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환호가 음표가 되고 사람들의 몸짓이 리듬이 됩니다. 단순히 앰프를 통해 흘러나오는 소리가 아닌 이런 사람의 소리가 더해질 때 이것은 가장 거대하면서도 가장 열정적인 록큰롤이 됩니다.  레이저에 산란된 물방울이 별이 되고 그 별이 비가 되어 사람들을 적시던 날. 록큰롤은 음악의 일부가 아닌 마음의 일부가 됩니다.  이런 최고의 찬사로 표현하려 하더라도 소리가 숨쉴 때의 감흥을 전달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꽤 많은 라이브 공연을 보러 다니지만 이런 기묘한 환희는 언제나 기억에 남겨지지 않습니다. 그저 괜찮은 공연이었다는 망각 속으로 정리되고 잊혀질 때지만 꿈결같던 음악의 매력은 마치 무의식의 림보처럼 사람의 뇌리에 남겨집니다. 지산 록 밸리의 잔영을 기억함에 있어서 가장 먼저 기록하고 싶은 것은 이런 환의의 감정들입니다.

 

 제 2회를 맞이하는 지산 록 밸리의 준비과정을 보면서 가장 의아하게 여겼던 점은 주관사가 나인 팩토리(구 옐로우 나인)가 아닌 Mnet으로 변경되었다는 사실입니다. 99년 트라이포트에서부터 공연 디렉터로서 록 페스티벌에 대해서 남다른 애착을 보였던 나인 팩토리의 김형일 대표가 제살 깍아먹기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만든 페스티벌이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본 페스티벌의 주인공이 Mnet으로 변경되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그 내막이 조금은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상당히 공격적인 자세로 나아갔던 1회 지산 록페스티벌은 뮤지션의 이름값에 비해서 낮은 티켓 가격 및 펜타 때 보다 많은 물량을 쏟아 부었기에 성황리에 막을 내렸지만 다소간의 적자가 발생되기도 하였다는데 생각보다 그 손실이 큰 것인가 생각을 가져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상업방송사가 공연을 주관함에 따라서 스폰서 유치 및 여러 상업 마케팅이 동반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겠지만 공연진행의 노하우는 여전히 제대로 적립된 것이 없는지 처음 하는 록페스티벌 처럼 진행의 미숙함이 드러나는 것은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습니다.  기사화까지 될 수 밖에 없었던 교통진행의 난맥 뿐만 아니라 공연장의 동선이 너무 멀어진 것에 따른 불편함,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뮤지션의 음악 세계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쉬운 사운드였습니다. 페스티벌에서 최고의 사운드는 관객의 반응이고 스피커를 통해서 나오는 소리가 좋았던 적은 거의 드물지만 잦은 음향 사고 및 작년 보다 못한 셋팅은 안타까움으로 남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총 3일간 진행된 본 페스티벌의 라인업은 어떻게 보면 최상이기도 어떻게 보면 다소 갸웃거리게 하는 구성이기도 했습니다. 트라이포트와 펜타에서 이어져 내려왔던 메탈/록 페스티벌이라는 느낌은 조금 퇴색한 채 이름값 있는 팝 뮤지션의 참여가 눈에 띄었는데 헤드라이너로 브리스톨 사운드의 매시브 어택, 신스팝의 대부 펫샵 보이즈가 선정된 것은 물론이고 싸이 배경음악으로 인지도 높은 'like a star'의 코니베일리가 서브 헤드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국내 라인업 또한 말캉말캉한 밴드들이 대거 선정되어 민트 페스티벌에 온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였습니다. 기실 전세계의 록 페스티벌을 돌아봐도 팝가수가 헤드라이너로 선정된 것은 매우 흔한 일이기도 하고 올해 록 페스티벌에서 가장 많이 헤드라이너로 선정된 뮤지션이 매시브 어택과 뮤즈, 그리고 스티브 원더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헤드라이너 선정에는 만족스럽기도 했지만 테스타먼트나 페티스미스와 같은 경륜의 록 뮤지션의 참여가 거의 없었고 펑키한 그루브를 장기로 삼은 밴드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할 수 있었습니다.

