홍상수도 그런 감독인데 그런건 뭐라고 설명해봤자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보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느끼는 방식으로 보면 될 것 같다.


Q6. 김영호의 이름은 왜 성남인가? 


이대근, 왕코 이런 이름 생각하면 된다. [성] [남] 왜인지는 영화보면 안다.


Q7. 김포공항같은 파리공항 나온다. 왜 외국가서 이따위로 앵글을 잡는가? 


그게 안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외국필나는 장면, 그래도 이 영화에 몇 개 나온다.

특히 쿠르베 그림 이거 중요하다. 의미적인 것 말고, 도대체 이런 장면을 프랑스에서 안 찍으면 어디서 찍겠나?


Q8. 거지가 와서 프랑스말로 떠든다. 자막없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왜 그러는가? 


평론가 모양은 이 말이 '조심해' 라는 말이라면서 본인의 프랑스어실력을 뽐내면서 한편으로 

불길한 예언의 느낌으로 해석하는데 오버다 

그냥 관객이 알 필요 없기 때문에 자막 없는거고 그래서 거기에는 별로 의미 없는거다.

경험치로 해석하면 된다. 그리고 이런게 바로 홍상수의 스케치, 홍상수의 추상이다. 

당신은 외국가서 저런상황 맞닥뜨린적 없나? 나는 있다. 무서워서 도망도 못 가고 영화속 성남처럼 어색하게 대응했다.


Q9. 프랑스민박집 10명 자는방이 싫어서 거실 소파에서 삐대는 성남이 성경책을 본다 이것도 스케치인가? 

     도대체 영화의 극적 내러티브는 언제 진행되는가?


스케치같지만 내러티브다. 캐릭터설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남이 왜 성경책을 보는가? 왜 거실에서 삐대고 방에서 안 뒹굴거리는가? 

나중에 추가로 컴퓨터도 못 하고 밖에서 고물카세트테잎 듣고 있는 성남, 젊은 남자랑 팔씨름 하는 성남

이렇게까지 나오면 이건 캐릭터 구축이 거의 끝난거다


Q10. 성남의 직업은 왜 화가인가?


이거 좀 묘하거다. 다이렉트하게 화가라고 해석하기 애매하다. 그리고 아마 홍상수의 의도일거다.

구름을 그리는 화가? 뭔가 그럴듯해보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속임수다.

구름을 그리는 행위에 대해 왜 구름인가라고 설명한 평론가도 있다.

하지만 구름에 방점을 찍기 보다는 화가에 방점을 찍고 싶다. 

잠깐 컴퓨터로 성남의 그림 보는 장면이 나온다. 그 때 성남의 그림을 한 번 자세히 봐보라 그게 의미가 있는지.

이 영화에 어떤 의미가 있다면 아마도 그림들일텐데 쿠르베의 그림, 성남의 그림, 유정의 그림(표절그림), 다른 재불화가의 그림

대충 이런식으로 줄줄이 나오는데 굳이 해석을 하자면 그냥 그 사람의 캐릭터로 해석하고 싶다.

물론 유정은 그렇게 해석하면 좀 복잡해진다...... 


Q11. 엣날여자를 왜 기억못하는가? 그 여자와 성남과의 관계는 무엇인가?  왜 섹스를 하지 않았나? 진짜 죽었나?


본격적으로 홍상수의 장기 여자와 남자는 과연 어떻게 해서 자게 되는가? 가 시작되었다.

우리 홍상수형이 이제 예전같지 않다. 1960년생 이 영화를 찍을 때 마흔여덞이었다.

그리고 아마 이 영화에 나오는 여자들을 설명하는 가장 큰 키워드는 파리에 있는 여자라는 거다.

한국여자인데 왜 파리에 있는가? 그리고 거기서 그림그리고 그림공부하는 여자는 어떤 여자인가?

감이 안 오시는 분들이 이제는 많을텐데 별 거 아니다. 

홍상수가 프랑스에 있을 무렵인 90년대 초반 파리에는 그런 여자들이 많았다.

대충 뭉뚱그려 에고는 강하고 현실은 안 따르고 그래서 외롭고 그런 여자들 되겠다.

여성비하 아니다. 파리에 있는 남자도 똑같다. 단지 그당시 파리는 성비가 여성이 훨씬 많았다. 지금은 모르겠고

이 시퀀스에서 보이는 건 일단 성남의 캐릭터인데 여자를 기억 못 한다에 방점을 찍고 싶지는 않다.

