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암갈색으로 사그라지는 빛 속에서 대로를 돌진하며 등장했다. 
죽음은 묵직하고 투박한 배달 자전거를 타고 어린애들의 만화 속에서인 양 날아와 등장했다.
결코 틀림없는 죽음이 등장했다. 흔들림 없는 죽음. 다급한 죽음. 맹렬히 페달을 밟는 죽음. '특급 우편 취급 주의'라고 표시된 소포를 안장 뒤 철제 바구니에 실어 나르는 죽음.
죽음은 도로 보수로 서쪽 차선 둘이 하나가 된 월셔 대로와 라브레아 거리가 만나는 교차로의 차량들을 뚫고서, 볼품없는 자전거를 능숙하게 몰며 등장했다. 정말이지 잽싼 죽음! 경적이나 울려대는 중년들에게 콧대를 내흔드는 죽음
(중략)
죽음은 다시 한 번, 더 세게 벨을 울렸다. 그리고 이번엔 문이 열렸다. 나는 죽음으로부터 그 선물을 건네받았다.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누가 그것을 보냈는지도. 나는 이름과 주소를 보며 웃음을 터뜨리고선 망설임 없이 서명했다.

지인의 추천을 받고 서점에서 잠시 들춰봤다가 첫 문구에 사로잡혔어요, 읽다보니 상당히 집중력을 요하는 책이더군요. 이 책은 조이스 캐롤 오츠의 《블론드》입니다.

p.s 책을 그렇게 좋아하거나 많이 읽거나 문학청년도 아닌데 근래 올리는 게 죄다 이쪽 얘기네요. 반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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