 

 첫날은 서둘러 회사에서 반차만 쓰고 나왔건만 오리역의 셔틀버스는 예정된 시간에 오지 않고 30분 정도 딜레이되어 도착합니다. 홈페이지 공지에는 탑승시 3000원을 내라고 되어 있지만 막상 구석에 위치한 간이 티켓 부스존에서 티켓을 구매하고 버스를 타야 합니다. 이 사실을 제대로 공지하지 않아서 버스 탑승시 사람들이 작은 불편을 겪기도 했는데 이것은 야밤의 대참사를 예고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버스만 타면 기절하는 타입인지라 버스를 타고 10분만에 패시브의 연결된 사람처럼 잠이 들었다가 음악으로 가득한 꿈의 공간에 들어서게 됩니다. 1년만에 재 방문한 지산 밸리는 작년과 별다른 것이 없었지만 여름시즌용 수영시설이 증설되어 있었습니다. 때문에 메인 스테이지인 빅탑과 서브 스테이지인 그린 스테이지의 거리가 좀 더 멀어질 수 밖에 없었는데 작년보다 근 1.7 배 이상은 멀어진 느낌이라서 두 스테이지를 이동하는 거리는 빠른 성인 남성의 걸음걸이로 10분 남짓이나 걸리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두 스테이지에서 보고 싶은 뮤지션이 연달아 할 경우에 마지막 하일라이트 부분을 놓치기 일쑤였는데 이동거리가 멀어진 만큼 타임 테이블 구성에 그만큼의 여유를 두는 것이 좋을 듯 싶었습니다.  처음 도착하여 그린 스테이지에서 3호선 버터플라이의 공연을 보게 됩니다. 페스티벌보다는 홍대의 클럽공연에서의 모습이 더 익숙한지라 여기선 음악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빅탑 스테이지에서는 이승열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저를 맞이하게 되었는데 보통 공연 첫날에는 피아나 크래쉬같은 오프너들이 지옥열차를 돌리는 모습을 보는 것이 더 익숙했던지라 여름 낮의 이런 진지함은 다소 생경했지만 이내 이승열의 음악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2집의 곡들이 대부분 연주되지 않았다는 아쉬움도 남기도 했습니다.

 

 조금은 어수선한 록페스티벌을 분위기를 처음으로 하나로 고양시킨 것은 밸엔 세바스찬이었습니다. 이름값으로 따진다면 다소 이른 시간에 나온 것이 아니었나 싶었던 이들은 아직 햇살이 머리위에서 다소 뜨겁게 너울거렸던 5시 30분에 등장했는데 본 페스티벌에서 가장 상쾌한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가장 많은 인원구성인 무려 12명으로 기타와 피아노, 베이스. 드럼같은 밴드의 기본 구성 뿐만 아니라 관악기와 현악 사중주까지 대동하여 풍성하면서도 선연한 사운드를 들려주었습니다. 본 페스티벌이 이펙터나 디스토션의 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소리의 불안감이 계속 이어져 왔었는데 순수한 악기의 힘으로만 소리를 창출하는 그들에게 있어서 다소 열악한 음향시설은 문제될 것이 아니었습니다.  커다란 환호성 뒤에 이어진 그들의 두 번째 곡 "I'm a cuckcoo"의 청량함은 마치 가을을 미리 불러오는 듯한 마법으로 기분 좋은 산들바람 사이에서 울려퍼졌는데 더 이상 좋을 수 없을 듯한 그들의 멜로디의 향연은 민트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 공연을 미리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포만감을 가져오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Sleep the clock around"가 들려오는 와중에 스크린에 비친 한 여성분의 감동어린 눈물은 본 공연의 아름다움을 가감없이 드러낸 것이기도 했습니다.

 

 그린 스테이지에서도 이런 나긋한 분위기는 이어집니다. 단 혼자서 다양한 악기를 연주해내면서 독특한 음악을 들려주었던 마티나의 공연이 끝나게 되면 본 페스티벌의 최고 미인이라 할 수 있는 다이앤 버치의 우아하고 낭만적인 무대가 이어집니다. 기실 그녀의 음악보다 외모에 매료되었다가 본 페스티벌의 뮤지션 중 가장 핫!하다고 할 수 있는 뱀파이어 위캔드의 무대가 예정되었기에 사이렌의 마법같은 그녀의 유혹을 뿌리칩니다. 뱀파이어 위켄드는 앨범에서 확인 할 수 있는 여러가지 음악을 독특한 스타일로 녹여내는 재기발랄함보다는 의외의 록큰롤의 스트레이트한 힘과 열정을 먼저 확인하게 됩니다. 1시간 남짓한 공연시간을 빠듯하게 15곡으로 채운 그들의 공연은 그들이 왜 현재 가장 핫!한 뮤지션임을 너무도 쉽사리 드러내었습니다.

