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에 신고이야기만 달리더라도 쓸래요. 분명 저처럼 연애바낭 좋아하시는 분들이 눈팅하고 계실것이므로. 




24살, 첫사랑이 첫연애로 이어졌어요. 누군가나 무언가를 좋아하는 일은 너무나 많이 해왔지만 진짜 누군가에게 사랑을 느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신기하고, 종잡을 수 없는 감정이에요. 사랑에 관한 비유나 미사여구들이 하나씩 공감되고 있어요. 어떤 날은 중독되었다는 느낌이 강렬하게 들고, 어떤 날은 아무일없는데도 가슴이 저리고 그립고 아련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도 해요. 아무 일없이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는데도 편안하기도 하고 흔들리기도 해요.


그 분이 너무 멋있고, 보고싶고,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말 한마디에 귀여워죽고, 작은 행동 하나에도 껴안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속을 가득 채워요. 데이트하는 내내 키스하고 싶다는 생각이 한켠에 자리잡고 있어요. 그 분도 알까요. 만나서 얼굴만 보고 있어도 배도 안고프고 심심하지도 않아요. 손놓치면 손잡아주고 주변의 눈치안보이면 계속 뽀뽀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래주지 않으면 내가 해버려요. 


그런데 반대로 그분이 나의 손등에라도 뽀뽀하면, 저는 심장이 쥐어짜지는 듯한 고통을 느껴요. 아주 빨리 힘들게 뛰고 난 후 숨쉬는 것자체가 너무나 아픈 그 느낌이 강하게 그 순간 갑자기 찾아와요. 그래서 그 후엔 뛰고난 후 숨고르듯 한참을 쉬어야해요. 가슴아프다고 하는게 원래 사랑하면 그런 줄 알았어요. 거기다 그 분과 사귀게 된 즈음부터 햇빛 알레르기가 생긴 터라 원인을 모를 땐 사랑해서 알레르기도 생긴 줄 알았어요.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보니 신기하다고 해요. 그치만 저는 괴로워요. 아프지 않고 뽀뽀받고 싶어요. 두근거리고 떨리는 것보다 아픈 것때문에 겁날 때도 있어요. 그 고통마저 달콤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요. 


지금 그 분은 외국에 가있어요. 오늘로 못본지 4일째인데, 4년전에 보고 못 뵌 것만 같아요. 올해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타지에서 생활하면서 외로움에 젖어드는 것같아서 시작한 연애인데, 더 많이 외로움을 느끼게 되었어요. 사귀기 전부터 계획되어있던 여행이라 어쩔 수 없이 보냈지만 하루 문자 한두번 외엔 연락하지 않아서 요즘 저는 완전 삐뚤어져있어요. 머릿속에 짜증이 가득한 상태. 주변에 민폐를 가득 끼치고 있죠. 지금 듀게에도요.  


사실 다른 사람들한테 그 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싶지만, 아무도 듣고 싶어하지 않고 기회를 주지 않아서 못해요. 처음엔 왜그러나 했는데, 사실 나한테만 흥미롭고 재밌는 이야기고, 다른 사람들은 전혀 안그렇다는 걸 이제 조금씩 납득해가고 있어요. 아마 지금 쓰는 글도 하나도 재미없겠지요. 그래도 괜찮아요. 댓글안달리면 조회수도 낮을테니깐. 다른 데 안쓰고 이 글에만 잔뜩 쓸래요.


그 분 외에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는 그 분 생각이 떠나질 않아 괴로운데, 그 분과 함께 있으면 다른 생각이 전혀 나질 않아서 좋아요.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할 땐 경청해야한다는 압박감과 자꾸만 흐려지는 집중력을 모아야하지만 그분과 있을 때는 그런 노력없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요. 


4년을 알고 지냈는데, 만나기 시작한지 한두달만에 이렇게 바뀐 제가 놀라워요. 4년전에 그분은 제게 초콜릿상자를 건네주면서 한마디도 못했어요. 그치만 그 때 저는 눈치없음, 연애에 관심없음, 그분께 관심없음으로 초콜릿만 낼름 받아들고 집에 와버렸어요. 그러고도 인연을 이어온 그 분이 대단하기도 하고, 이젠 그저 고마워요. 심지어 지난 4년동안의 일들이 아릅답게 느껴지기까지 해요. 오늘은 문득 피아노가 치고싶어져서 악보집을 꺼냈는데, 거기서 악보 하나가 떨어져서 보니 song from a secret garden 이었어요. 그 분이 자기가 유일하게 칠 줄 아는 곡이라며 내게 줬던 손가락번호가 빠짐없이 적혀있는 손때로 잉크자국이 흐려진 악보였어요. 3년전엔가 그걸 받았을 땐 테스트용으로 쉬운 곡을 찾는 수고없이 악보까지 구해서 잘됐다 싶었는데, 지금은 아련하고 기분좋은 추억으로 느껴지네요. 


처음하는 연애, 어디서 어떻게 배워서 해야하는지 모르겠어요. 로맨스 영화라도 몰아볼까 싶고, 드라마도 잘 안챙겨보는 데 봐야하나 싶고. 주변 사람들에게 듣고 싶어도, 엄마는 너무 옛날일이라 기억도 잘 못하고, 주변에 연애 이야기를 해줄만한 친구도 없어요. 잔뜩 읽고 벤치마킹해보고 싶은데 말이죠. 아직 이별같은건 상상도 못하겠는데, 소설에는 항상 이별이 있잖아요. 너무 사랑하기만 해서 그 감정에 지쳐버릴까 걱정되기도 하고요. 


쓰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다시 읽으니 엄청 부끄러운 글이네요. 듀게엔 재밌는 연애바낭글이 많이 올라와서 즐거운데, 저는 역시 멀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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