여섯번 성남의 아이를 중절수술했다는 여자의 말에 방점을 찍고 싶다.

그래서 성남이 죄인이다. 이런 얘기하면 우스워진다. 분명히 영화에서 성남이 말한다. 그런데 왜 얘기를 한 번도 안 했어라고

남자한데 알리지도 않고 여자가 혼자 수술했다. 여섯번은 문자 그대로는 해석할 필요 없다. 

(물론 피임 안 한 죄까지 따지면 할 말 없지만 좀 엣날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자)

남자와 여자가 사귀는데 여자가 남자 몰래 중절수술을 몇 차례나 했다. 대충 이 관계에는 몇 가지 패턴이 보일텐데

역시 친절하게 여자가 설명해준다. 그 때 성남을 어려워 했다고.....

그럼 패턴은 한 가지 아닌가? 여자가 자신의 임신 때문에 남자를 잃는게 두려워서 그런 것이다.

중요한 포인트 나왔다. 성남이 왜 성남이란 이름인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지금은 늙었지만 아직 여성들한테

충분히 먹히고 젊었을 때는 장난 아니었다. 뭐 이렇게 해석해도 무방하다.

왜 섹스 안 하고 성경책 읽어주는가? 남편이 무서워서도 이유이고 늙어서 그런것도 이유이고 뭔가 벗은 모습 보니 굳이 해야 하나

하는 것도 이유이고, 하필 펼쳐 본 성경구절이 그 모양이었던 것도 이유이고 한 가지 이유는 없지만 제일 큰 이유는 역시 늙어서

여자가 진짜 죽었는가는 안 중요하다. 그냥 성남이 그렇게 생각하고 자책하면서 울면 되는거다.


Q12. 유정이 남자 없으면 못 사는 년이라는 애기를 친구에게 들었기 때문에 성남이 유정에게 그렇게 찝적거라는건가?


이 관점에서 푼 글도 있던데 예전 홍상수 영화였으면 그렇다고 할텐데, 이 영화 밤과낮에서는 좀 다르다

결국 그것이 이 영화의 핵심인데 에전 홍상수영화와 다르게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서 좀 관대해진 것 같다.

결국 그렇게 사랑타령하면서 사는게 인간들이라고 생각하는 느낌도 좀 보인다.

단 마지막 성남의 꿈 장면처럼 여전히 홍상수는 냉정하다. 

결국 한국의 평균적인 남자들은 아무리 포장해도 자기 아버지 세대의 여성을 소비하고 착취하는 사고를 버리기 힘들다.

질문에만 간단히 답변하면 성남이 유정을 진심으로 사랑해서 찝적거리는 거라고 말하겠다.

물론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건 일반적인 의미가 아닌 성남만의 진심이고 사랑이다.


Q13. 밤과 낮이라는 제목의 의미는 뭔가?


어감상 좋은 제목에 낮과 밤을 도치시키는 느낌도 좋고 영화속 파리에서는 10시까지 해가 있어서 밤이 낮같다라는 말도 있고

유일한 밤장면은 아내와 전화통화할 때 뿐이고, 그래서 뭔가 말로 할 수는 없지만 의미가 있는 것 같아서 그 제목을 썼을 것이다

사실 이번에는 다른 홍상수의 영화와 달리 그렇게 좋은 제목도 아니다.


Q14. 밤과낮은 홍상수의 필모그래피에서 어떤 위치에 속하는가?


이 영화의 제작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중간에 영화가 엎어질 뻔 하기도 했고, 아마도 그래서 이 영화가 홍상수영화의

중간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이 영화 이후 홍상수영화는 훨씬 에세이 중심으로 간다. 그러면서 예산도 줄고

홍상수가 이제는 세잔보다 다른 화가에게 끌릴 것 같은데 그게 누가 될지는 아직 홍상수도 모를것이다.

.................


억지억지 쓰긴 했는데 지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네요

그러나 모르겠습니다. 듀게에 글을 올리는 건 일종의 노트에 기록을 하는 행위라고 어느순간부터 생각하고 있어요

실제로 엣날에 썼던 글들을 다시 찾아보면 여러가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것도 나중에 다시 읽으면 무슨 생각이 들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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