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도시’라고 하면 저는 제일 먼저 오스트리아 비엔나가 떠올라요.

 

작년 겨울에 어머니랑 유럽여행을 할 때 ‘여긴 천사들의 도시야!’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저는 프라하 체스키크룸로프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린츠로 갔다가 기차로 비엔나까지 이동했는데

(원래는 비엔나로 바로 가는 버스를 타려했지만 동절기에는 운행하지 않았어요,)

비엔나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밤이 다 되어 있었어요.

 

 

숙소는 프라터 주변이었는데(알고보니 비엔나중에서는 치안이 아주 좋지는 않은곳 이더군요.)

 

지하철역에서 당장 어느쪽 출구로 나가야 되는지부터 너무 헷갈리는거예요.

 

 

지나가는 여자분께 지도를 보여주고 ‘여기가 우리 호텔인데 나 어디로 가야되니?’하고 묻자

여자분은 지도를 골똘히 보면서 ‘잠깐, 나 머릿속으로 방향을 그려보고있어’라고 말하고는

 

친구들과 열심히 상의한 끝에 저에게 ‘아마 저쪽인거 같다’고 알려주었어요.

저는 길을 잘 모르는 것 같지만 노력해주었어.. 상냥해... 라고 생각했죠.

 

 

출구로 나와서 걷는데 대충 방향은 맞는 것 같지만 확실히 하고싶어서 다시 다른 아주머니께 길을 물었어요.

 

아주머니는 ‘길 이름을 보니까 저쪽이다!’라고 알려주셨고 함께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던 중에

‘내가 젊었을 때 일본어를 배웠는데 지금은 와따시와~라는 말 밖에 기억이 안나!’라고 농담도 걸어주었어요.

 

아마도 어머니와 저를 일본사람으로 착각했던 것 같아요, 저는 일본인인척 하며 적당히 대꾸했습니다..

 

 

아주머니가 알려준 길에 접어들어 쭉- 걷는데 얼마쯤 가야 우리 숙소가 나오는지 알수없어서

잠시 걸음을 멈춰 다시 지도를 보고 있는데 이번에는 ‘밥 아저씨’같은 머리스타일의 아저씨가,

제가 길을 물어보기도 전에 먼저 다가와서 ‘내가 뭐 도와줄까?’하고 묻고는 다음다음 블록에 호텔이 있다고 알려주기까지 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건 그 다음날 쇤부른 궁전에 가기 위해서 ‘쇤부른’역에 내려서는, 표지판을 보고

완전 반대방향쪽의 횡단보도에 서서 엄마랑 저랑 한국말로 ‘쇤부른 어쩌구저쩌구..’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

 

횡단보도를 같이 기다리고 있던 백발의 할머니가 저희쪽을 보고 ‘쇤부르은?~’하고 물으시더니

독일말+바디랭귀지로 ‘이쪽이 아니라 저쪽이야’라는 말로 짐작되는 말을 해주셨던거랍니다.

 

상황이 재미있기도 웃기기도 했지만 가장 크게는 정말정말 감사했지요. 반대로 갔었다간 체력소모가 엄청났을테니까요.

 

 

 

사실 여행자에게 이정도 친절은 유난스러울 것도 없다고 생각하실수도 있어요.

 

비엔나 전에 들렀던 체스키크룸로프의 숙소에서 체크아웃후 짐을 맡아주는걸 거절하는바람에

호텔앞으로 셔틀버스 차가 올때까지 1시간정도 부들부들 떨면서 기다렸었고

 

그다음 도시인 부다페스트에서는 사람들이 자꾸 엉뚱한 방향으로 길을 알려줘서 헤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엔나 사람들은 짱 친절하다!’라는 느낌을 받은 걸지도 모르겠네요.

 

 

 

 

 

길을 물어보는 것에 관해서 파리에서도 나름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어요.

