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도 티비도 안 되고, 잠 안 오고, 해서 폰이 뜨끈해지도록 적어봤어요. 며칠 전 트윗에서 학원강사 처우에 관한 글을 읽기도 했고, 저도 놀기 민망해 슬슬 알바나 해볼까 하는 중인지라.


저의 첫 알바는 슴살 겨울, 동사무소 논술교실 알바였어요. 대학생들이 신청하면 추첨인지 선발인지를 해서 동네 아이들(아마도, 저소득층?) 열 명쯤 델따 놓고 글쓰기교실 쎄쎄쎄-_-; 하는 거였는데 주 2회였나 3회 수업하고 남는 시간은 동사무소 업무 보조(등본 떼기라든지 하는 공익근무스러운), 이런 식으로 한 달? 하고 80만원을 받았죠. 그거 보태 11박 12일 일본여행 갔다온 게 제 최초이자 (현재까진 최후의) 해외여행이로군요.


두 번째 알바는 슴한살 여름. 돌이켜보면 대체 왜...했는지 알 길 없지만 하여튼 휴학신청을 하고 운전면허학원에 다니며 근처 국어강사 알바를 구했어요. 양주 살 땐데 그땐 1호선이 의정부 북부(지금의 가능역)역까지밖에 없을 때여서 알바 구한 학원이 있는 민락동까지 가려면 좀, 애로사항이 꽃피었지라. 구인광고를 보고 낮 한두시쯤 꾸역꾸역 찾아갔는데, 면접자리에 나온 건 짜리몽땅, 얼굴 시껌붉은 딱 봐도 '되게 찌들었다'는 느낌을 주는 50대 아저씨였어요. 생애 첫 면접이라 우물쭈물 어찌저찌 인터뷰를 하는데, 그때만 해도 전 어리고 푸른...( ..) 꼬꼼화였던지라, 노회하고 찌든 아저씨원장이 저렴이로 협상하고 퉁치는 건 껌이었죠. 세시부터 열시까지, 주 5일 출근에 70!!!! 냐홍...호구가 요기잉네 홍냥냥냥. 그자리에서 출근을 결정하고 추어탕 한 그릇 읃어먹고 난 뒤 ㅃㅃ.

초-중을 대상으로 하는 동네 보습학원이 흔히 그렇듯이 남편이 원장, 부인이 실장이랬나 부원장이랬나. 원장은 수학을 가르치고 아들은 영어강사. 나머지 선생들도 죄 저같은 어리고 물정 몰라 싸게 부릴 수 있는21~25 연령대의 학생들이었죠. 학원 규모는 대충 원생 50명?

이 학원에서 저의 수업 스케쥴이 어땠는지 기억을 더듬어 적어보면

03:00~7:00 초 3~초 6 영어(!) 수업 네 타임. 저 고 1때 토익점수 400이었던 여잔뎈ㅋㅋㅋ(그거 딱 치고 난 안되겠구나 싶어 여즉 토익책 쳐다도 안봄) 영엌ㅋㅋㅋ 동네학원 치고도 참 막장 주먹구구식이었군요. 어려울건 없었죠, 교재 펼쳐놓고 테이프 틀어주고 해석해주고 뭐...노닥노닥. 아직도 생각나네예. 롱~롱~누들!(중국 장수면 얘기)

7:00~10:00 영어수업 뒤 잠깐 짬내 원장이 근처 김천에서 시켜준 저녁을 흡입하고 중1~중3 국어수업 세 타임.
+) 빠진 게 있는데, 여기서 어디 짬이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중1중에 공부머리 좀 떨어지는 여자애 영어;;를 봐주래서 교무실에서 둘이 1:1 보강을 하기도.