 

 1일차의 헤드라이너는 포티쉐드와 더불어 저의 90년대를 지배했던 브리스톨 사운드의 대부 매시브 어택입니다. 브로콜리 너마저를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매시브 어택의 공연을 가까이 보기 위해서 빅탑 스테이지에 도착했는데 의외로 사람들에게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듯 너무도 쉽사리 A구역에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전반적으로 빅탑 스테이지의 조명이나 무대시설이 작년보다 부실하여 그들의 멋진 음악세계를 보여주는 것에 모자르지 않을까 다소간의 우려를 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들이 직접 가져온 2개의LED 조명을 상하로 설치하고 9시 30분에 어둠이 모든 것을 삼킬 무렵 그들의 가장 공격적인 비트를 자랑하는 곡 중 하나인 United Snakes가 공연의 시작을 알리게 됩니다. 3년전의 헤드라이너 였던 캐미컬 브라더스가 압도적인 이미지로 위압감을 선사해 주었다면 예의 매시브 어택은 독특한 그들의 정치성을 드러내는 텍스트의 표현으로 예리함을 선사해 줍니다. 부국과 빈국의 숫자를 비교하는 세상의 불평등함을 고발하거나 자유를 말하는 여러 격언들을 선동적으로 배치하거나 뉴스기사들을 아무렇게나 취사하여 보여주는 익명성까지 그들의 메시지는 음악과 결합되어 시너지를 창출해 냅니다. 기존 조명을 거의 배제한 채 예리한 비트와  몽환적인 선율, 선동적인 메시지로 무대를 채우는 매시브 어택의 음악세계는 페스티벌에 어울리는 호응을 이끌어낸 것은 아니지만 본 페스티벌에서 가장 예술적인 공연의 순간으로 선정되는 것에 모자람이 없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가장 대중적인 넘버라고 할 수 있는 "Unfinished Sympathy"가 연주된 것은 당연지사이기도 하고요.

 

 2일차는  CRAZY FOR CRASH라 불리우는 페스티벌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슬램과 모슁의 전장터가 마련됩니다. 다만 의아한 것은 그 전장터로 선정된 곳이 주로 소규모의 나긋한 음악들을 들려주는 곳인 그린 스테이지였는데 이로 인해 지옥을 보게 되는 장관을 보는 즐거움도 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린 스테이지는 좌우의 경사가 심해서 슬램을 하기에 적합한 곳도 아니었고 더군다나 무대의 사운드가 고출력의 기타음을 제어하기에는 부족할 따름이었는데 아폴로18과 피아, 아트오브 피어스(김바다),  크래쉬로 이어지는 이들의 에너지를 담아내기에는 너무나도 아쉬운 자리였습니다. 결국 피아때는 전기가 부족하여 앰프사고가 발생되어 잠시 공연이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되기도 하였고 이런 사운드의 불안정은 이번 특별 스테이지 뿐만 아니라 이후 공연에서도 지속적으로 이어져 페스티벌의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로 남게 되었습니다.

 

 올해 들어서 처음 무대에 올라선 장기하의 무대는 그야말로 장기하 비잉 장기하 였습니다. 미미시스터즈가 등장하는 이벤트 없이 순수한 공연의 열정과 사운드의 힘만으로 장기하는 여전히 대단한 무대장악력을 선보여 주었습니다. 1집과 큰 차이점이 없는 신곡이 2곡 소개되고 기존의 히트곡들을 들려주었던 본 공연은 록 보컬로서의 장기하의 빼어남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였고 커다란 인기는 아닐지언정 앞으로도 그들의 음악세계는 꾸준히 나아갈 수 있을 것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빅탑 스테이지에 오른 언니네 이발관은 대형무대 공포증이 있는 이석원에 대한 저의 우려를 깔끔하게 넘겨버리는 감동적인 무대였습니다. " 다시만난 슈팅스타"를 두번째 곡으로 선택하는 공격적인 셋리스트는 관객들의 환호를 자아내는 것에 모자람이 없었고 "인생은 금물"에서 이능룡이 매우 드물지 않게 삑사리가 아닌 감동적인 마무리를 해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매우 좋은 컨디션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다음공연으로 예정된 뮤트매쓰를 보기 위해 마지막 공연을 다 보지 않고 떠날 수 밖에 없었는데 지인에게 보낸 문자의 답장으로 "나를 잊었나요"를 불렀던 모습에서 눈물이 흘렀다고 하니 내 몸이 두개가 아닌 것을 아쉬워 해야 할 따름이었습니다. 