 

베르사이유 관광을 하러 역에서 내려서 걷는데, 이 사람들이 표지판에 ‘베르사이유’라고 써놓지 않고

‘샤토(맞나요? 프랑스 말로 ’궁전‘이라는 뜻이라던데)라고 써놓아서 혼란스러운거예요.

 

반쯤 걷다가 이쪽이 맞나 싶어서 지나가는 아가씨에게 길을 물었더니 아가씨는 더듬더듬 영어로

‘이쪽 방향인데요. 쭉 걷다보면 막쉐(제 귀엔 이렇게 들렸어요)가 나와요. 막쉐가 뭔지 아세요?’

라고 하는거예요. 전 당연히 모른다고 했고 아가씨는 당황스러워하면서 ‘음.. 음.. 애플..’ 이라고 했고

저는 그 순간 어찌된 영문인지 번뜩 ‘마켓?’이라고 외쳤어요. 아가씨는 막 웃으면서 맞다고.. ㅎㅎ

 

아가씨가 알려준 방향대로 가다보니 시장이 나왔고 저는 시장근처 빵집에서 샌드위치를 사서 베르사이유 정원에서 먹었지요.

 

 

 

 

 

이렇게 여행 중에 다른나라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던걸 생각하면

길거리에서 지도를 보고있는 외국인에게 먼저 다가가 길을 알려줘야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왠지 여행지에서 영어로 말하는 것 보다 우리나라에서 영어로 말하는게 백만배는 쑥스러워서,

먼저 나에게 물어보기 전에는 왠만하면 가만히 있게 되더라구요 ;;

 

 

여러분의 기억속에 친절한 도시는 어디였나요?(일단 서울은 아닌것 같네요..ㅎㅎ)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15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69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650
108307 SK)토사구팽의 진면목을 보여주네요. [42] 지루박 2011.08.18 3673
108306 여러 가지... [10] DJUNA 2010.11.15 3673
108305 존각수 결성... [6] beluga 2010.11.27 3673
108304 안기부에 끌러가 고문받고 간첩이란 누명을 쓴채 16년동안 옥살이를 했다면? [18] chobo 2010.07.14 3673
108303 겨울왕국-자막편에 입장한 아이들 얘기. [6] 오전 2014.02.01 3672
108302 안마방 연예병사 다시보기.(유투브에 벌써 올라왔네요.) [4] 자본주의의돼지 2013.06.25 3672
108301 직원인 줄 알았던 청년. [13] poem II 2014.09.15 3672
108300 이것이 진정한 리얼 싸대기. 정말 아파서 우는 듯. [10] chobo 2013.01.07 3672
108299 조민기 사망 소식 [30] 모르나가 2018.03.09 3672
108298 남자친구 만나 좋아죽는 박초롱, 그거 보고 웃겨 죽는 손나은 [7] 2012.02.05 3672
108297 오작교 형제들같은 드라마가 진짜 무섭지 않나요. [9] 달빛처럼 2011.09.11 3672
108296 기네스 맥주, 한국 맥주의 성지, 맥주 소믈리에(+loving_rabbit님께 질문 있어요) [20] 만약에 2012.07.24 3672
108295 [바낭] 카페에서 커피 엎은 얘기 [11] 침엽수 2015.05.28 3671
108294 조밑에 죽기전에 봐야할 영화 어쩌고하는 개시물 [18] Django 2014.12.14 3671
108293 라이프 오브 파이 봤지요. [11] 푸른새벽 2013.01.12 3671
108292 커피 가는 기계, 소시지, 양배추 절임, 감자, 감자, 감자, 그리고 독버섯 수프 [9] 빠삐용 2013.02.24 3671
» 가장 친절한 도시는 어디라고 생각하시나요? [32] 삼각김밥 2012.08.20 3671
108290 내가 강해진 계기 [11] 봉쥬 2012.12.25 3671
108289 달달한 거 좋아하시는 분들께 대박 상품 추천 [11] 푸른새벽 2010.12.10 3671
108288 잡스런 시라노 감상후기, 갤럭시s 질문.. [8] 칭칭 2010.09.23 367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