지금 돌이켜보니 참 말도 안되는데 그땐 좀 이상한가 싶긴 해도 걍 하라니 했곸ㅋㅋㅋ

이상한 건 여기서 끝이 아니었죠. 원장놈이 아주 제대로 진상. 일단 인상부터가 되게 별로였어요. 탁한 눈에 개기름 흐르고 입 걸고 찌든 꼰대 느낌. 여자도 되게 밝히게 생겨갖고 생긴 대로 노느라고 어린 저한테 못하는 말이 없었드랬죠. 여름이라 시원하게 입고 가면 다 벗고 다니냐며 혼자 뒤집어지는 건 기본이고 은근 엉덩이 치기라든가 압권은 남자친구랑 연락하는 걸 보더니 "잤냐?" "네?" "너무 쉽게 주지 마라" 이재롱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적다 보니 전 호구도 아니고 이뭐...아무리 어리고 순진했다고 해도 그냥 바보ㅇㅇ

열 시에 끝나면 끗, 이 아니죠. 그렇게 회식을 하자고 붙잡습디다. 당시 저의 모친께서 걸었던 통금이 열시 반이었는데, 모친과 통화해 허락 얻어내기를 불사하며. 그래도 모친께서 12시까지만, 으로 타협했으니 망정이지. 통금 없던 25세 뽀얀 남자 과학선생은(대충 정배씨, 라고 해두고. 나중에 원장은 이 청년을 정배 정배 이리 부르며 무슨 꼬붕 대하듯 함.) 싸모도 원장 아들도 쫄하고 떠나간 새벽 느~읒게까지 붙잡혀 아침해를 보는 경우가 허다. 브레이크타임에 저한테 와서 원장이 맨날 술먹여서 힘들어요 징징,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 청년도 순둥이바보멍충이였죠, 주 3회 나오고 30만원 받았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기미가 이상해 한 달 하고 튀려고 했으나, 원장놈이 페이를 80으로 올려주겠다고 잡아서 잡...힙니다. 10만원 올려주고 이정도면 엄청 대우받는거라며 뻐기던 그가 생각나네예. (쓰다 보니 감자블로그st야 이얘기...)

이 미친 학원알바의 백미는 시험기간이었죠. 9월 중간고사 기간을 맞아 보충일정을 때려넣는데 주말출근은 당연하고 심지어 시험 전날에는ㅋㅋㅋ새벽 두시에 퇴근ㅋㅋㅋㅋㅋㅋ 요즘은 이런 식으로 보충하면 안될걸요? 저 강사알바 막판에는 10시 단속있다며 보내던데. 뭐 쉬쉬하면서 하고들 그러나? 여튼. 원장놈님 택시비 찔러주며 뻐기는 건 필수옵션ㅇㅇ.

이 중간고사 기간에 우리 모친 참다참다 이성의 끈을 놓으셔서(모친께서는 제가 학교 술자리가 늦어져 통금 10시 반을 어긴 것도 모자라 11시 반까지 전화를 받지 않자 119에 신고하신 양반이심. 그 기세가 어찌나 어마무시했던지 다음날 119에서 따님 무사귀가 하셨냐며 확인전화 걸어왔을 정도;;), 새벽 두시에 퇴근한 다음날 원장에게 전화해 페이 안 받아도 되니 우리 딸은 관둔다! 일갈하고 저를 보내지 않으셨지요. 험...그때의 전 여러 가지로 그냥 고딩 수준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효. (그리고 다시 한 번 느낌. 애는 저처럼 키우면 안 돼요 절대로.)


우짜든동 다소 허무하게, 3개월 반 동안의 첫 강사알바는 막을 내렸죠. 그리고 전 남은 휴학기간 동안 운전면허를 따고, (아실 분들은 아실)의정부 아만자를 만나 연애를 하고, 공부는 개뿔 이러면서 얌전히 다음학기 복학했스빈다.

이후 학원알바는 취직 전까지 약 4년 간 저의 쏠쏠한 수입원이 되었는데, 처음을 너무 막장으로 데여서 그런지 담부터는 어디든 수월하고 좋았드랬어요. 국어교과서 종류가 하나일 땐 눈 감고도 가르쳤었는데, 요즘 교과서 종류가 많아져 가르치기 불편해졌다고, 요즘 파트 뛰는 벱후가 그러더군요. 대충 부비작대다 저렴하고 쉬운 인력이 되어 살아가기로 맘 먹은 저도, 담달쯤 파트 알바나 할까...하고 있어요. 사실 저는 기본적으로 말이 많고 뻐기는 걸 좋아하는 인간이므로, 강사일은 꽤 즐기면서 하는 편. 게다가 초중딩들이랑 정신연령이 딱 맞아요. 고3쯤 되면 어떤 애들은 제 언니오빠같음. 일단, 몸과 마음을 재정비하고 이력서용 증명사진부터 찍어야겠네요. 시작이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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