 

 서둘러 도착했건만 음향미스가 계속 나는지 뮤트매스의 공연은 지체되어만 갑니다. 뮤트매스란 뮤지션에 대한 정보가 없었던 나로서는 매우 궁금해지는 시간이기도 했는데 친구에게 이 뮤지션에 대한 정보를 묻는 순간 친구의 한마디는 "들어 보면 아네. 자네가 뻑 갈 걸" 이라고 자신만만해 합니다. 이 말이 허언이 아니었던 것을 깨닫는 것은 첫 연주의 소리가 들린지 1분이 채 안된 시간이었는데 이들의 음악은 본 페스티벌의 모든 요소를 담아낸 것이나 진배 없었습니다. 일렉트로-얼터너티브라는 음악성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일렉트로닉의 몽환성과 록음악의 그루브가 결합되고 거기에 달콤한 멜로디가 더해진 와중에 에피타이저로 훈남 보컬과 더불어 멋진 무대매너를 선보인 모든 장점이 함께한 공연이었습니다. 공연시간을 거의 20분 정도 지체하였기 때문에 이들의 멋진 음악에 푹 빠졌건만 팻샵으로의 길을 가지 않을 수 없었는데 만약 친구하고 보지 않았다면 팹샷을 포기하고 이들의 공연을 끝까지 보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노릇이었습니다. 막판에 이르러 물뿌리고 드럼 연주하기, 물구나무 서고 키보드 연주등 최고의 열정을 선보였다고 하니 역시나 음악의 꿈속이건만 왜 나의 몸은 두개로 분리되지 않는지 안달이 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본 페스티벌에서 뮤지션들이 가장 기대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은 펫샵 보이즈였습니다. 근 30년을 기다린 와중에 80년대와 90년대의 일렉-신스팝에 있어서 라디오를 지배했던 펫샵보이즈의 첫 내한은 그만큼 기대가 되면서도 다소간의 불안이 남기도 하였습니다. 기실 그들의 공연클립을 보게 되면 2인조의 무표정인 그들의 얼굴에서 열정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고 다소간의 매너리즘도 감지되기도 하였습니다. 펫샵을 보면서 뛰어야지라고 라면서 달려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친구와 저는 펫샵은 뛰는 공연이 아니란다라고 비웃고 있었지만 이게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우리의 오만이었는지 깨닫게 되는 것에는 단 10초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80년대 롤러장의 열기를 그대로 옮겨온 그들의 무대는 하얀 사각박스를 활용한 간단한 아이디어로 엄청난 무대효과를 창출내기도 하였습니다. "HEART"에서 반복되는 every time은 공연시간 내내 그들에게 몰입할 수 밖에 없는 관객에 대한 주술이기도 하였습니다. 초반 8곡의 몰입감은 정말 대단한 것이었고 "GO WEST" 에서 흉물스럽게 쳐져있던 장막을 걷어내고 드러낸 하얀 스크린에서 보여주는 장관은 본 페스티벌의 가장 큰 놀라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콜드플레이의 "Viva La Vida"를 커버할 때 보여준 닐의 왕 코스프레는 정말 펫샵이 왕임을 실감하게 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포커카드의 킹같았던 그의 얼굴에 미소를 번지게 한 기적을 창출해 낸 것은 우리나라의 관객이었습니다. 그를 보기 위해 30년을 기다려야 했지만 그를 볼 수 있는 장소가 이곳이기에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로 정말로 우리나라에서 처음 펫샵을 본 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로 황흘했던 첫키스라고 할 수 있는 공연이었습니다.

 

  3일차는 가장 이른 시간부터 공연을 즐기게 되었건만 체력 저하를 실감하게 됩니다. 곳곳에 보이는 노숙자들의 모습과 더불어 3일 공연 중 가장 짱짱한 햇볕을 과시하는 여름날의 무더위는 사람을 지치게 하는 것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빅탑 스테이지는 그 동안 참고 있었던 듯 가장 하드니스한 록킹한 밴드들의 공연이 이어졌는데 언제나 자기 노래보다 남들 노래 커버할 때 더 신나는 갤럭시 익스프레스를 비롯하여 이번이 올해 마지막 공연이라는 스키조의 무대, 보기만 해도 더워 보였던 룩을 선보였던 문샤이너스까지 여름날에 걸맞는 격정의 무대를 선보였습니다. 이에 대비하여 그린 스테이지는 조금은 개인적이고 내밀한 사운드로 가득한 뮤지션들의 무대가 이어졌는데 더위에 쓰러져 있었으므로 실제로 가서 본 공연은 재주소년과 토에의 공연, 그리고 코니베일리 였습니다.  더군다나 끝까지 본 공연은 하나도 없는데 재주소년의 의외의 인기에 놀라면서 그 감미로운 음성을 살풋 즐기다가도 써드 아이 블라인드를 보기 위해 자리를 뜰 수 밖에 없었고 토에의 포스트록의 실험적 음향은 매우 기꺼워했던 것이었지만 클라 쉐이커를 놓칠 수는 없었습니다. 코니 베일리 레이는 앨범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침잔된 감성과는 별도로 록킹한 에너지를 선보였건만 그런 기꺼움도 잠시 대규모 인파가 예정되어 있는 뮤즈를 보기 위해 40분도 공연을 보지 못한채 나설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녀의 행복한 모습은 보다 작은 무대에서 아니면 가을의 정취에서 다른 페스티벌에서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남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뮤지션들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 한 탓에 그만 하이아투스가 누군지 모르고 놓치는 우를 범하고 맙니다. 세상에나 엘르가든의 보컬인 다케시가 결성한 밴드인데 이것을 놓치다니! 더위에 정신을 잃은 거라고 생각해 봅니다. 결국 본 페스티벌에서 보지 못해서 가장 아쉬운 밴드였습니다. 이에 대한 아쉬움은 써드 아이 블라인드와 쿨라 쉐이커로 달래 수 밖에 없었습니다. 포스트 그런지의 신진 주자로 떠오르는 써드 아이를 알게 된 것이 엇그제 같은데 어느새 중견밴드가 되어 안정적이지만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표출하는 노련함을 보여 주었습니다. 다만 빅탑 스테이지에서 가장 두터운 기타톤을 가졌던 음색임에도 불구하고 금년의 지산 사운드는 기타의 디스토션을 제대로 육중하게 잡지를 못했기에 이에 대한 아쉬움을 남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낮부터 불안정하게 이어져왔던 사운드의 불안은 튜닝시간을 전반적으로 길게 가져갈 수 밖에 없게 했는데 그로 인해 클라쉐이커의 무대는 무려 25분이나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되고 말았습니다. 덕분에 쿨라쉐이커의 경우 예정된 셋리스트를 모두 소화하지 못하고 단지 35분 정도의 공연시간을 가졌을 뿐이었는데 그 때문인지 짧은 시간안에 그들이 가진 에너지를 모두 발산해 내려는 듯. 평소의 쿨라쉐이커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응축된 열정이 가득한 무대였습니다. 물론 "HUSH"가 내뿜는 에너지는 객석을 또 하나의 태양으로 만들만큼 뜨거운 것이기도 했습니다. 빅탑에서 열린 공연 중 가장 격렬한 슬램을 만들어 내면서 가장 뜨거운 싱어롱을 만든 무대이기도 했습니다.

 

  올해 1월에 내한한 뮤즈의 공연후기를 남기면서 이 공연을 뛰어라! 그렇지 않으면 죽을 것이다!"라고 소감을 남겼던 기억이 납니다. 불과 7개월만의 내한이었고 후지때의 셋리스트를 확인해 본 결과 올해 1월과 레퍼토리가 별다르게 달라진 것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작년 오아시스처럼 내한 공연의 복제가 되지 않을까 예상을 해 봅니다. 어느 정도 예측된 기대를 갖고 그들의 무대를 보게 되었건만 뮤즈는 마치 나선의 힘처럼 7개월만에 다시 선 무대에서 정말 믿겨지지 않지만 더 큰 에너지를 창출해 냅니다. 3개의 LED 백스크린을 활용한 무대셋팅은 크게 변함이 없었지만 모든 영상을 교체하는 성실함을 선보였고 곡의 중간부터 시작된 레이저는 정말 그들의 음악이 빛이 된 것을 선언한 듯 합니다. 완전한 무대는 아닙니다. 사운드의 불안함은 여전하여 매튜의 기타음은 요상한 결로 뽑혀져 나왔고 좌우 스크린은 노이즈로 가득해 답답함을 주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음악은 거대합니다. 정말 초신성 블랙홀 처럼 모든 것을 터트린 뒤 그 에너지를 다시 무대안으로 빨아들여 갑니다.  그들의 공연을 본 것이 세번째이건만 언제나 그들은 기억 속에 잠재된 기대와 즐거움을 넘어선 놀라움을 선사해줍니다. 실제로 뮤지션의 개런티로 많이 지출되기에 내한무대에서 경이로움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뮤즈는 그 경이로움을 다시 한 번 선사해 주었고 페스티벌의 그랜드 피날레로 더 할 나위 없는 최고를 보여 주었습니다.

 

 최고의 사람들이기도 했지만 질펀거리는 불편함을 겪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특히 외국인들의 무매너는 정말 디스트릭트 9처럼 외국인 금지구역을 따로 설정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뚜껑이 없는 맥주를 들고 공연을 보다가 다른 사람에게 흘리는 경우도 종종 발생되기도 하였고 공연 중간에 담배를 아무렇지 않게 피우는 사람들도 많기도 했습니다. 자리를 깔고 편히 보는 것도 좋지만 1/4 지점을 넘어가면 어김없이 깔려 있는 돗자리로 인해 공연을 보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겪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서울로 가는 셔틀을 선택하였기에 교통에 대한 불편함을 거의 느끼지 못했지만 얼핏 보기에도 주최측의 주차안내는 너무 무성의할 따름이기도 했습니다. 아마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는 공연에 대한 환희보다 이런 불유쾌한 감정들이 더 오래 남을 수도 있을 테지요. 최고의 음표가 되어준 사람이기도 했지만 자신의 편의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본 페스티벌의 가장 큰 불협으로 기억될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내년의 지산 페스티벌은 조금 위태롭기도 합니다. 지산의 가장 큰 모티베이션이 되었던 후지록 페스티벌이 주관사인 후지사의 경영악화와  공연의 적자 누적으로 축소 내지 취소가 될지 모른다는 불길한 루머가 있기 때문입니다. 후지와의 연계가 아닌 지산 단독으로의 공연기획이 어느정도 가능할지 지산의 가능성에 대해서 말한다면 내년 이후를 봐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후지와는 별개로 록시 뮤직이 아닌 펫샵보이즈를 헤드라이너로 올릴 수 있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희망으로 기대할 만 합니다. 록페스티벌은 매우 즐거운 경험이기도 하지만 매우 큰 에너지를 소모하는 경험이기도 합니다. 항상 공연의 막바지가 되면 이제 록페를 다닐 나이는 지난 거야라는 체력저하를 실감케 됩니다. 오후에 친구와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올해가 정말 마지막이야"라고 친구가 말합니다. 하지만 공연이 끝난 뒤에 친구가 보낸 문자는 " 역시 내년에도 갈 수 밖에 없겠어. 저런 공연을 봤는데 어쩌겠나. 후 정말 놀랍다"라는 답변이 옵니다. 수백번 공연을 봐도 그 젊음은 일상에 전달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수백일을 일상의 무료함에 익숙해져 있더라도 공연의 힘은 언제나 신선하기만 한 젊음을 다시 상기해 줍니다. 하나의 꿈을 꾸었고 하나의 꿈을 깨었습니다. 가장 좋은 꿈을 위해서는 가장 평범한 현실을 지나와야 합니다. 즐거움도 설레임도 곧 잊혀지겠지만 전 다시 내년의 꿈을 위해서 시간의 흐름을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이것이 축제가 주는 가장 큰 힘이겠지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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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954 “14세 맞아?”… ‘노안 중학생’ 퇴학 논란 [13] chobo 2011.01.20 5224
120953 [듀나in] 브로콜리 너마저 해체 되었어요? [6] kirschbaum 2010.09.20 5224
120952 신형철 팟캐스트가 종료하는군요. 책에 대한 팟캐스트들. [17] 전기양 2014.09.16 5222
120951 이건희 회장의 업적은 뭐가 있을까요? [15] 무비스타 2011.01.10 5222
120950 "김연아, 이럴 바엔 차라리 학교 휴학해라(?)" [61] 스티븐 신갈 2010.10.06 5222
120949 주홍글씨 .. 이은주 질문 [6] 나비잠 2013.10.20 5221
120948 프랑스 친구가 저보고 요오드 정제 사고 물 사놓으래요;; [16] 강랑 2011.03.22 5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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